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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돌이 Feb 07. 2019

스마트하게 수업하기

고등학교에서 스마트기기 사용하기

우리나라가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제가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소위 '2G폰'을 썼지만 요즘은 거의 모두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니긴 합니다. 제가 고등학생일 때엔 한반에 지금보다 두 배는 많은 학생들이 바글거렸고 교실엔 작은 텔레비전 한 대만 있었습니다. 한 때 교실마다 교탁용 데스크탑이 놓이던 시절을 지나, 이제 모든 교사들이 노트북 한 대 이상씩 사용하고 있고 교실엔 커다란 텔레비전이나 프로젝터가 마련되어 있죠. 그리고 교사와 학생들 모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습니다. 태블릿이나 스마트워치 등을 사용하고 있는 교사나 학생도 점점 늘어나고 있구요.


과연 학교 수업 현장에서 스마트한(!) 수업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따로 할 말이 많아서 잠시 접어두고 오늘은 간단히 제가 활용하고 있는 고등학교 국어 수업의 모습을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학교에서 수업에 각종 기기들을 써보고 싶은 선생님들께는 간단한 소개가 될 수 있으면 좋겠고 요즘 고등학교에서 어떻게 수업하는지 궁금하신 분들께는 흥미로운 현장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참고) 저희 학교의 모든 교실에는 인터넷 랜선과 빔프로젝터(+스크린), 스피커가 준비된 상태입니다.



강의식 수업에서 활용하기


제가 근무하는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입시 교육을 염두에 두다보니 자연스레 강의식 수업을 많이 하게 됩니다. 최근엔 학생부종합전형이나 수행평가 등을 고려한 다양한 수업방식을 여러 선생님들께서 활발하게 활용하시지만 개념 전달의 측면에서 강의식 수업이 갖는 장점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노트북이나 태블릿으로 교과서/교재 파일을 프로젝터 화면에 띄워놓고 수업을 진행합니다. 최근 대부분의 출판사에서 교과서/교재를 파일 형태로 제공하고 있어서 파일을 따로 만들어야하는 수고가 없어졌습니다. 작년에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펜슬을 구입한 뒤로는 거의 대부분 아이패드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프로젝터 연결선에 아이패드를 연결하면 화면을 보여주면서 교재 위에 바로 필기를 할 수 있거든요.


장점은 학생들이 교사가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교재의 어느 부분인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소설처럼 본문이 긴 경우에는 '00쪽, 위에서 0째줄' 하는 식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어지는거죠. 칠판에 판서를 할 때 엄청 자주 듣게 되는 "쌤, 그거 어디에 써야되요?"라는 학생들의 질문이 사라집니다. 또한 태블릿에 미리 멀티미디어 자료를 담아두면 설명 중에 참고가 필요한 자료를 바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윤동주의 시를 수업한다면 본문의 의미를 설명하고나서 그 시로 노래를 부르는 밴드의 영상을 보여주는 식이죠. 그리고 수업 전에 보다 체계적인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단원 시작 전 멀티미디어로 흥미를 끌고, 본문 교재에 필기를 한 후, 프리젠테이션 파일로 핵심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을 깔끔하고 번거롭지 않게 수행할 수 있거든요.


단점은 필기를 미리 해둘 경우 오히려 학생들의 수업 집중력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설명을 듣기 전에 베껴쓰기 바쁘거든요. 그래서 매 수업마다 같은 내용을 써야한다는 점에서 칠판 판서와 다를 게 없습니다. 수업 준비를 할 때 따로 참고자료를 만들어야할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펜슬로 필기하는 게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보기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확대/축소 기능을 활용해야할 경우가 많고 악필은 기계로도 잘 고쳐지지 않거든요;;


교재를 바탕으로 이미지, 소리, 영상, PPT, 인터넷 등을 바로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합니다. 무거운 교재와 노트북 없이 패드와 영상어댑터 하나만 들고 교실로 가면 된다는 점도 편리하구요. 또 하나, 카메라를 켜면 교실의 모습을 프로젝터로 띄울 수 있는데 졸고 있는 녀석들 깨울 때 이게 은근히 좋더군요. 교재 설명하다가 카메라 켜서 조는 녀석을 확대하면 애들이 빵 터집니다. 그 소리에 자연스레 잠도 깨게 되구요. 무선어댑터를 준비해서 프로젝터와 무선으로 연결해서 사용하시는 선생님도 있고 스마트폰에 어댑터만 연결해서 PPT나 HWP 파일 위주로 수업하시는 선생님도 있습니다. 공통적인 핵심은 "교재를 프로젝터 스크린에 띄우고 설명한다"라는 점입니다. 전자칠판을 도입한 학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아직 많은 학교에 보급된 상황은 아닌지라 다들 차선책을 택하신 것 같습니다.



각종 활동 수업에서 활용하기


다양한 스마트기기들을 수업에서 활용하고 있고 그 방법은 선생님들에 따라 무궁무진합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모둠별 활동에서 활동시간을 제한할 때 사용하는 타이머를 화면에 띄우기 정도가 있겠네요. 담임 교사라면 자리 배치나 청소 배정 등에 프로그램을 쓰는 경우도 있고, 교과별 특성에 맞는 개별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수학 식이나 과학 식을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식입니다. 의외로 해당 활동을 처음 해보는 학생들의 경우 진행방식을 헷갈려하는 경우가 있는데 다른 반이나 선배들의 수업 진행 과정을 화면으로 먼저 시연해주기도 하고, 최근에는 암기카드나 퀴즈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앱이나 유튜브 등의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에게 미리 스마트폰을 준비시켜서 kahoot으로 퀴즈를 진행하는 식이죠. 수행평가에서 각종 앱을 활용하는 방법을 미리 알려주는 경우도 있구요. 사전앱에서 누가 정확한 뜻을 먼저 찾아내는지 테스트를 하기도 합니다.


장점은 수업이 재미있어집니다. 직접 보거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강의식 수업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 학생들도 수업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모습을 보입니다. 단점은 수업이 산만해집니다. 특히 스마트폰을 학생 개개인별로 준비시켜서 수업을 진행할 경우 별도의 준비가 없다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딴짓을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모둠별로 하나의 기기만 놓아두고 필요한 상황에 제한적으로 사용하게 하거나 교과적 지식과 크게 연결되지 않는 내용에 한해서 개인별 활동을 했는데 딴짓하는 녀석들에게 주의를 기울여야 수업 분위기가 제대로 살아날 수 있어서 힘이 듭니다. 수업을 핑계로 담임 교사에게 거짓말을 하고 마음대로 휴대폰을 사용하다가 걸려서 혼나는 학생들도 많이 봤습니다;;



저는 국어를 좋아하지만 스마트기기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편입니다만, 결론은 "수업의 질과 스마트기기의 사용 여부는 전혀 상관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이야 그런 장비(!)를 수업에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죠. 게다가 스마트기기를 사용해서 얻는 흥미는 두 세번의 수업만 하고 나면 금방 사그라듭니다.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시는 선생님의 수업을 제 수업보다 더 좋았다고 평가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어떤 도구를 활용할 지 고민하는 시간보다 어떤 내용을 가르칠 것인지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매년 변화하는 학생들의 입장을 제가 그 때 그 때 잘 이해하고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오늘도 회의감이 들곤 합니다. 작년엔 '죽여주는 방법'이 올해엔 '시시한 것'이 되어버릴 위험과 함께, "왜 그걸 배워야하나요?"라는 학생들의 질문은 언제나 날카롭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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