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목포 여행 에세이 -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것
100년 전쯤 일본에 의해 개항되었고,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삼고 착취했던 30년 동안 남도의 좋은 곡식들이 대부분 여기서 일본으로 보내졌던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 바로 여기, 목포 해안동이다.
예전에 회사일 때문에 한동안 여기서 지낼 때는 이곳에 대해 잘 몰라서 그냥 '오래된 어촌마을'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이 오래된 풍경 안에는 억울하고, 괴롭고 처절한 역사가 배어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800년대 말 프랑스 파리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벨 에포크' 시대처럼 목포도 그즈음 대한민국의 '4 대항 6대 도시'안에 들어갈 만큼 부흥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후로는 안타깝게도 발전이 멈추어서 100년도 더 된 건축물이 많이 남아있다. 오래된 풍경이다.
지금은 정겹고 많은 이야기들이 가득해 보이는 이곳의 풍경이 10년 전 20대 초반이었던 사회초년생에게는 왜 그렇게 절망적인 풍경이었는지 모르겠다. 어시장 옆에 임시로 한 달 정도 지내려 했던 모텔에 도착하자마자 "아 여기서 어떻게 살지?"라는 생각이 들더니 며칠 계속 "어렵게 입사한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던 기억이 난다. 인천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 서울에 있는 그 사람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제 가족들을 빼고는 이제 거의 교체되거나 대체되거나 잊혔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어느새 나는 지금은 그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나이가 되었다.
목포역에서 목포여객선터미널 쪽으로 걷다 보면 그래도 아직 100년 전 풍경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꽤 많이 있다. 사람들, 그리고 나, 도시는 모두 변해가는데 여기 목포만큼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곳. 옛 모습을 상상하며 거닐 수 있는 이곳이 참 좋다. 다만 이곳의 건축물들이 이제는 하나씩 사라지고 있는 게 못내 아쉽다.
위치 : 목포여객선터미널 근처 해안동 일대
목포항,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찻길을 건너면 있는 구도심, 해안동 일대. 1920년대 도시가 성황 했을 시기에는 여기가 가장 번화가였다. 목포항 따라서 디귿자로 가면 '삼학도 공원'이 있고, 근처에 유달산, 온금동 등 오래된 마을도 있으면서 '목포 민어의 거리'같이 먹을 데가 많아서 목포에 여행 오면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이다. 근처 섬으로 가는 배, 심지어 제주로 가는 배들도 여기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출항한다. 목포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곳이다. 맛집이 많은 것은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