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플러스가 핫하길래 + 한달 무료라길래 호기심에 시작해 보았다.
6월 초부터 시작했으니 두 달을 거의 채웠다.
인상깊게 읽은 아래 글을 포함, 혜택이 계륵같다는 평들이 많았는데 한 명의 소비자로서 체감 만족도는 어땠는지 조금 적어 본다.
가입해두고 별 생각없이 평소와 비슷하게 쇼핑을 했다. 홍보처럼 최대 5%인지 혜택을 매번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멤버십페이지는 물론 네이버쇼핑 플로우에서 검색목록, 제품상세, 구매결정, 구매내역에 이르기까지 네이버플러스의 시각적 표시(파랑바탕에 +아이콘, 파랑과 초록의 그라데이션)에 계속 노출되어서 아, 뭔가 많이 쌓이고 있군, 무지개가 나오면 좋은거군, 이런 인상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원래도 네이버쇼핑이 구매확정하면 몇백원, 포토후기 쓰면 몇백원 이렇게 잘 퍼주는 편인데 한숟가락 더 얹어 주는구나 정도? 꽤 괜찮았다.
(개인적으로는 가격비교, 최저가, 포인트적립 따지는게 좀 지겨워지기도 했다. 요즘은 그냥 쿠팡에 로켓배송 되는거 있으면 그걸 사고, 없으면 네이버 검색해서 첫번째 뜨는것, 취향타는 먹거리는 마켓컬리, 이 안에서 대부분의 쇼핑이 끝난다. 가격이 예전보다 덜 중요해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러고 어영부영 한달이 되어가는데 뭔가 허전하다. 쿠팡 로켓와우도 잊을만하면 2,900원 결제문자가 날아와서 그래 이정도는 지불할수 있지 되새기는 한달에 한번씩 월례행사가 있는데... 네이버는 안온다. 뭐지 한달무료가 연장되었나? 시스템 오류인가? 그런 헛된 희망을 가지고 결제내역을 찬찬히 뒤져보니
네이버포인트로 결제되었던 것이다. 찔끔찔끔 쌓인 포인트가 어느새 커져서 멤버십 요금을 차감하고도 모른채 지나간 것이다. 날봐 내안의 포인트가 이렇게 크게 자랐어
난 네이버에서는 쇼핑을 월 10~20만원 하는데, 이 정도면 쌓이는 포인트로 멤버십 요금은 충분히 커버가 되는 것 같다. 티끌모아 태산으로 포인트 모아가고 싶은 고객에게는 좀 싫을 수 있지만, 포인트 자체가 퍽퍽 잘 쌓이니까 빠져나가도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 조세저항... 아니 가격저항이 적다는 얘기다. 고객들이 멤버십 가입을 자연스럽게 여길수록 + 나처럼 유료인지를 잊어버리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네이버가 쓸 수 있는 패는 다양해질 것이다.
멤버십 사용자는 아래 혜택 5개 중 4개를 고를 수 있다.
네이버웹툰/시리즈 쿠키 20개: 좋아하는 만화에 찔끔 써보고는 봉인하고 있다. 한번 쓰면 계속 쓰게 될까봐... 보통.
바이브 음원 300회: 멜론을 해지하고 갈아타 보았다. 음악을 자주 듣는 편은 아니어서 모자라지 않다. 만족.
시리즈온 영화/방송용 감상용 캐시 3,300원: 2,500포인트짜리 영화 하나 보았다. 넷플릭스에도 왓챠플레이에도 없는 것이었음. 만족.
네이버클라우드 100GB: 선택 안함. N/A.
오디오클립 오디오북 대여 할인쿠폰: 팟캐스트나 오디오북을 안들어서 패스했다. N/A.
음악은 일반적인 스트리밍 이용권이 8천원대이고 기존에도 별 생각없이 빠져나가던 돈이라, 이것만 적당히 대체해도 내겐 나쁘지 않은 딜이었다. 다른 것도 엄청 매력적이진 않지만 있으면 요긴히 쓰는 컨텐츠들. 이게 멤버십의 킬러서비스가 되거나 이것 때문에 락인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굳이 비교하자면 아마존 프라임 고객에게 프라임 비디오가 공짜인 것과 비슷하달까.
한편으론 컨텐츠상품 여러 개를 늘어놓아서 산만해 보이는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때그때 네이버에 유리한 대로 구색을 조금씩 바꿔서 내놓아도 소비자는 잘 모를 것 같다. (고백하자면 네이버플러스 가입해 놓고 혜택고르기를 보름정도 안하고 방치하고 있었다. 아예 안 해놓은 고객도 꽤 있을 것 같다.)
네이버쇼핑이랑 페이에서 계속 홍보해 주고 + 멤버십 가격도 싸고 + 쌓이는 포인트로 매월 결제되는지도 잘 모르고 넘어가는 특성 때문에, 네이버 멤버십의 침투율과 유지율은 꽤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빨대를 상당히 저항감 없이 꽂았다) 네이버에서는 이게 쿠팡 로켓와우처럼 생활쇼퍼라면 으레 가입하는 서비스로 자리잡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아래 스크린샷에서 보듯이 내 멤버십은 '1개월 특가 상품'이다. 4,900원으로 출시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특가이고 언제든 가격을 바꿀 수 있다는 뉘앙스로도 읽힌다. 출시 초기 몇달 동안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는 멤버십 상품을 다양화하거나, 혜택을 늘이거나 줄이거나 실험을 해보지 않을까 싶다. 특히 대부분의 고객에게 멤버십요금은 카드요금이 아니라 포인트에서 차감되니까 부담도 덜할 것이고 말이다.
나는 앞으로도 네이버플러스를 계속 쓸 용의가 있다. (가격은 안 올렸음 좋겠다) 그리고 십중팔구는 다음 결제일인 8월 4일에도 의식 못하고 지나갈 것이다. 다른 많은 고객과 마찬가지로...
그리고 네이버포인트는 타 쇼핑경쟁사 대비 네이버멤버십이 가진 큰 자산이고, 이걸 바탕으로 스멀스멀 잘 할 것 같다. 쇼핑 및 다른 분야에서 잘해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외에 금융(네이버통장)과의 시너지, 배송 관련 혜택(풀필먼트 등등) 정도를 앞으로 예상해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