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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돌이 Feb 10. 2019

교실의 스마트폰

고등학교 교실에서 어디까지 허용해야하나

지난 글에서 소개했듯이 오늘날 고교 교실에서 교사들이 다양한 스마트기기를 활용하는 모습은 더이상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의 스마트기기 이용에 대해서는 아직도 학교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만한 합리적인 대책은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많은 학부모와 교사는 학생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우려합니다. 스마트폰에 빠져 학업을 등한시하게 되고 일상이 망가진다는 게 많은 어른들의 걱정이죠. 실제로 고등학교 학생들 중에는 학업에 집중하겠다며 가지고 있떤 스마트폰을 처분하고 소위 말하는 과거의 '2G폰'을 사용하는 학생들도 등장한 지 오래입니다.


교사에게도 이 스마트기기의 사용에 대한 문제는 꽤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문제입니다. 현재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담임 교사가 조회 시간에 일괄적으로 수거했다가 종례 시간에 나누어주는 게 기본 원칙입니다. 물론 중간에 필요한 사유가 있다면 가져가서 사용해도 됩니다. 이 때 가장 많은 학생들이 말하는 기기 사용 이유는 '인강(인터넷 강의) 시청'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음악 감상'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합니다. 아시잖아요? 그 재미있는 폰이 내 손에 있는데 정말 음악만 듣고, 정말 인강만 본다구요? 에이... 그런 학생은 정~말 가아끔 있습니다. 대부분은 안그렇죠.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래, 고등학교에선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진짜 문제는 '태블릿'이 등장한 이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은 통제했지만 태블릿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특히 학생의 태블릿을 들여다보면 인강 파일 외에 다른 파일은 보이지 않습니다. 허락해야할까요? 자, 여기에서 담임 교사가 흔히 겪는 상황을 하나 더 보태보겠습니다. A 학생은 인강을 비롯해서 모든 학습 활동과 교우 관계를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합니다. B 학생은 스마트폰이 있지만 학교에서는 담임 교사에게 제출하고 태블릿으로 인강을 듣거나 음악을 듣습니다. C 학생은 스마트폰은 교사에게 제출했고 태블릿은 없지만 스마트워치로 자신에게 필요한 활동을 합니다. A, B, C 학생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스마트기기 사용에 대한 학교 규칙은 어떻게 정해야할까요?


저희 학교에서도 한 때 무선 인터넷망이 설치된 적이 있었으나 교내망 보안 문제와 학생들의 접속 남용 문제로 현재는 모두 제거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포켓와이파이를 가져와서 사용하거나 무제한요금제를 사용중인 친구의 핫스팟 기능을 이용합니다.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까지 통제해야할까요. 나날이 변화하는 기술 발전의 속도를 학교가 모두 따라잡을 순 없을 겁니다. 통제하려하면 할수록 빠져나가는 방법 또한 교묘해지겠지요. 그렇다고 무작정 허용하기엔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꼭 필요한 경우에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학생들이 꼭 갖추었으면 하는 소양입니다. 이건 고등학교에서 하루 아침에 만들어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더 안타깝죠. 최근에는 아이들이 너무 일찍부터 스마트폰 시청에 빠져 유아의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뉴스를 접하기도 했습니다. 부모의 적절한 지도가 어렸을 때부터 중요한 이유입니다.


교실에서도 정해진 시간에는 자유롭게 사용하되 무분별한 사용은 자제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담임 교사를 맡았던 반에서는 학생들과 함께 규칙을 정했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모든 기기 사용금지, 쉬는 시간에는 모든 기기 사용 가능, 자습 시간 중 인강 등으로 사용할 경우 해당 시간 담당 교사의 허락을 받고 사용하기, 위 규칙을 어길 경우 3일간 기기 제출, 반복적으로 어길 경우 보관 기간 연장 및 학부모 면담. 정도로 정했는데 잘 지켜지는 경우도 있었고 오히려 자기들끼리 너무 심하게 사용한다고 다시 예전처럼 조회 시간에 내고 종례 때 받겠다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저 '알아서 하겠지..', '그 정도는 고등학생인데...' 라고 간단히 생각하지 않고 부모님과 학생 본인, 그리고 교사까지 스마트기기의 사용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함께 토론해 보아야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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