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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만들면서 매거진이라 우기는 중

by 신영웅

나는 텍스트를 좋아해. 폰트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서 서른을 넘어서도 꿈 찾는다고 퇴사까지 했어. 그러나 정작 나는 텍스트를 쓰는 것만큼 잘 만들진 못했던 것 같아.


그래도 여전히 텍스트를 좋아했기에 폰트 만드는 것 대신 매거진을 만들고 싶었어. 그런데 내 취향과는 다르게 텍스트의 시대가 이미 훌쩍 떠나버렸네? 영상과 도파민이 난무하는 시대에 브랜드를 하고 있지.


그래서 참 고민이 많았어. 마케터는 트렌드라는 파도를 무시하면 안 되는 존재니까. 그런데 나는 마케터이기도 하지만 태리타운이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기에 '악수'를 두고 있어.


상세 페이지에, 브랜드 카드에, 쉐이퍼에, 그놈의 인스타그램 피드마저 피처 수준의 글을 쏟아내지. 주위에서 안 읽는데 왜 그러냐고 난리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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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리타운_포토카드_제이미(후면).png


나도 알아. 근데 촌스럽지만 내게 태리타운은 일종의 매거진이거든. 내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종이 대신 모자로 전하는.


대부분은 이미지만 쓱쓱 보고 넘기겠지만, 그래서 진짜 읽는 사람은 몇 명 없겠지만, 나처럼 이야기 하기를 좋아하고, 듣기를 좋아하고, 재밌는 얘기를 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 몇을 위해서 태리타운 안에서 계속 글을 쓰려고 해.


단순히 물건을 파는 페이지가 아니라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괜찮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위선적인 마음을 담아서 계속 써내려 가려해. 언젠가는 이것들을 책으로 엮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보면서!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 디자인 팀이 어마어마한 실력이라 그나마 이 긴 글을 읽게 해준다는 거지!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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