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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점 Dec 04. 2024

나를 묻다, 변신을 살다

프란트 카프카 <변신> - 그레고르와의 대화



1. 정체성의 문 앞에서


나는 늘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살고 있었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 집중했고,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인정받으려 애썼다. 지금은 직장에서 맡은 역할을 다 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이렇게 매일 해야할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가면서도 문득, 어딘가 이상한 공허함이 찾아왔다. 


나는 지금 나 자신으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어쩌면 나는 나를 알지 못한 채 남들의 기대 속에서 만들어진 껍데기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떠올랐다.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거대한 벌레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는 이유를 묻지도, 저항하지도 않은 채 자신에게 닥친 변화를 받아들였다.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는 단순히 기괴하다고 느꼈지만 생각해보면 불편한 감정 속에서도 익숙함이 느껴졌다. 그레고르가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레고르도 나처럼 자신의 역할과 본질 사이에서 길을 잃고 살아가던 것은 아니었을까? 가족과 사회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정작 자기 자신은 잊고 살아가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레고르의 이야기는 나를 질문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나 역시 그레고르처럼 이미 나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족과 사회의 기대 속에서 나의 본질은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단치 이상적이라고 여겨지는 역할을 수행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레고르의 이야기를 통해 그 답을 찾고 싶었다. 그레고르는 자신에게 닥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길을 걸었을까. 그 고통과 깨달음 속에서 혹시 나의 길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가득 채운 어느 날, 나는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낯선 상황에 놓여 있었다. 눈 앞에는 낯선 문이 하나 있었다. 낡고 투박한 문틈 사이로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고, 그 너머에는 무언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기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문을 열어야 한다는 강렬한 충돌이 밀려왔다. 손을 문고리에 올리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2. 첫 만남 - 변신의 의미


낯선 방 안은 어둡고 적막했다. 오래된 먼지 냄새와 눅눅한 공기가 폐부 깊이 스며드는 듯했다.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희미한 빛이 방 한가운데를 비추고 있었다. 그 빛 아래, 한 존재가 웅크린 채 바닥에 앉아 있었다. 그것은 분명 사람은 아니었다. 거대한 벌레 형태였다. 그레고르 잠자였다. 그의 몸은 분명 벌레로 변해 있었지만 그의 눈빛 만큼은 인간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다. 피곤하고 고요한 눈빛. 그 눈빛이 나를 붙들었다. 천천히 그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의 고개가 살며시 들렸고 낯고 피곤한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오랜만에 누군가와 마주 앉는군요. 당신은 무엇을 찾아 이곳에 왔나요?"


나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솔직하게 대답했다.

"당신의 이야기가 저를 이끌었습니다. 당신이 왜 변했는지, 그리고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알고 싶어요."


그레고르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은 무겁고 길었다. 마치 오랜 기억을 더듬어가는 듯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목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사람들은 나의 변신을 비극이나 저주라고 생각할지 몰라요. 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이 모습은 단지 내가 원래 어떤 존재였는지를 드러낸 것일 뿐입니다. 벌레로 변하기 전에도 나는 이미 벌레 같은 삶을 살고 있었으니까요. 이 변신은 내가 원래 어떤 존재였는지를 보여주는 결과일 뿐입니다."


그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나는 그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

"벌레 같은 삶이라니요? 당신은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오지 않았나요? 그런 삶이 왜 당신을 벌레로 만들었다고 느끼신 거죠?"


그레고르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나는 가족을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은 동시에 족쇄이기도 했어요. 그들의 기대와 필요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지만 동시에 나를 갉아먹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어요. 가족을 부양하고, 직장에서 모든 책임을 짊어지며 살아가는 동안 나는 이미 벌레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던 겁니다. 그들은 나를 사람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내가 제공하는 역할만을 봤죠. 내가 그 역할을 못하게 되었을 때 그들은 나를 버렸습니다."


그의 말은 슬픔과 체념으로 가득했다. 나는 그의 고백을 곱씹으며 다시 질문했다.

"그렇다면 이 변신은 단순히 외형적인 변화가 아니라 당신의 내면적 진실이 드러난 결과라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내가 인간으로 보일 때조차도 나는 이미 나 자신을 잃고 있었습니다. 내 변신은 단지 그 사실을 눈에 보이게 만들었을 뿐이죠."


나는 그레고르가 겪은 고통이 단순히 외형적인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의 고백은 또 다른 궁금증을 낳았다.

"그렇다면 당신의 변신은 가족과 사회가 당신을 도구처럼 여긴 결과인가요? 아니면 당신 스스로를 그렇게 느꼈기 때문인가요?"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둘 다일 겁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역할에 스스로를 가두었고 그들의 기대는 그 굴레를 더욱 강화했죠. 매일 아침 기차를 타고 일터로 향하며 반복되는 하루를 살아가는 동안 나는 내가 누구인지 고민할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결국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죠. 이 변신은 그 결과였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그의 말을 통해 그가 잃어버린 것을 엿볼 수 있었다.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두렵지는 않았나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묻지 않으셨나요?"


그레고르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 질문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그런 질문으로는 내가 느끼는 공허함을 채울 수 없었습니다. 벌레가 되었을 때 나는 어쩌면 이 모습이 내 본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왜 변했는지를 묻는 대신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의 수용은 체념이 아니라 자신을 마주하는 용기였던 건가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처음에는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내가 무엇을 잃어왔는지를 깨달았습니다. 벌레가 된 이후에야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거죠. 이 변신은 내게 고통과 진실을 동시에 가져다주었어요. 그건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시작이었습니다."





3. 역할의 굴레 - 가족과 사회의 기대


그레고르의 방은 여전히 무겁고 어두웠다. 그의 곁에 앉아 있던 나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레고르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가족과 사회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했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목소리에는 깊은 피로와 체념이 배어 있었다.


"나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어요." 그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아버지는 실패한 사업으로 빚을 졌고, 어머니는 아팠고, 동생은 아직 어렸죠. 가족들에게는 나밖에 없었어요. 내가 그들의 전부가 되어야 했습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책임감이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였나요? 그 책임이 보람이었나요 아니면 짐이었나요?"


그레고르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처음에는 보람이었어요. 가족의 웃음과 안도를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그들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책임은 점점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들이 나를 필요로 했던 이유가 단지 내가 돈을 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가족이 나를 사랑하는 줄 알았지만 점점 내가 제공하는 안정감을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의 말은 가슴을 찔렀다. 

"그렇다면 당신의 가족은 당신을 필요로 했던 것이 아니라 당신의 희생을 필요로 했던 것일까요?"


그레고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죠. 내가 벌레로 변했을 가족들은 이상 나를 돌보려 하지 않았어요. 존재는 그들에게 짐이 되었고 나는 점점 방치되었죠. 그들의 기대를 채울 없는 순간 나는 그들에게서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죠."


그의 말 속에서 깊은 슬픔을 느꼈다. 그러나 여전히 궁금한 것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스스로를 희생했나요? 당신도 가족의 사랑에 의문을 품었다고 했잖아요."


그레고르는 고개를 숙이며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의문은 저를 멈추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열심히 하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그들을 기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내 존재의 이유라고 믿었으니까요. 가족들의 웃음과 안도는 내가 의미 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나는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책임감이 때로는 사람을 버티게도 하지만 동시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럼, 가족들은 당신의 희생을 알고 있었을까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처음에는 그들도 나를 돕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나를 외면하기 시작했죠. 내가 더 이상 그들에게 유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자 그들은 나를 짐으로 여기기 시작했어요. 나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역할을 잃었고, 그 순간부터 그들의 시선에서 사라진 것 같았습니다."


"가족의 기대가 사라진 뒤 어떤 기분이었나요?" 나는 그레고르를 이해하고 싶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아졌고, 눈빛은 먼 과거를 향하고 있었다.

"그건 해방이 아니라 고통이었어요. 가족들에게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된 것 같았죠. 내 역할이 내 전부였던 삶에서 그 역할을 잃은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깊은 슬픔이 배인 이야기였다. 나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으셨나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기차를 타고 고객을 만났습니다. 회사에서는 저를 끊임없이 감시했고, 제가 조금이라고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죠. 그곳에서도 저는 제 이름이 아니라 단지 일을 처리하는 톱니바퀴에 불과했습니다." 

그레고르는 묵묵히 다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나를 점점 더 공허하게 만들었습니다. 가족과 직장의 기대 속에서 제 정체성을 잃었어요. 나의 욕망, 나의 꿈, 내 목소리는 모두 묻혀버렸어요. 내가 변신하기 전에도 나는 이미 존재감이 없었어요. 그러니 변신은 그저 그 현실을 눈에 보이게 만든 것 뿐이에요."


"가족과 사회의 기대가 당신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신의 본질을 지워버린 것이군요."

그의 말을 통해 내 삶도 돌아보게 되었다. 그가 겪은 고통이 단순히 그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포함한 수많은 이들의 고통일 수도 있었다. 누군가를 위해, 혹은 누군가의 시선을 위해 살아가는 삶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스스로를 잃고 있는 것일까.





4. 고립의 시작


그레고르와의 대화를 통하여 그의 과거와 역할의 굴레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변신 이후의 삶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었다. 그는 가족의 기대에서 벗어났지만 그것은 자유가 아닌 고립이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레고르, 당신은 변신 후에 가족과의 관계에서 점점 멀어졌다고 했습니다. 그 단절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졌나요?"


그레고르는 잠시 침묵하며 방의 한 구석을 응시했다. 그 시선은 과거로 가 닿은 듯했다. 한참을 고민한 뒤에야 그가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가족이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나를 멀리하기 시작했죠. 내 방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나를 돌보면 어머니와 여동생마저 나를 외면했어요. 그들이 나를 잊어버릴까 봐 두려웠어요. 나를 더 이상 가족으로 보지 않을까 봐요. 두려움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나를 방에 가두고, 내 방을 방문하지 않는 날이 많아질수록 점점 그들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는 그의 말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이해하고자 했다. "가족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던 그 순간들이 당신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상상이 가질 않아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외면받는다는 것은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나는 질문을 이어갔다. "고립은 대개 고통스러운 경험으로만 여겨지는 것 같아요. 당신도 그런 감정이었나요?"


그레고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천천히 대답했다. "처음엔 내가 잃은 것들만 보였어요. 그들의 관심, 나의 역할, 내가 그들에게 의미 있는 존재였다는 확신... 모든 이유들이 사라졌죠. 나는 그저 방 안에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어요. 더 이상 세상의 일부가 아니게 된 것 같았죠. 내가 가족에게도 외면받는 존재라면, 내 존재의 의미는 없는 것이 아닐까."


그의 말이 내 마음을 울렸다. 나는 가만히 물었다. "그건 단순히 가족과의 단절이 아니라 자신의 일부를 잃는 경험이기도 했겠네요."


"맞습니다." 그의 말투는 조금씩 더 침착해졌다. "그런데 그 두려움이 오래가진 않았어요. 나는 곧 익숙해졌습니다. 내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으니까요. 그들의 세계에서 철저히 밀려났죠. 하지만... 그것이 바로 제 고립이 단순히 비극이 아닌 이유였어요."


"비극이 아니었다고요? 그게 무슨 뜻인가요?" 놀란 눈으로 물었다.


그의 눈빛에는 이상하리만치 평온함이 깃들어 있었다. "고립은 저를 비추는 거울 같았어요.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외로웠는지를 그 안에서 마주할 수 있었으니까요. 저는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어요. '너는 누구인가? 네가 가족에게서 기대했던 것은 무엇이고, 네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라고요. 고립은 단순한 단절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제가 저 자신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 기회였죠."


그의 말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 질문들, 그러니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셨나요?"


"완벽한 답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깨달을 수 있었어요. 내 역할이나 외형이 나를 정의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고립 속에서 내 욕망과 두려움을 처음으로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인간다움을 다시 정의하게 만들었어요." 그레고르는 차분히 이어서 말했다. "그 목소리들이 제가 얼마나 스스로를 무시하며 살아왔는지 알려주었어요. 내 욕망, 내 고통, 심지어 내 존재마저도 제가 외면했죠. 고립이 그것들을 다시 느끼게 만들어 준 것입니다. 그리고 이해했어요. 인간다움은 내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가가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느끼고 이해하는가에서 나온다는 것을요."





5. 변화의 여정 - 인간다움의 재발견


그레고르와의 대화 속에서 고립이 그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레고르의 이야기는 단순히 고립과 비극의 기록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았다. 고립은 단순히 우리를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를 다시 돌아볼 기회를 주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한 가지 질문이 여전히 떠나지 않았다. 그는 고립 속에서 자신을 발견했다고 하지만 그것이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그가 말하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그레고르"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당신은 변화를 통해 인간다움을 발견했다고 하셨죠. 그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요? 외형적인 모습이나 타인의 인정이 사라졌을 때도 그 인간다움은 유지될 수 있는 건가요?"


그레고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다움은 외형이나 외부의 인정에서 오지 않아요.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 그리고 나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됩니다. 저는 변신 이전에도 가족과 사회의 기대에 맞추며 살아가려고 했지만 그것이 저를 인간답게 만든 것은 아니었어요. 고립과 변화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고민할 때 비로소 나는 인간이었습니다."

그는 잠시 멈추더니 말을 이었다. "벌레로 변한 후에도 저는 여전히 가족을 걱정했고 그들이 행복하길 바랬어요. 그런 마음이 저를 인간으로 남게 했습니다. 외형이 벌레가 되었더라도 제 내면은 여전히 인간이었어요."


그의 말은 단순했지만 강렬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레고르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을 때는 오히려 벌레같은 삶을 살았고, 벌레로 변하고 나서나 자신이 인간임을 느꼈다고 했다. 인간다움이란 결국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달려 있었다. 나는 인간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정말 인간으로서 살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나의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인간다움은 우리 내면의 감정과 생각을 통해 존재한다는 말씀이군요. 그 감정과 생각을 마주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고립 속에서 그 진실을 마주하며 두렵지는 않았나요?"


"두려웠죠. 고립 속에서 느낀 외로움과 무력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 속에서 진짜 나 자신을 볼 수 있었어요.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했음을 깨달았고, 그 깨달음이 나에게 인감다움을 되찾을 기회를 주었죠. 변화는 고통스럽지만 그것은 나를 발견하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나는 그의 말이 가진 무게를 느끼며 다시 물었다. "하지만 당신의 이야기는 비극적으로 끝나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그것이 진정한 구원이 될 수 있었을까요?"


그레고르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비극과 구원은 때로 같은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벌레의 모습 때문에 버림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저의 내면과 처음으로 마주했습니다. 내가 진짜로 누구인지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구원이 아니겠어요?"


그의 말이 주는 울림을 따라가며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고립과 변화만으로 충분한 걸까요? 그것이 진정한 발견으로 이어지기 위해서 필요한 다른 무언가가 있었나요?"


"고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고립은 내가 잃어버린 것을 보게하고 변신은 내가 누구인지 묻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발견은 그 고립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그것을 어떻게 이어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 나를 정의하는 것은 내가 내 삶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그것을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달려있죠."






6. 변화와 용기 - 스스로 마주하는 선택


그의 변신은 단순히 육체적인 변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정체성과 역할, 그리고 자신을 정의하던 기반이 무너진 사건이었다. 그는 변신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내 삶을 돌아보았다. 내가 겪었던 많은 변화 속에서 나는 과연 그 변화를 진심으로 받아들였던 적이 있었을까? 두려움 속에서 그저 익숙함을 고수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레고르, 당신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저는 지금껏 변화를 두려워하고 변화를 피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처럼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저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제가 살아가는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저는 변화가 여전히 두려워요. 특히 제가 맡은 역할이나 익숙했던 환경이 사라질 때 저를 잃어버릴까봐 걱정돼요."


그레고르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두려워하는 건 당연합니다. 변화는 익숙했던 모든 것을 흔들고 우리가 의지하던 기반을 무너뜨리니까요. 하지만 변화는 동시에 우리가 진정 누구인지를 묻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변하는 것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내 본질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그 질문의 시작은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 속에서 우리는 성장할 수 있습니다."


"변화가 우리에게 진짜로 자신이 누구인지 묻는다면 그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항상 다른 사람의 기대와 이상적인 역할 속에서 저를 정의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그것이 저의 진짜 모습인지 알 수 없었어요. 그렇다고 다른 모습이 저라는 확신도 없고요."


그레고르는 잠시 생각하다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 "변화는 우리가 역할을 잃었을 때 진정으로 시작됩니다. 저는 가족의 부양자라는 역할을 잃었고, 그 순간 저는 완전히 무너져버린 기분이었죠.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꺠달았어요. 제가 누구인지는 어떠한 역할과 타인의 기대로 정의되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렇다면 역할을 넘어설 때 발견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잃어버린 자신인가요, 아니면 새로운 자신인요?"


그레고르는 한동안 말을 잇지 않았따. 그늬 눈빛은 마치 자신이 겪었던 모든 것을 곱씹는 듯했다.

"그건 두 가지 모두일 겁니다. 우리는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야 하고, 동시에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변화는 파괴와 재건의 과정이니까요."


그의 말에는 무게가 있었다. "변화는 단순히 무언가를 잃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얻는 여정이라는 말씀이군요. 저는 그 여정이 두렵기만 했는데 당신은 어떻게 그 두려움을 극복했나요? 고통스러운 과정 속에서는 무엇이 당신을 지탱해주었나요? 당신은 결국 벌레가 되었고 죽음에 이르렀잖아요. 그런 상황에서도 노력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었나요?"


그레고르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벌레가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죽음이 가까워졌기 때문에 내가 가진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죠. 내 노력은 외형적인 성과를 낼 수는 없었지만 내면에서는 큰 의미를 가졌습니다. 저는 고립 속에서 스스로를 다시 정의하려는 시도를 했고, 그것이야말로 내가 진짜로 살아 있었다는 증거였습니다."


그의 말은 나를 멈춰 서게 했다. 변화는 우리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 자신을 다시 정의할 기회를 준다는 것. 

"그 과정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용기가 필요합니다. 변화는 늘 두렵습니다. 그러나 그 두려움 속에서 우리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도망칠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를 마주할 것인지. 변화와 고통은 우리의 선택을 시험하는 과정입니다. 중요한 건 그 과정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발견하고 어디로 나아갈지를 결정하는 겁니다."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되찾을 것인가. 지금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 두려움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그레고르와의 대화는 내게 점점 대답을 찾아하는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변화와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속에서 자신을 찾을 용기를 가지며 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7. 죽음과 해방 - 책임의 끝에서


그레고르는 죽음이라는 최종적인 단절을 통해 삶의 본질을 마주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가 경험한 죽음이 단순히 비극이었는지 아니면 그 안에 어떤 해방의 의미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레고르, 당신은 결국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 죽음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단순히 끝이었나요 아니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나요?"


한동안 침묵을 지킨 그레고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눈빛은 방 안의 어둠을 가로질러 먼 곳을 바라보는 듯했다.

 "처음에는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고, 더 이상 가족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속에서 저는 제가 소멸되어도 괜찮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그것이 단순한 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끝이 아니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죽음 속에서 무언을 발견하셨나요?"


"죽음은 나를 지우는 과정이 아니라 내가 누구였는지를 완성하는 순간이었어요. 나는 죽음을 통해 내가 살아온 방식과 나를 규정해왔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죽음은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나를 해방시키는 과정이었어요."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확신이 있었다.


그의 말은 나에게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았다.

"책임에서 벗어난 자유를 해방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죄책감을 남기지는 않았나요? 그래도 가족을 사랑했다고 하셨는데, 가족을 떠나면서 그들을 책임질 수 없었던 점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았나요?"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저는 여전히 가족에게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 죄책감은 내가 짊어질 수 없는 것이었어요. 그들의 기대는 나를 인간으로 보지 않고 단지 역할로만 봤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었죠. 그 죄책감을 내려놓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죽음은 그것을 완전히 내려 놓게 해줬어요."


"가족과의 관계는 어땠나요? 당신의 죽음은 가족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세요?"


"처음에는 그들에게 고통을 주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고통은 그들 역시 스스로를 마주하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그들의 삶에서 사라진 이후에 그들은 제가 제공하던 역할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책임져야 했으니까요."


그의 말은 내게 비극과 해방이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했다. "그렇다면 당신의 죽음은 가족에게서 당신을 완전히 떼어놓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만들어낸 셈인가요?"


"맞습니다. 그들은 저를 잃은 후 스스로 책임지는 법을 배웠어요. 그것이 그들에게는 구원이었을지도 모르죠. 저는 그 과정에서 가족과의 관계를 다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내 역할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었지 내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는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죽음은 나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정 누구였는지를 드러내는 과정이었습니다. 책임에서 벗어난 자유 속에서 저는 비로소 나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해방이자 새로운 시작이었어요."


그의 이야기는 역할과 존재의 본질, 그리고 그것이 삶과 죽음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죽음을 단순히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삶을 돌아보고 자신을 발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그레고르, 당신의 죽음에 대해 들으며 생각이 많아졌어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잃어가곤 합니다. 당신은 죽음을 통해 벗어날 수 있었지만 살아있는 우리가 그것을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죽음은 살아있는 동안에도 일어날 수 있어요. 그건 우리가 스스로를 정의하던 역할을 내려놓고 진정한 나 자신을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이죠. 진정한 자유는 바로 그 선택 속에서 발견됩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에도 많은 '작은 죽음들'을 경험할 수 있죠. 관계의 단절, 역할의 상실, 익숙했던 환경의 변화... 이 모든 순간이 우리를 두렵게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새롭게 만들어줍니다."


그레고르의 이야기는 죽음이 단순히 육체적 소멸이 아니라는 점을 그는 분명히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명확히 이해되지는 않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기대와 책임 속에서 그것이 나의 정체성이라고 믿고 살아가곤 하죠. 그런 삶의 틀을 버리고 자신을 마주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그건 무겁고 힘든 과정이에요. 책임이라는 것은 때로는 우리를 보호하고 우리의 가치를 증명해주는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책임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항상 어려운 선택이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책임을 왜 지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묻는 것입니다. 그것이 사랑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두려움이나 타인의 기대에서 비롯된 것인지 말이죠. 진정한 책임은 나 자신과 타인 모두를 위한 선택에서 나옵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나를 구속하는 굴레에 불과할 뿐이에요."


그의 말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한 책임과 굴레를 구분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곤 하니까요. 책임 속에서 자유를 찾는 것도 가능할까요?"


그레고르는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가능합니다. 자유는 자기 자신을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서 발견됩니다. 모든 책임을 내려놓을 필요는 없어요. 현실적으로 책임을 완전히 버릴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부여된 책임에 매몰되지 않을 자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해요. 그 책임 속에서도 나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거죠. 자신을 잃지 않을 때 비로소 그 책임이 나와 타인 모두에게 의미를 가질 수 있어요."


새로운 길이 보였다. 자유와 책임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죽음이라는 상징을 살아있는 동안에도 경험한다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기 위해 지금의 나를 내려 놓는 용기를 가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것이 바로 제가 죽음 속에서 발견한 진정한 자유입니다. 주변의 기대와 요구에서 벗어난 순간 제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에도 우리는 수많은 죽음을 겪으면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이야 말로 우리 삶의 본질이며, 진정한 자유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8. 나에게 변신이란?


그레고르와의 대화는 내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그의 변신은 단순한 육체적 비극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역할과 의미, 그리고 인간다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었다. 나는 이제 그의 방을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레고르, 당신에게 변신이란 무엇인가요?"


그는 잠시 침숙한 뒤 조용히 대답했다. 

"변신은 우리를 깨우는 순간입니다. 우리가 익숙했던 삶을 뒤흔들고 진정한 나 자신이 누구인지 묻게 만듭니다. 처음은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 속에는 새로운 가능성이 숨겨져 있습니다. 변신은 나를 새롭게 정의할 기회를 줍니다."


그의 말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우리 모두에게 그런 변신이 올까요? 아니면 그것은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경험일까요?"


대답은 빠르고 단호했다. "변신은 누구에게나 옵니다. 그것이 외형적인 변화든 삶의 방향을 바꾸는 내적 변화든 우리는 모두 변신의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 변화를 피하지 않고 그 안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묻는 것입니다."


수많은 대화를 통하여 깨달음을 얻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는 아쉬움을 담아 말을 이었다. "변신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우리를 타인과 단절시키기 때문인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연결을 원하면서도 그 연결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곤 하니까요. 그래도 이겨내야겠죠."


"변신은 종종 타인과의 단절과 고립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과의 연결을 되찾는 과정입니다.우리가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단지 타인과의 단절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단절이에요. 자기를 잘 보살펴 주세요."


돌이켜보니 타인의 시선과 타인과의 단절만 두려워하며 살아왔지 정작 나와의 단절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마음을 울렸다. 그 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것, 나의 시선, 나의 감정들이 얼마나 무시되었을까.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내가 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을텐데. 나 자신을 사랑해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그레고르의 온화한 미소를 보며 덧붙였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레고르, 만약 당신에게 다시 새로운 삶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살고 싶으신가요?"


"그 질문은 끊임없이 우리를 따라다니는 질문일 겁니다. 답을 얻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야 해요. 내가 지금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나를 어디로 이끄는지 살펴봐야 하죠. 원하는 것이 분명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요한 건 그 탐구를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그의 눈빛에는 생기가 돌았다. "그리고 탐구가 제가 다시 살고 싶은 삶입니다. 저는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고 싶어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끝없이 물어보고, 그것에 가까이 가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요."


...


그레고르의 방을 떠나며 나는 내 삶의 변화를 돌아보았다. 두려움 속에서 도망쳤던 순간들, 그로 인해 잃어버린 기회들, 그리고 내가 마주해야 했던 나 자신.


변신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여정이었고 우리 모두가 지속적으로 맞이해야 할 도전이었다. 그레고르와의 대화를 통하여 용기를 얻었다. 진정한 나를 발견하기 위해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고. 변화를 오히려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기회로 삼자고. 그리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나만의 인간다움을 만들어가야겠다고.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고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더라도 그 시간에 충실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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