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녘 너에게 전화를 걸었어. 보여주고 싶었거든. 세상이 예뻐서 마음이 두근댄다는 것이 뭔지.
터질 것 같은 마음을 겨우 감추며 말했어.
-하늘 예쁘지, 잘 보여?
-응. 진짜 너무 아름답다. 예쁜 것 이상이야.
-여긴 좀 쌀쌀한데 거긴 날씨 어때.
-올해 서울은 많이 춥진 않네. 언니, 옷은 따뜻하게 입었어? 후.. 하늘색 너무 예쁘네. 하늘만 보여.
-그치. 너는? 다들 해지기만 기다리는데, 생각보다 느릿느릿 지네.
-나도 두껍게 입었어. 해 지면 소원 빌어야지
-해 뜰 때 비는 거 아니야?
-다 돼. 무슨 소원 빌래
두근거리는 마음을 둘이 나누니까 더 커지더라.
우리는 한참 동안 원하고 바라는 것들을 이야기했잖아, 멋진 일을 하고, 돈도 많이 벌고. 다시 미국도 가자고. 그땐 메인 요리도 몇 개고 마음 놓고 시키자고.
해가 다 지고 가로등이 켜질 때 네가 그랬지.
우리도 밤에 더 밝으면 좋겠다고.
응, 언니랑 밤에도 밝자. 내가 그랬고.
그때가 많이 생각나. 특별한 이야기도 아닌데 떠올리면 마음에도 하늘이 그려져.
힘들지. 많이 슬프겠고.
그래도 보여주고 싶고 말해주고 싶어.
밝자고 말한 그날 하늘처럼
네 삶도 너무 예뻐. 알지?
실수 투성이인 분홍 자국도 예쁘고
마음이 홀로 외로워 둥둥 떠다니는 구름무늬도 예쁘고. 속상해서 울어버린 파란 눈물도 예뻐.
그렇게 하늘처럼 네 삶도 아름다워서 두근거려.
잠을 설치는 밤이 찾아온다면
네 말처럼 밤에 더 밝자.
분홍색 파란색 구름 삶을 끌어안고
매일 두근거리며 살자 우리.
해 질 녘 너에게 또 전화할게.
그리고 보여줄게.
하늘도, 언니 마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