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뮤지션들의 아이돌, 지금은 아이돌의 아버지
레이블: 지구 레코드
출시일: 1990년 11월 30일
머리가 큰 이후로, 내 기억 속의 윤상이란 사람은 뮤지션이라기 보단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이 존경하는 인물', 노총각 4인방으로 예능에서 활약하던 잘생긴 아저씨,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 러블리즈 프로듀서로, 앤톤 아빠 등 다른 활약 상으로 더욱 익숙했다.
그래서 그가 노래하는 모습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의 음악이 내 인생 타임라인 곳곳에 박혀 있어 알게 모르게 나를 윤상에 저며들게 했을 뿐이다.
SES나 옥상달빛 버전으로 알게 된 '달리기'란 곡이나 조원선의 '넌 쉽게 말했지만', 윤건의 '가려진 시간 사이로', 아이유의 '나만 몰랐던 이야기' 등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이 그의 노래를 부른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오늘 윤상의 1집을 턴테이블에 올려 듣다보니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왔다. '한 걸음 더'란 곡인데 나는 이 노래를 쿨 이재훈이 부른 버전으로 접해, 한창 번아웃에 빠져 있을 때 종종 찾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숨 가쁘게 흘러가는 여기 도시의 소음 속에서
빛을 잃어가는 모든 것 놓치긴 아쉬워
잠깐 동안 멈춰 서서 머리 위 하늘을 봐
우리 지친 마음 조금은 쉴 수 있게 할 거야
한 걸음 더 천천히 간다 해도 그리 늦는 것은 아냐
이 세상도 사람들 얘기처럼 복잡하지만은 않아
잠깐 동안 멈춰 서서 머리 위 하늘을 봐
우리 지친 마음 조금은 쉴 수 있게 할 거야
한 걸음 더 천천히 간다 해도 그리 늦는 것은 아냐
이 세상도 사람들 얘기처럼 복잡하지만은 않아
한 걸음 더 천천히 간다 해도 그리 늦는 것은 아냐
이 세상도 사람들 얘기처럼 복잡하지만은 않아
윤상 버전의 '한 걸음 더'는 트럼펫 솔로로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그때 그 시절' 느낌이 물씬 나는데, 내가 알던 버전보다 조금 느린 템포에 샤프한 이재훈의 음색보다는 좀 더 부드러운 윤상의 목소리가 곡을 더 서정적으로 만들어준다.
익숙한 사람의 낯선 얼굴이 담긴 앨범 커버와 익숙한 곡의 낯선 배리에이션을 발견할 수 있는 게 바이닐을 즐기는 방식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별의 그늘
잊혀진 것들
행복을 기다리며
무지개 너머
남겨진 이야기
알 수 없는 일
한 걸음 더
시간의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