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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mie Oct 09. 2018

미국 카쉐어링 서비스, Zipcar의 추억

미국 생활, 차가 없어도 괜찮아!


한국에도 이제는 카쉐어링이 어느 정도 보편화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내가 미국으로 떠나 올 때만 해도 그리 일반적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미국에 처음 살러 왔을 때 그 편리함에 아주 놀라기도 하고, 그만큼 몹시 흡족하게 이용하였던 미국의 저렴한 시간제 카쉐어링 서비스, zipcar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Zipcar에 대한 글을 써봐야겠다, 생각했을 때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아주 편하게, 별문제 없이 서비스를 이용했던 일들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은 법이니, 맞다, 그땐 또 그런 문제가 생겼었지, 그때 참 곤란한 일도 있었더랬지 하는 조금은 불편했던 기억들이 대부분.


하지만 누가 뭐래도, 미국에 와서 차를 구입하지 전까지 꽉 채운 2년 정도의 기간 동안 우리가 차 없이도 미국 생활을 그럭저럭 해 낼 수 있었던 것은 8할도 9할도 아닌, 10할이 온전히 모두 이 zipcar 덕분임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Zipcar가 없었더라면 우리도 미국에 도착한 순간 거의 바로 차를 구입해야만 했을 것이다.


Zipcar는 간단히 말해서 시간 단위로 차를 빌려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최소 1시간부터 시작해서 30분 단위로 늘릴 수 있고, 최대 72시간까지 대여가 가능하다. 장을 보러 갈 때에도 차가 꼭 필요한 미국의 특성상 짧은 시간 단위로 차를 대여할 수 있는 이런 카쉐어링 서비스는 차가 없는 사람들에게 보통 유용한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가격은 차종에 따라, 그리고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시간에 10불 정도로, 그 금액 안에는 대여료뿐만 아니라 가스비, 보험료까지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서 아주 저렴한 편! 10시간 이후로는 24시간까지 대여료가 동일해서 하루를 대여하는 비용도 일반적인 렌터카들에 비해서 저렴한 경우가 많다. 주의할 사항은 24시간을 대여할 경우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마일 수가 180마일로 정해져 있어서 그보다 많은 거리를 운전할 경우 추가 요금이 붙는다는 것. 그래서 하루 이상 zipcar를 이용할 때에는 (이동 거리가 아주 긴 편일 때) 추가되는 마일에 대한 추가금까지 합한 금액이 일반적인 렌터카보다 저렴한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볼 필요는 있다.


무엇보다 편리한 이 zipcar의 장점이라면 예약과 취소, 차량의 픽업과 드롭이 아주 편리하다는 점이다. 차량의 예약은 zipcar의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통해서 클릭 몇 번이면 완료할 수 있고, 8시간 이상의 장시간을 예약한 게 아니라면 사용을 시작하기로 한 시각의 3시간 이전까지는 역시 클릭 몇 번으로 간편하게, 추가금 없이 그냥 취소할 수 있다. (8시간 이상은 24시간 이전).



그런데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주변만 검색해 보았을 때, zipcar가 이렇게나 여러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zipcar를 이용하기 시작한 후로 길을 걸을 때마다 zipcar가 주차된 장소들을 수시로 마주하게 되는데, 어? 여기도 있었네? Zipcar가 여기도 있었어? 하며 놀라게 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자주 가는 그로서리 스토어의 주차장에도 있고, 유동인구가 많은 공용 주차장에도 여러 곳 들어앉아 있는 것이다.


다양한 장소의 다양한 zipcar들, 보통 한 장소마다 3~4대의 차가 있다.


예약할 때 마음에 드는 위치의 차를 원하는 시간만큼 예약했다면, 정해진 시간에 차로 가서 바로 그 차를 픽업하면 되는데, 픽업할 때에도 다른 렌터카들처럼 직원을 만나는 등의 과정이 전혀 필요 없이 그냥 본인의 zipcar 카드로 차 문을 열고 바로 차를 움직여 나오면 된다.


차의 앞면 유리에 card를 태그하면 차 문을 잠그고 열수 있다
차 키는 항상 꽂혀 있고
(주차비를 내야하는 주차장이라면) 주차카드와 주유를 위한 카드 역시 운전석 앞에 준비 되어 있다


드롭할 때 역시 같은 장소에 차를 주차한 후, 내 zipcar 카드로 문을 잠그고 나면 끝! Zipcar는 아주 큰 대도시들이나 큰 대학 주변 도시들에 활성화되어 있는 모양인데, 도시에 따라서는 픽업과 드롭 장소를 달리 할 수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보스턴 같은...).


처음 가입할 때에는 한국에서 사용한 운전면허를 스캔해서 올리는 등 과정이 조금 복잡할 수 있지만, 가입만 끝나고 나면 이보다 편할 수 없을 만큼 쉽고 간단하게 시간제로 차를 빌려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차를 구입할 경우에는 매달 지불해야 하는 보험료만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우리가 한 달에 zipcar를 아무리 빌려 타봐야 차를 사는 것보다는 이득일 거라는 생각에 우리는 미국 생활 초기, 당장 차를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을 일단 보류하게 되었다.


물론 아무리 편리해도 내 차는 아니기 때문에 zipcar를 이용하는데 불편한 점도 적지 않다.


때때로 관리하는 사람들이 와서 차를 청소하고 상태를 점검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앞사람이 이용하고 난 차에 내가 바로 올라타는 방식이라, 때때로 음료가 쏟아져 있어 불편했던 경험도 있고, 앞 유리창에 금이 가 있었던 적도 있고, 기름이 얼마 남지 않아 짜증 났던 적도 많다.


차 내부 청결상태가 안 좋거나, 유리창 등에 손상이 있을 경우에는 차를 출발하기 전에 관련 사진을 첨부해서 zipcar 앱을 통해서 신고를 해야 한다. 그리고 주유 문제는 다음 사람을 위한 배려로 기름이 4분의 1 이상 남지 않았을 경우, 운전석에 마련된 카드를 이용해서 스스로 주유를 해야 한다는 규칙이 정해져 있다. 아주 간편한 해결책이지만 1시간에서 30분 간격으로 꼭 필요한 만큼 차를 예약해 두었는데 차 상태 이상을 점검하고 신고하는 시간을 따로 써야 하거나, 일부러 주유를 하러 가야 하는 것은 꽤나 불편한 일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차를 반납하고 나면 거의 대부분 다음 사람이 차를 사용하려고 대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 반납 시간에 늦으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늦을 경우 연체료가 50달러부터 시작된다고... 30분을 더 빌렸을 경우 가격이 6달러가 채 되지 않는 걸 생각하면 애초부터 대여 시간을 조금 넉넉하게 잡거나, 아니면 미리미리 사용 시간을 연장해 두는 것이 좋다 (물론 다음 예약자가 있는 경우 연장은 불가능...).


그동안 zipcar를 이용하며 우리가 겪었던 불편들을 참고가 될까 하여 잠깐 정리해 보면, 가장 자주 있었던 일은 앞의 이용자가 차를 제때 반납하지 않아 무작정 서서 기다려야 했던 일. 앞선 이용자가 미리 zipcar에 전화를 해서 반납이 늦을 것을 알린다면, zipcar에서 우리에게 zipcar 장소에 늦게 오라는 안내를 해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우리가 zipcar 장소에 가서야 차가 없음을 알고 전화로 문의를 한 후, 문제를 인지한 zipcar 측에서 앞선 이용자에게 언제쯤 반납할지를 물어본 다음에야 우리는, 우리가 우리 차를 언제쯤 받게 될지를 알게 된다. 집에 다시 다녀오기도 뭐해서 30분 정도를 차가 언제 올지를 목이 빠져라 기다렸던 일은 아주 드문 일이 아니었다.


주유 카드가 말썽을 부려 주유가 잘 되지 않았던 일도 몇 번 있었다. 이럴 때는 zipcar 카드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하면 된다. 그러면 우리가 가진 카드로 일단 주유를 한 후 실제 금액을 청구하라고 안내해 주는데, 안내받은 방법대로 금액을 청구하면 정말 금세 돈이 환급되어 오기 때문에 조금 귀찮기는 해도 큰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언젠가 뉴욕에서 zipcar를 이용했던 적이 있는데 뉴욕은 도시의 특성상 정해진 주차장을 찾는 일이 매우 힘이 들었다. 어찌어찌 주차장을 찾아 잘 사용한 후 반납을 했는데, 그곳은 차를 넣고 빼는 일을 직원이 알아서 해주는 발렛 방식의 주차장이라서 zipcar를 반납하던 때에 직원에게 우리 카드를 주고 직원이 차를 잠근 후 다시 그 카드를 받아 돌아왔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받아 온 카드가 우리 카드가 아니었던 거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 직원이 여러 개의 zipcar 카드를 가지고 있었고, 그중 다른 것을 우리에게 잘못 전달해 준 것.


카드야 다시 신청해서 받으면 그만이었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직원이 차 문을 잠그느라 태그 했던 카드부터가 우리 카드가 아니어서 우리 차가 제대로 반납되지 않았던 거다. 언제쯤 그 직원이 제대로 알고 반납을 완료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음날 우리의 zipcar 계정에는 정체모를 연체료가 160달러나 찍혀있었다.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금액의 연체료를 보고서야 문제를 인식한 우리는, zipcar에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역시나 아주 불편했던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또 한 번은 우리의 zipcar 카드가 그냥 차량에 인식이 되지 않던 일이 있었는데, 그날은 마침 우리가 이사를 하는 날이었다. U-haul을 빌려 이사를 대강 마무리했지만 자잘한 짐들 여러 조각들이 아직 남아 있어서, 이건 zipcar를 빌려 옮기자 생각했던 참이었더랬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zipcar 이용이 불가능했던 것. 정말 꼭 필요한 순간에 zipcar를 이용할 수 없게 되어서, 그 자잘한 작은 짐들을 하나하나 남편과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며 옮기면서는 정말 짜증이 솟구쳐 오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카드를 새 카드로 또 교환받았다).


이쯤 되니,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레스토랑의 음식이 먹고 싶어서 퇴근 시간에 맞추어 zipcar를 예약했는데 차가 돌아오지 않아 결국 레스토랑엘 가지 못했던 일은 그냥 웃음 나는 에피소드 수준인 것 같다. 전화로 왜 우리 차가 돌아오지 않는지를 물어봤더니, 우리 앞에 차를 이용했던 사람이 어떤 잘못을 해서 차가 견인되어 버렸단다! 세상에 그런 일도 다 있구나, 싶기도 하고, 이런 일은 우리보다 차를 견인당한 앞의 이용자가 더 속상할 일 같아서 먹고 싶은 음식은 못 먹었지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었다.


앞선 이용자의 잘못으로 차가 견인되어 zipcar를 이용하지 못했던 날, 노을은 이쁘다며 찍었던 사진


안 좋았던 경험만 잔뜩 열거해 두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미국에 도착하여서 처음 약 2년간 거의 매주 zipcar를 이용했으니 그동안 zipcar와 쌓아 온 추억들도 상당하다.


어느 날 갑자기 커다란 LG 스마트 TV 세일을 하길래 충동적으로 구매하여 zipcar 뒷좌석에 낑낑거리며 싣고 왔던 기억, 밤늦게 집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의 레스토랑 음식이 먹고 싶었는데 용케 필요한 시간만큼 집 주변의 zipcar가 이용 가능해서 잽싸게 차를 몰고 가 to go 오더를 해왔던 기억, 의외로 zipcar 예약 시간이 많이 남아 급하게 주변의 바다가 보이는 공원으로 바람 쐬러 갔던 기억, 등등.


TV가 차에 실릴지를 한참 고민하다 구입을 결정했던, 우리의 LG 스마트 TV
계획에도 없이, zipcar 시간이 남아 들러본 바다가 보이는 공원


Zipcar를 이용해 미국에서 처음으로 영화관에 가서 영화도 봤고, 미국으로 놀러 온 가족들을 배웅하러 뉴욕 공항에도 갔고, 또 그 차로 보스턴 구경도 시켜주었다. 뉴헤이븐에 지인들이 방문할 때면 주변 곳곳을 데리고 다니느라 하루쯤 zipcar를 예약했던 일도 많았지. 재미있는 야구 경기가 있는 날 밤, 맛있는 치킨 집에 가서 야구를 보는 동안 먹을 치킨 윙을 잔뜩 사 오던 날 밤에는 차 안을 가득 메우는 치킨 양념 냄새에 괴로워 죽겠다며 깔깔거렸던 기억도 난다. 


차가 없이는 할 수 없을 많은 일들을 zipcar 덕분에 쉽게 할 수 있었던 거다.


이렇게까지 오래, 잘 이용할 계획은 애초에 아니었던 것 같은데, 우리의 미국 생활 초반의 기억을 떠올릴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을 이 zipcar가 차지하고 있음을 결코 부인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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