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회로 김창옥 교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입담이 어찌나 좋은지, 강연장에 모인 사람들이 같은 순간 왁자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는데, "사람이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아세요? 존중, 매너, 친절입니다."라고 말 한 부분이다. 강연의 큰 줄기와는 별개로 지나가는 듯한 말이 왜 이리 오래도록 남는 것일까?
존중, 매너, 친절
좋은 단어들이다. 그러나 '어떻게'가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두 음절의 아름다운 단어들이 회사에서 실현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보았다.
회사에서는 수많은 회의를 했다. 2시간이 넘어가는 일이 허다했고 심지어는 하루 온종일 회의를 할 때도 있었다. 힘들고 지친 상황인 것은 감안하지만 회의 도중 의자를 돌려 먼산을 바라본다던가, 건너편 건물을 바라보며 "어, 저기 한의원 새로 들어왔네. 월세 비쌀 텐데ㅋㅋ"라던가 하는 이를 보며 '저 사람 대체 왜 저러지'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입 밖으로 내지 못한 것은 그가 대ㅍ..ㅛ..(읍읍) 상대에 대한 존중을 가장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그에게 집중하고 그가 말하는 것을 경청하는 것이다.
회사에서의 매너란 뭘까? 매너는 서로가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리고 그 방법으로 평정이 있다. 우리는 종종 회사에서 화가 나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사람, 그러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헤실거리는 사람, 온종일 "하... 아니 진짜... 하... 미치겠네... 하..."등 단어 사이마다 한숨을 남발하며 누군가 "아니 대체 무슨 일이세요?"를 물어보기 전까지 절대 멈추지 않는 사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집중력을 깨부수는 사람들과 조우한다.
자신의 감정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친구 사이에서는 오케이. 하지만 각자가 떠안고 있는 일에 집중하기에도 벅찬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누군가의, 특히 상급자의 과도한 '감정 드러내기'는 부정적인 영향밖에 미치지 않을 것이다.
비워둔 것은 다양한 모습의 친절이 있기 때문이다. 그냥 라떼보다 두유 라떼를 더 좋아하는 나의 미세한 취향까지 존중하여 커피를 주문하는 동료의 친절도 있었고, 어려운 개발 용어를 잘 풀어서 소화하기 쉽게 알려준 동료의 친절도 있었다. 회사에서의 친절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과하지 않은 약간의 관심과 상세한 업무 공유, 딱 요만큼의 친절만으로 하루 8시간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어쨌든 글로 풀어보니 그리 어렵지 않은 '좋은 관계를 위한 세 가지'를 나는 잘 해내고 있나 돌아보게 된다. 일을 하기 위해 모인 무수한 타인의 집합인 회사라는 이 공간에서 내일은 오늘보다 더 숨통이 트이리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