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사자처럼 합류 후 10개월 동안의 이야기(3)
이번 글은 총 3편의 시리즈 중 마지막 편입니다. 디자인 팀에 계신 분들, 팀을 만드시는 분들, 팀과 조직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저의 경험담을 적어봤어요. 실수한 것들도 많고, 이상을 꿈꾸다 알게 된 현실들도 많습니다. 너그럽게 제 경험을 읽어주세요 :)
1편: 멋쟁이사자처럼 합류와 초기 디자인 팀 구성, 채용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https://brunch.co.kr/@jihere1001/31
2편: 새롭게 합류한 팀원들, 기존에 있던 팀원들이 함께 발을 맞추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https://brunch.co.kr/@jihere1001/32/
1편과 2편을 읽어주신 분들 모두 너무 감사드려요.
자, 그럼 3편 시작합니다!
멋사의 신규 교육 플랫폼의 MVP 버전 (프로젝트라이언)을 론칭한 직후의 기억이 난다. 당시 프로덕트 팀은 축배를 들기보다는 그다음 스텝을 가기 위한 고민이 가득했다.
"지금 출시한 MVP는 정말 교육 플랫폼으로 최소한의 기능만 담고 있어요. 물론 이 기반이 마련되었기 때문에 제품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게 되었지만... 어서 우리만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가능한 한 빨리 제품적으로도 우리 고유의 교육 지향점과 방식이 확립된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그 후 재빠르게 외부에 전달되는 모든 메시지들을 일관되게 정리해보죠."
"지금 이 상태로는 아직 우리만의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할 수 없어요. 실제로 그렇지도 않고. 일단 마케팅 측면으로도 내년(2022년)에 1.0 버전을 출시하기 전까지는 각 클래스를 지원할 수 있는 마케팅만 집중할게요. 플랫폼 자체에 대한 마케팅은 1.0 버전 출시 후 색깔을 뚜렷하게 담아 진행합시다."
9월 MVP 론칭 이후에, 멋사 내부에서는 계속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플랫폼을 만드는 제품팀(개발팀+디자인팀)은 지속적으로 협업 효율화 및 제품 고도화를 위해 집중했다. 무엇이 우리만의 고유한 교육 방식인지 정의하기 위한 리서치, 제품 아이디에이션, 난상토론, 자체 탐구가 매일같이 이루어졌다. (이는 이 글을 쓰고 있는 1월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스타트업의 제품은 어느 시점에 '완성'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매일매일 더 나아질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나갈 뿐.)
"운영 팀에서 현실적인 장벽과 어려운 지점들을 협업 과정에서 말씀 주실 것이니만큼, 제품팀에서는 기본적으로 공급자 입장이 아닌 사용자 입장을 최대한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해봅시다."
"제품을 만드는 팀마저 현실적인 제약 사항에 붙들려 절충안을 '먼저' 내놓는다면, 발전할 수 없어요."
멋사의 오프라인 교육을 주로 담당하는 커뮤니티 팀과 온라인 교육을 담당하는 콘텐츠 팀 간의 교류도 더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팀, 콘텐츠 팀, 디자인 팀, 개발 팀 등등.... 기존에 각자의 트랙으로 각각 움직이던 팀들의 교류가 점점 활발해지고 있었다. 팀 전반적으로 우리 다움은 무엇인지, '멋사다움'은 무엇인지 대해 공통의 정의를 보다 뚜렷하게 가져가야 할 때였다. 적합한 시기에 모든 팀 전체가 공감대를 가질 수 있도록 잘 규합하지 않으면 추후에는 이를 시도하는데 너무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든다.
다행히 이즈음에 멋사 BX 팀을 조직적으로 새롭게 구성할 수 있었다. 10월경 BX 팀 리드 분을 새롭게 모시고 재빠르게 '멋사다움'에 대한 정의를 다각적으로 진행하기 시작했다. BX 팀은 멋사 내 모든 조직의 리드들, 구성원들과의 대화를 시도했고 이를 토대로 브랜딩의 기초 틀을 잡아나갔다.
틀을 잡아나가며 BX 팀이 전체 팀에게 당부한 메시지가 있다.
"아무래도 시각적으로 먼저 짠! 멋진 걸 기대하고 계실 수도 있겠지만, BX팀에서는 먼저 모든 팀 분들의 목소리를 듣는 작업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멋사의 구성원들이 멋사라는 회사에 대해서, 방향성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먼저 듣고, 그 이후에 방향성을 제안하도록 할게요. 일방적으로 먼저 만들고 제안하는 것으로는 구성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그리고 팀 내 인원들조차 공감하지 못하는 브랜딩은 무너지기 쉬운 모래성 같은 거예요. 모두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 '멋사다움'에 대한 정의 시도를 차차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속도가 아쉬울 수 있겠지만 부디 기다려주세요. "
멋사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는 비영리기업으로, 2018년부터는 영리법인으로 재편해서 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히스토리도 길고, 우리가 흔히 레거시라고 부르는 기존 잔재/파편들이 너무나 많았다. 리브랜딩 관련 업무를 진행해보신 분들이라면 이 환경이 얼마나 까다로운 환경인지 잘 아실 것이다. 이를 재편하는 과정은 난이도가 무척 어렵고 섬세한 작업이 될 것이다.
마음은 급하지만 서두르지 말자. 조바심이 나지만 차근차근 서로를 독려하며 진행하자. 디자인 팀 안에서만 이야기를 나누지 말고 꼭 멋사 내 모든 팀 분들과 교감하여 하나하나 공감을 쌓아 올리자
위와 같은 뚜렷한 주관 아래 BX팀은 10월부터 브랜딩에 대한 작업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 결실을 많은 분들에게 선보일 수 있길 기대 중이다.
포스팅을 빌어 BX 팀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완전하게 업무 시스템이 확립되지 않은 이상 초기 스타트업의 BX팀은 '브랜딩' 업무와 더불어서 회사의 이름을 달고 나가는 모든 아웃풋에 관련을 가지게 된다. 초기 BX 팀의 경우 콘텐츠 디자인, 마케팅 디자인 관련 업무에도 대부분 투입된다는 뜻이다. 현재 이런 시기를 지나고 있는데, 끈기를 가지고 함께 돌파해주고 계신 점에 감사를 전한다. (또한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해주시는 브랜드 마케팅 팀, 커뮤니티 팀, 콘텐츠 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를...!)
멋사 내의 모든 팀들이 합심해서 달려 나가고 있을 때, 회사의 대표이자 선장인 두희 님 역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멋사에서는 매주 월요일 경영과 관련된 리더 회의가 있는데 두희 님께서 처음 들어보는 화두를 꺼냈다.
"그... NFT 프로젝트를 지금 하나 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멋사와 관련 없는 것은 아니고요. 추후에 우리가 시도해볼 수 있는 여러 미래 방향성 중에 하나로 실험을 하고 있어요."
"네...?"
두희 님은 이런 일이 종종 있다. 기존에 팀원들이 생각하거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영역에서 불쑥 결과물을 들고 오실 때가. 그리고 난 이런 두희 님의 모습을 꽤 좋아하는데... 약간 그... 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주인공 루피의 느낌이 들어서 그렇다. 엄청 계산적이고 전략적이며 실리를 따지는 경영인 모습처럼 느껴지진 않지만, 재밌잖아...? 이럴 때 난 꽤 두근거리고 새로운 탐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설렌다.
그렇게 해서 나온 프로젝트가 메타콩즈 와 실타래 다. 블록체인, 크립토, Web 3.0, NFT 분야에 관심을 두고 계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 두 프로젝트는 현재 국내 NFT 레코드를 모두 갱신하고 있다.
위 프로젝트들을 같이 참여하는 형태는 아니었지만(아쉬워라...) 어떤 식으로 준비하고 있는지, 프로젝트에 참여하신 분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는지를 근접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무척 고무되는 일이었다. (실타래 프로젝트 같은 경우는 민팅 라이브 하는 광경을 봤는데, 그때 긴장감이란...)
개발 능력과 크리에이티브를 가진 대표와 함께 일하는 것은 진짜 재미있는 일이다. 물론 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고 가끔 너무 다이내믹해서 간 떨릴 때도 있긴 한데... 어차피 도전하고 싶어서, 똑같은 루틴으로 내 삶이 돌아가는 게 싫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을 해보고 싶어서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또 이런 신나는 환경이 없다. 그리고 시도만 하는 게 아니라 꽤 높은 확률로 멋진 결과도 가져와주는 Pioneer 성격을 가진 대표라니.
선장이 모험을 할 줄 알아야 팀도 함께 긍정적인 방향으로 모험을 할 생각을 하게 되는 법이다. 아무쪼록 계속 거침없이 팀과 함께 모험을 이끌어주는 선장님 해주세요, 두희 님.
한국에서 멋사 팀과 두희 님이 신나게 파도를 타고 있을 무렵, 2021년 연말 샌프란시스코 UC 버클리 인근에서도 열심히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멋사 US 팀의 리드인 종현 님이었다. 종현 님은 버클리 지역에 있는 대학생 분들을 대상으로 멋사 US의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진행 중이었다.
거창한 무언가를 오래 준비해서 해보기보다는, 멋사가 가장 잘하는 것을 가장 빠르게 시도해보자 라는 목표 아래 종현 님은 미국으로 건너갔다. 2021년 연말 3주 동안 멋사의 인텐시브 개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정이고 나도 함께 교육을 도왔다. 개발 교육과 더불어서 디자인 교육을 살짝 더하는 개념으로 지원사격을 했다.
원래는 나도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넘어가서 오프라인으로 교육을 도울 예정이어지만, 오미크론 때문에 무산되고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교육을 도왔는데... 아무래도 시차 때문에 꽤나 타이트한 일정이 되었다. 한국 시간으로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교육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난 강남 아침 새벽반 학원강사님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완전히 준비된 모습으로(풀착장) 그 시간에 수업을 하시던데 그게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환경적으로 아주 쾌적하다고 할 순 없었지만 최선을 다했고, 2022년도 멋사의 첫 US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특유의 낙천적이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이끌어주신 종현 님에게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 시작이니 계속 착착 함께 진행 해나 가요 종현 님!)
멋사의 미국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더 경험치가 누적되면 작성해보고 싶다.
사실 이것저것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어느새 글이 3편이고, 무엇이든지 적당한 선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본 시리즈는 이 정도로 마무리를 지으려고 한다.
글을 쓰면서 느낀 것이, 분명 나는 현재 멋사에서의 모험을 꽤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멋진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과 치열하게 논의하고 나름의 답을 내어 시도하는 이 시간들을. 우리가 지향하는 교육에 대해서 끊임없이 토론하고, 두희 님은 항해의 선장으로 제일 앞선에서 모험을 거듭하며 팀원들에게 길을 여는 모습이 좋다.
2021년이 본격적인 항해를 하기 위해 배를 건조하는 시간이었다면,
2022년은 돛을 펴고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의 여정에 승선하고 싶은 분들께 제가 언제나 근처에 있음을 알리며.
BON VOYAGE!
총 3편의 시리즈로 이어진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많은 디자이너 분들에게 좋은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멋쟁이사자처럼은 지금 UX 리드 디자이너, 시니어 UX 디자이너, BX 디자이너를 채용 중이기도 합니다. 궁금하신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제게 연락 주세요 : ) 그리고 Senior PM을 포함한 목적 조직(squad) 별 PM도 채용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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