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봄 Oct 06. 2020

영화 <아버지와 이토씨> : 같이 살기 힘든 아버지




이 작품을 본지는 좀 됐는데 여운이 오래 가네요... 

결국 소감을 남기고자 이렇게 포스팅을 씁니다. 



여러분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가요?

여러분은 아버지가 편하신가요?

나중에 아버지를 모시고 살 수 있나요?



저요?

저는 분명히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아버지를 존경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

아버지가 편하진 않아요. 

그리고... 아버지랑 같이 사는 건 ...

상상할 수도 없어요... 



그런 탓에 이 영화의 이야기가 무척 실감나게 

다가왔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를 모시게 된 

딸의 이야기입니다. 





이토씨 , 아야, 아야's 아버지




34살의 아야는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기보다 20살이나 많은 남자친구 이토와 

동거를 하고 있습니다. 



가족과는 조금 소원하게 지내고 있었는데요 

어느날 갑자기 

오빠가 찾아와서 아버지를 잠깐만 

모셔달라고 부탁합니다. 

아내가 아버지를 너무 힘들어해서 

도저히 같이 살기가 힘들다고 하네요.



월셋방에서 남친과 동거 중인 아야가 

어떻게 아버지를 모실 수 있겠어요. 

게다가 아야는 아버지와 친하지도 않고요. 

이래저래 아버지를 모시는 건 역시 불가능하죠.

그래서 부탁을 거절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집에 오니 아버지가 와 계시는 게 아닙뉘까??

아버지는 오빠의 생각을 미리 알고는 

한발 먼저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사정을 알게 된 아야의 남자친구 이토씨는 

셋이 같이 사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입니다.



이토씨는 과거를 알 수 없는 남자로 

현재는 아야처럼 아르바이트로 살아가고 있어요. 

하지만 속이 깊고, 배려심이 풍부합니다. 

가난하지만 신비하고 매력적인 인물이에요. 








이렇게 해서 아버지와의 동거가 

시작되었는데요... 



좁은 집에서 아버지와 남자친구와 함께 살려니 

아야 마음이 어떻겠어요? 

게다가 아버지는 룸메이트가 아니잖아요. 

예, 모셔야 할 어른이지요. 

아버지는 방 하나를 차지해버립니다. 

식성도 까다롭죠.

모든 걸 아버지에게 맞춰야 하는 게 

쉽지 않아요... 



영화는 이런 디테일한 일상을 아주 생생하게 

포착해내기에 감정이입이 확 되면서 

몰입하게 됩니다. 



아버지는 아야가 알바로 살아가는 것도 

나이 많고 직장도 변변찮은 남친과 사는 것도 

못마땅해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야의 남자친구 이토씨는 

의외로 아버지와  잘 지냅니다. 

이토씨는 아버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아무래도 남의 아버지라 그런 걸까요?



아야를 힘들게 하는 아버지의 여러 면들이 

이토씨에게는 별 문제가 안 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비위도 아주 잘 맞추지요. 

특별히 잘 보일려고 애를 써써  그런 것도 아니에요. 

모든 것이 그냥 자연스럽습니다. 

마치 아버지의 속마음을 다 아는 것 같아요. 



이토씨가 워낙 자연스럽게 아버지를 대해서 

신기했습니다. 

이토씨에게 가능한 것이 왜 아야나 저는 안 되는 건지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



아야의 아버지는 저의 아버지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자기중심적이고, 고집이 세시고, 

뭐든 자기 뜻대로 되야 하잖아요. 

그러니 주변 사람들이 힘들죠...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 

아버지의 처지도 무척 딱합니다. 

초등학교 교사로 평생을 열심히 살았습니다.

아내가 먼저 죽은 뒤, 혼자 살려고 했는데 

아들 내외가 굳이 자기들이 모시겠다고 해서 

같이 살았더니 결국 못 살겠다고 해버리고... 



은퇴한 후 시간은 많아졌는데 

딱히 할 일은 없고, 

집에 있자니 눈치가 보이고 ..

그래서 아버지는 하루 종일 시내를 배회합니다. 

매일 출근하는 사람처럼 어딜 가는데 

알고 보니 정처없이 돌아다니다가 

마트에서 작은 티 스푼 같은 걸 훔치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는데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우리는 모두 늙습니다. 

지금은 저 모습이 아버지의 모습이지만 

미래에는 내 모습이겠지 생각하니 

가슴이 꽉 막혀왔습니다... 



늙은 아버지는 무엇을 해야 하고 

또 어디서 살아야 할까요?

....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도둑질을 하다가 들킨 

아버지는 더 이상 아야네 집에 있기도 

불편해지고 가출을 합니다. 



아야는 이토씨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가 자신의 고향집에 있다는 걸 알아내고 

오빠와 함께 아버지를 찾아갑니다.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낡은 집에서 아버지는 기거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데 정말... 

속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아야와 아야의 오빠는 아버지를 다시 

데려가려 하지만 

아버지는 어디에도 가지 않겠다며 버팁니다. 

결국 이 낡은 집에서 아버지와 하룻밤을 보내면서 

오랜만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지요. 

아마도 아주 어렸을 때 외에는 

남매 모두 아버지와 이렇게 가깝게 대화를 나눈게 

처음인 듯 합니다. 

애틋한 시간이 다소 무덤덤하게 흘러갑니다. 

이런 정서가 무척 사실적이라 

가슴이 더 아렸습니다. 



다음날 놀랍게도 태풍이 몰아치고 

아버지가 아끼던 마당의 감나무에 

번개가 치는 바람에 불이 나고 

그 불이 낡은 집으로 옮겨붙어 

집은 완전히 타버리고 맙니다. 

아버지는 여기에 남을래야 남을 수도 없게 되지요. 



아버지는 어디로 가야할까요?



다시 아야와 이토씨의 집에 머물게 된 아버지는 

자식들 몰래 재산을 정리하여 

노인 보호 시설에 들어가려고 

입소 수속을 마칩니다.



그리고 그 동안 고마웠다는 인사를 하며 

아야의 집을 나섭니다. 



아야는 아버지를 그렇게 떠나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걸 잘 아는 이토씨는 아야에게 

큰 집으로 이사 가서 아버지와 셋이 살자고 하죠. 

그래서 아야는 아버지를 쫒아 뛰어갑니다. 

아버지를 다시 모시기 위해 달려갑니다.



이토씨와 아야와 아버지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쉽지만은 않겠지만요. 

..... 






영화는 이렇게  아름답게 끝났지만 

저에게는 커다란 질문이 남았습니다 


나는 아야처럼 아버지를 쫓아갈 수 있을까?


기꺼이 아버지를 모시겠다고 할 수 있을까?

..... 



여전히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저 자신을 봅니다. 



이 영화를 통해 노년의 시간에 대해 

이해가 넓어졌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기만 하면 

편할 거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확실히 알겠더군요. 



제 아버지가 왜 그렇게 기를 쓰고 

자기만의 작은 농장에서 텃밭을 가꾸는지, 

왜 쉬지를 못하고 계속 일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오랜만에 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서로 별로 할 말도 없어요. 

그냥 안부나 묻는 정도지요. 

건강 잘 챙기시라... 쉬엄쉬엄 일하시라...

그 밖에는 별로 할 말도 없다는 게 

아야와 저의 공통점이네요. 



그래도 사랑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젊었을 때는 그런 말씀도 잘 안하셨는데 

이제는 당신도 절 사랑한다고 말씀하셔요 



내가 늙으면 어떻게 살게 될지도 

생각해봅니다. 

아직은 잘 상상이 안 되네요...

하루종일 거리를 배회하던 

아야의 아버지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정말 그렇게만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작품은 코믹한 분위기로 흘러갑니다. 

코미디 영화예요. 가족 코미디 

제 글처럼 심각한 내용은 아니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미성년> : 아버지, 어머니, 왜 그러셨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