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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부엉 Mar 13. 2022

2월

2022년 2월의 기록

2 한달내 일이 많아서 야근을 자주 했지만 스트레스 받지 않았고,  속에서 일과  사이 적정한 균형에 이르는 법을 한번  배웠다. 회사일이 따분해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자주 보고싶은 사람과 친구들이 생겼고 부지런히 함께 시간을 보낸덕에 겨울의 막바지가 춥지 않았다. 다가올 , 3월을 고대하게 만드는 2월이었다.


이달의 넷플릭스

소년심판

소년법의 최고 형량은 10호 처분, 소년원 2년 수감이 전부이다. 소년법을 형법과 별개로 제정한 이유는 소년은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에 갱생과 교화의 기회를 줘야한다는게 핵심이다.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와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게 사회의 의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소년이 갱생될 수 있을까?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사람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의지가 필요하기에, 그만큼 본인 인생에 큰 영향을 주는 사건이 있어야 한다. 범죄를 저지른 미성숙한 소년이라면, 이미 그 대담함이 보통의 수준을 넘어섰을 것이기에 더 크나큰 임팩트가 있어야 변화의 동인이 생길텐데, 최고 형량 2년이 그들에게 두렵게 다가오기나 할까? 소년범을 향한 다면적인 시선을 보여줬지만, 마지막화 임팩트가 너무 강해서인지 마음이 좋지 않다.


타다: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타다 서비스의 시작과 종료, 그리고 재도약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타다는 여객 자동차 운수법의 예외조항에서 시작한 합법적인 서비스였다. 예외조항이라도 법적으로 제정되어 있다면 그건 불법이 아니다. 애초에 문제가 되었으면 예외조항으로조차 넣지 않았겠지. 그래서 첫번째 재판에서는 합법적인 서비스로 결론이 났으나, 이후 2주만에 법 조항이 바뀌는 일이 발생한다. 이른바 타다금지법으로 예외 조항에 '관광 목적' '항공이나 항만' 을 가는 10인승 이상의 차량일때만 운전자를 지정할 수 있다는 조건을 붙인것이다. 문제는 이게 첫번째 재판 후 2주만에 일어난 일이었다는 것이다. 이유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눈치를 보느라. 자영업자 비중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적지 않은 규모의 택시업계 민심을 잠재우겠다는 이유였을 것이다. 타다 - 택시업계, 양방향 모두 다 이해가 되는 입장이고 그렇기에 시간을 가지고 풀어가야하는 문제인데 이렇게 날치기 식으로 법까지 바꿔가며 스타트업 하나를 죽이다니. 정치적인 이유로 새로운 시장의 기회와 성장을 뭉갠 이 사건이 앞으로의 혁신 기업 사례에서 얼마나 못된 선례로 남을지 다시금 분노가 차올랐던 시간이었다.



이달의 책

1차원이 되고 싶어

소설의 시작은 주인공에게 나는 니가 지난 학창시절에 한일을 알고있다- 로 시작된다. 이 한 문장을 시작으로 사건과 인물의 점점 넓어지는데, 뜬금없지만 이 소설 내용과 별개로 나는 저 문장에서 나의 10대 시절을 돌아보게 되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나는 참 부끄럽다. 어디서 동창이 나타나면 숨고싶을 정도로. 고등학교 친구들을 제외한 중학교 동창이 남아있지 않은 이유도 어쩌면 내가 지난날의 나를 부끄러워하고 있기 때문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지금의 나와 다르다는 뜻. 성격도 행동도 생각도 참 성숙하지 못했고, 요상한 자존심과 고집이 누군가에게 상처로 남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웃긴건, 지금의 나는 또 대학시절의 나도 부끄러워한다. 그때도 성숙하지 못했던건 마찬가지였고, 너무 여리고 어두웠고 질투가 가득했다. 그래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놓쳤고 그게 누군가에게는 또 상처로 남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10년 후의 나는 삼십대 초반의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문득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내가 얼마나 솔직함을 어려워하는지 알게되었다. 솔직한 사람이 되자고 다짐하면서 좋은 모습에서만 솔직해지려고 하네 쩝



이달의 생각

01. 말랑말랑한 기획자

요즘 들어 스타트업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부쩍한다. 맨땅에서부터 빌드업해나가는 성취감, 제한 없이 아이디에이션할 수 있는 말랑말랑한 기획들, 앞뒤 안재고 달리는 러쉬 타임. 더 늦기전에 이런 일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다니는 회사도 너무 좋고 편안하고 여전히 배울 점이 많지만, 아쉬운 점은 도메인의 특성 및 조직구조의 특성상, 우뇌를 쓸일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뭔가 새로운 피쳐를 만들기 보다는... 팔로업하고 고도화하기에 바쁜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프로덕트 매니징이라기 보다 프로젝트 매니징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하다. 한편으로는 막 아이디어를 짜내고 고민할 일은 없어서 편안하다. 이전회사에서는 그게 너무 스트레스였는데, 또 막상 이렇게 상황이 달라지니 서비스를 담당할때가 재밌었는데 라는 생각도 든다. 답도 없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빌드업하고 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는데 말이지.

이직 후 겨우 적응하고 이제야 좀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다니고 있는 것 같은데, 또다시 아쉬운점이 보이고 궁둥이를 떼고싶은 것을 보니 한번 이직러는 영원한 이직러라는 말이 무엇인지 알겠다. 정착할 곳을 찾기에는 아직 너무 젊으니까, 한번 더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 물론 여기서 조금 더 성장하고 포트폴리오를 쌓은 다음에... ㅎㅎㅎ 내년 이맘때 쯤 이직하는 것을 목표로, 슬슬 포트폴리오 정리를 시작해놔야겠다. 3년이라는 짧은 경력으로 포폴 준비하느라 있는뽕 없는뽕 다뺏었는데, 이제는 5년의 시간이 생겼으니 커리어 로드맵 관점에서 거시적으로 재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말랑말랑한 기획자가 되는게 목표였는데 지금의 나는 너무도 딱딱한 기획자가 되어버렸다. 이게 맞는건지, 잘못 가고 있는건 아닌지, 나의 갈증은 무엇인지, 이력서를 업데이트 하다보면 생각정리가 다시 한번 되겠지...


02. 딱 이정도만

요새들어 마음이 아주 편안하다.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1. 조급함이 사라졌고 2. 느슨해지는 일상에 대해 관대해졌고 3. 일과 돈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좋게 말하면 인생에 여유가 생긴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더 이상 애쓰지 않는다는 이야기인데, 작년까지는 이 간극 사이에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주기적으로 반성해왔으나 올해들어서는 아예 마음을 굳힌것 같다. 물론 좋은 쪽으로.

근데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각이 굳어버린 내가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음 뭐랄까... 앞으로 내 인생은 여기서 더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계속 이렇게 일을 하고 작은 성취감을 붙잡으며 기뻐하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겠지. 아주 평범한 삶을 살아갈 테고, 창업을 해서 새로운 씬을 만들거나 아니면 임원이 되서 회사를 운영하거나 혹은 억단위의 떼부자가 되거나... 뭐 그런 드라마틱한 일은 아마도 없을테다. 그런 일을 기대하지도 않기에, 미래를 바라보며 현재를 희생하는 일도 없을 것 같다.

그러니까 나는 내 인생을 뒤집을 만큼의 레벨업은 더 이상 이루지 못(안)할것 같다는 것이다. 딱 이정도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싶은데, 이게 너무... 야망 없는.. 노력하지 않는 삶처럼 보인다는 게 나를 자꾸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왕 태어난거 멋진 삶을 살고 싶은데 그러기를 포기한다는것이 내 인생에 무책임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인정하기로 한 이유는 이런 선택도 나름대로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위로 솟구치고 싶은 에너지가 절약되면 주변으로 힘을 분산하게 된다. 평일내내 회사에서 골머리 앓다가 주말에 소중한 사람과 시간을 보내며, 그래 이렇게 즐거우면 됬지 그깟일이 뭐가 대수라고 스트레스를 받나 라고 되내이는 것처럼. 어떤 삶이든 나름대로 쓸모가 있고 의미가 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멋지고 똑똑한 사람이 되는 것도 유의미하고, 내면에 집중하며 스스로를 탐구하는 삶도 의미가 있고, 주변 사람들과 에너지를 나누며 사는 것도 대단한 삶이다.

누군가 인생은 레벨업이 아니라 스펙트럼을 넒히는 일이라고 했다. 지금의 나에게 딱 필요한 이 말을 오래도록 기억하며 때때로 밀려오는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씻어내야지. 느슨하게 살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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