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리타운은 누가 뭐래도 제주 브랜드야. 제주로 이주한 지 벌써 4년, 물론 40년을 육지에 살다가 왔지만 최근 이 4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찐한' 시간이었기에 태리타운은 내가 제주를 바라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
물론 다들 익숙해하는 제주는 아냐. 우리는 여전히 귤모자도 없고, 하르방도, 말도, 돌도 없어. 관광객이 보는 제주 말고, 제주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제주를 담고 싶었거든.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집중했던 건 바로 설문대할망이라는 너무 매력적인 IP였어. 대부분의 탄생설화는 남성인데, 제주는 여성이야. 게다가 건장한 청년이 아닌 태생도 불분명한 노인이야. 이것만으로도 너무 설레는 거지.
건국과 탄생에 대한 편견을 날려버리는 제주만의 이야기. 이보다 제주스러운 건 또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설문대할망을 모티브로 볼캡을 만들고 싶었어.
그런데 이 고민이 1년째 이어지는데 막상 구현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 할머니란 캐릭터가 주는 전형성 때문에 시각화하는 데 있어 한계가 명확하더라고.
고민 끝에 내가 찾은 힌트는 뽀빠이였어. 어릴 때 재밌게 보던 만화다보니 익숙한 것도 있지만 이 뽀빠이가 주는 서사를 전복시키고 싶었거든.
뽀빠이는 플레이셔 스튜디오의 만화인데 미국 대공항 시기에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민초적 영웅을 그렸지. 그런데 내가 포착한 건 여기에 나오는 올리브라는 여주인공이야.
얘는 뭐 맨날 브루투스한테 납치가 되지. 그리고 소리를 치면 뽀빠이가 나타나 구해줘. 너무 수동적인 거지. 구해줘야 되는 대상으로만 소비 돼.
이 올리브를 나는 현재에 맞게, 그리고 제주스럽게 재구성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설문대할망과 올리브를 이어내고자 했지. 어설픈 PC 말고 납득할 수 있는 요즘의 이야기를 만드고 싶었거든.
그게 바로 이 작품이야. 누군가는 설문대할망이 미국 할머니냐고 묻더라고ㅋ 속으로 성공이라고 생각했어. 사람들 머릿속에 '응?'하는 생각 하나가 시작되면 거기서부터 편견을 깨는 단초가 되거든.
결국 난 이 크리에이티브를 최종으로 결정했어. 바로 태리타운의 첫 데님 캠프캡인 Granny!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캠페인이랑 연결되더라. 그래니 볼캡은 과거의 설화에만 그치지 않으려고 해. 제주의 살아있는 설문대할망을 찾았거든.
바로 선흘에서 열심히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고 계신 그림할망들. 그분들을 응원하는 캠페인을 하고자 해. 그림할망들은 단순히 취미로 그림을 그린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는 그분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는지 직접 알려주고 싶었어.
그래서 할망들이 그림 속에서 창조하시는 그 세계가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그분들의 활동을 알리고, 볼캡 수익금 일부를 기부도 할 생각이야. 물감 정도는 떨어지지 않게 도와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해봐.
이게 태리타운이 제주를 담는 방식이야. 제주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들을 담아내려고 해. 구태의연한 피상적인 제주 말고.
태리타운의 그래니 캠페인도 많은 기대와 응원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