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5월의 월말정산
지난 1년간의 성과에 대한 고과평가와 인센티브, 연봉협상을 마쳤다. 이직 후 맨땅에 헤딩하듯 고생했던 기억을 생각하면 고성과를 받은 내가 꽤나 대견하다. 평가가 좋은 덕에 인센티브도 많이 받았고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연봉도 훨씬 많이 올랐다. 기분이 좋았다 한 5분 정도?
워라벨 좋고 안락한 이전 직장을 나와 이직러가 되야겠다고 생각한 배경에는 몸값을 올리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이직때 올린 연봉 이후로는 이번이 첫 연봉협상이었는데,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썩 만족스럽지 않다. 돈 많이 벌고 싶다.. 인정받고 연봉 점프업하고 싶다.. 그렇게 염불을 외웠는데, 막상 한 발자국 떼고 나니 저 멀리 앞서가고 있는 사람이 제일 먼저 보인다.
졸업후 학교밖을 나와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은 세상에 정말 똑똑한 사람, 잘난 사람, 부유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다. 십여년을 서열화된 제도권 교육을 받았던 지라, 세상 밖으로 나오자 마자 나도 모르게 나는 어느 레벨쯤 속하는 인간인가 재보았던 것 같다. 중간 이상은 가겠지라고 예상했지만 너무도 평범 그 자체였고, 현실과 이상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에 괜한 열등감이 생기지 않으려고 부단히도 자존감을 북돋는 연습을 했던 것 같다. 세상을 꼬아보는 사람이 제일 꼴불견이라고 느끼는 편이라, 구김살 없는 성숙한 어른이 되고자 노력했는데 최근들어 다시 잘 들여다보니 마음속 한 켠이 구겨져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만큼 연봉 올렸으면 뭐하나, 나랑 똑같은 연차에 몇천을 더받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이만큼 인센티브 받으면 뭐하나, 금융권 다니는 애들은 신입사원도 억단위로 받는다는데. 월급 아껴서 돈 모으먼 뭐하나, 부모님한테 용돈받아쓰면서 월급 전액을 저축하는 애들도 많은데. 금융권으로 취직할껄... 전문직 도전해볼껄... 대학원 준비할껄... 끝도 없다.
사회 초년생도 아니고, 왜 이제와서 이렇게 못된 마음이 드는걸까. 그들도 다 노력하고 체력, 시간 갈아가면서 일했으니까 그만큼 받는 걸텐데, 왜 마냥 부럽기만 하면서 나도 그때 그길로 갈껄.. 이라고 밑도 끝도 없는 한탄만 하는건지. 나도 안다 그저 주변과 비교하며 스스로 자존감 갉아먹고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ㅠㅠ 이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주체가 안된다는게 나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
삼십대가 되고 보니,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갈 친구들이 보인다. 그게 어떤 의미에서든, 내가 저 친구와 삼십대 사십대 길을 함께 걸어나가기는 힘들겠구나라는 사실이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관계라는게 감정만으로 유지되기 힘들다는 것을 자주 느껴서인지, 다른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며 내가 생각보다 별거 없는 인간임을 체감한다.
나의 노력으로 오늘보다 내일 몇 푼 더 벌게됬다는게 아주 사소한 일로 느껴져서, 아주 잠깐 기분이 좋고 말았던 것 같다. 패배감에 젖는 기분이다. 이 기분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 패배감과 우울감을 떨쳐내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만큼 능력을 키우는 것. 그리고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일상 속에서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공부를 습관화하기.
22년도 다짐 중 하나였지만 아직도 시작하지 못한 이유는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뭐라도 해야할 것 같긴 한데, 커리큘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명확한 목표가 있는것도 아니다보니 어물쩡 뭉개고 있었던 것이다. 해야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데 실행하지 않는건 결국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하락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 나에게 당당할 수 없으니 타인과 비교가 되는 순간에는 오죽할까. 아무튼... 남은 6개월동안은 이런 스터디 습관을 만들어볼 예정이다. 사실 공부라기보다는 꾸준한 읽기와 관심, 이해한 내용을 아카이빙하기, 다시 내 언어로 풀어내서 체화하기 이 3가지 행동에 대한 연습에 가깝다. 당장은 도움이 되지 않을지 몰라도, 시간이 쌓이면 내 커리어 지식이 조금은 깊어지지 않을까. 그렇게되면 직업인으로써의 내가 부끄럽지 않고 연봉, 명예 등과 무관하게 순전히 내 일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연말에 조금 더 성장할 내 모습을 꿈꿔보며 6월부터 시작할 리스트를 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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