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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메 Jun 25. 2021

EP1. 혼자 떠나는 이유

그~~~~~~~냥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자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나리다
- 헤르만 헤세

며칠 전엔 문득 혼자 여행을 떠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맘이들까 차분히 살펴보니 거창해보이는 이유들이 꽤 많다.


1. 방황의 시간이 오래되었다. 20년 1월부터 퇴사를 하였으니 어느덧 일 년 하고도 반이다. 태생이 게으른 것도 있고, 행동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고 여러 이유로 하고자 하는 것들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다고 허망하게 나의 방황기를 마칠 순 없으니 나의 방황의 쉼표를 혼자 여행으로 찍을 참이다.


2. 방황의 시간에서 발견한 나는 나를 표현하고 싶어 했다. 그게 영상이든, 글이든 방법은 무엇이든간에 내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내 이야기로 세상이 더 다정해지고 더 자유로워졌으면 했다. 여행은 수단일 뿐이다. 여행을 빌미로 나의 흩어지는 생각들을 붙잡아 볼 참이다. 


3. 여행을 가로막는 자질구레한 속박들을 내려놓았을 때 내 인생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사실 혼자 여행을 할 기회는 많았다. 숱한 이유를 들먹이며 가지 않았지만 결국 이유는 하나이다. 사실 행동으로 옮길 만큼 절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긴 여행을 가려고 하면 꼭 가고 싶은 회사 채용 공고가 보였고, 업무 의뢰가 들어왔다. 그런 것들을 떨쳐낼 만큼 나는 사실 떠나고 싶지 않았거나 떠나고 나서 아무것도 얻는 게 없을까 두려웠다. 


4.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고 싶다. 언제부터인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소재가 없어졌다. 내가 개그맨도 아니고 에피소드를 수집하러 굳이 여행까지 갈 일인가 싶지만 나는 이야깃거리가 많은 사람이고 싶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에피소드를 수집하고 싶다.

5.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난다.' 2016년 지대넓얕에서 김도인님이 썼던 워딩인데 무려 5년 전인 그때도 채사장님이 식상한 워딩이라며 혀를 찼다. 너무나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내가 살면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내가 나를 찾아봐야 다른 사람도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적고 보니 이유가 많아 보이고 거창해 보인다. 사실 큰 이유는 없이 그냥 떠나고 싶다. 차일피일 미루는 내 모습에 지쳐 홧김에 떠나는 이유도 있다. 떠나는 일에서 나를 찾을 수 없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해보기 전엔 모르는거 아닌가? 혹시 모른다 가서 내가 득도를 할 수도 있는 일이다. 떠나는 날짜는 7월 1일 앞으로 6일 남았다. 과연 나 진짜로 떠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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