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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돌이 Jul 20. 2015

선택을 앞둔 아이들

대입 수시모집을 준비하며

지난 주에 여름방학을 했지만 고3 학생들에게는 올해 여름방학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일 겁니다. 담임인 저조차도 방학이라는 생각보다 늘 같은 하루라고 생각하라고 말했습니다. 그 동안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많이 달라지는 아이들을 봤기 때문이지요.


방학 중 오후에는 아이들과 본격적인 수시 상담을 할 계획입니다. 각종 전형 준비는 잘하고 있는지, 서류 준비는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아직도 원서를 어떻게 써야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는 아이들과는 구체적인 방향도 좀 잡아봐야합니다.


대입 원서를 쓰는 게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죠. 4년제 대학은 6번, 전문대학은 제한이 없지만 아이들은 한 군데조차 결정하기가 힘듭니다. 고려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아주 간단히 정리하자면, 현재 성적으로 합격가능한 학교는 쓰기 싫고 조금이라도 나은(?) 학교는 성적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학과'까지 골라야하고 학과마다 성적이 다른데 '전형'마다 성적도 다르니 고민이 많을 수 밖에요.


일생일대의 선택을 앞에 두고 있는 녀석들인지라 저도 함부로 단언하지 못합니다.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같이 보면서 얘기해주는 정도지만 언제나 결론은 '선택은 너의 몫'이 되거든요.


누구도 쉽지 않은 원서 고민 앞에서 유난히 거침없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성적과 별개로 특정 학교, 특정 학과를 고집하는 경우입니다. 대개 이런 아이들은 주위의 시선에 예민하거나 부모님 등 주변의 입박이 강한 아이들입니다. 그런데 가끔 전혀 다른 아이들이 나타나곤 합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확고해서 대학 입학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성적은 바닥인데 연극을 하겠다는 아이, 성적이 최상위권인데 특이한 과를 고집하는 아이 등 고3 담임 입장에서 여러가지 의미로 안타까운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이런 학생들의 경우 학부모님과도 상담을 하게 마련인데 이런 학생들의 부모님들은 한결같이 '아이가 하고 싶은대로' 응원해준다고 합니다. 경제적 사정이나 기타 여러 여건들은 논외로 하더라도 아이의 선택에 대한 부모의 입장은 아이에게 큰 길잡이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늘 예민하고 불안한 아이들은 부모님 역시 예민하게 아이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고,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 너그러운 아이들은 부모님 또한 관용의 폭이 넓어보였습니다. 부모의 지나친 포용이 때론 자칫 이기주의자로 만들 수 있다는 것 또한 자주 봐온 터라 이런 아이들의 넉넉한 마음씨가 더 반가울 때가 많습니다.


지금은 무한경쟁시대라고들 합니다. 살아남는 게 중요한 시대라고도 하지요. 이 와중에 넉넉한 마음을 품기란 부모에게도 교사에게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숱한 인생의 선택을 앞둔 아이들에게 하나의 선택만을 강요하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 아닐까요. 어른들조차 그들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알지 못하는 데 말이죠.


부디 올 한 해, 전국의 모든 고3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의미있고 후회하지 않을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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