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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석 Mar 10. 2021

iPadOS의 비직관적인 제스처

또는 iOS 복귀유저 투덜투덜

얼마전 아이패드 에어 4세대를 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UX이다.

2017년(벌써 4년 전) 아이폰 X부터 하드웨어 홈버튼이 없어지고 화면하단에 홈바(? 홈페이지랑 HIG를 찾아봐도 공식명칭이 없는 것 같다. Home indicator 또는 Home bar라고 부르는듯)를 둔 제스처 기반 UX로 바뀌었는데,

개인적으로 몇 년간 아이폰을 실사용 안하다 보니 사용하는 느낌을 못 따라잡아 자괴감이 들던 차였으므로...

(테스트폰 만지면 이거 홈으로 어떻게 가지 어버버버 이러고 있었음 ㅋㅋ)

한 달 정도 이럭저럭 써보았는데, 제스처를 위주로 인상비평을 남겨보고자 한다.



1. 비슷한 게 너무 많아


유사한 제스처가 조금씩 다른 역할을 한다. 개념상 연관된 작업들이긴 한데...

예를 들어 특정 앱을 켠 상태에서 홈바를

살짝 들어올리면 -> 독 띄우기

천천히 들어올리면(Drag?) -> 멀티태스킹 화면

쓸어올리면(Flick) -> 홈으로 이동


이렇게 미묘하게 달라 오류를 유발한다.

특히 다른 앱 띄우려고 슬슬 들어올리다가 홈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또는 독 띄우려고 했는데 홈으로 나가는 경우도 꽤 겪음.

소화해야 하는 과업은 많은데, 커버할 수 있는 동작의 여유분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2.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롱탭 후 액션을 할 일들이 있다. 이를테면 앱 위에 플로팅으로 새 앱을 띄우려면

1)독을 띄우고 -> 2)독에 있는 앱 아이콘을 롱탭해서 -> 3)화면 안으로 드래그해야 한다.

그런데 2)과정 중간에서 앱의 컨텍스트 메뉴가 뜨게 된다.

과업 수행중 별 상관없는 다른 과업이 튀어나오는 건 상당히 성가신 경험이다.

너 부른거 아니야

비슷하게, 홈화면에서 앱 아이콘 정렬 (아이콘들 벌벌 떠는) 모드로 진입 전에도,

저 컨텍스트 메뉴가 중간에 떠서 방해를 한다.


너 부른거 아니야 222


3. 제스처 시대의 사랑


아이폰에 버튼이 있던 시절은 행복했다. 홈버튼 누르면 홈으로, 두번 누르면 멀티태스킹.

버튼을 누른다는 행동은 다른 기계에서 오랫동안 해온 동작이므로, 폰에서도 직관적이었다.

누르는 버튼이 화면 안으로 들어온 (PC의 클릭과도 동일한) 탭(Tap)도 받아들이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응용에 들어가면 이제 조금씩 난이도가 올라간다.

책장을 쓱쓱 넘기듯 Flick, 밀어서 잠금해제 Swipe, 작아서 안보이니까 벌려서 줌인해봐. Pinch. 드래그앤 드랍은 해봤지? 여기선 뭔가 움직이려면 꾹 눌러야 한단다. Long Tap.

조금 어렵긴 했지만 이 정도 선에서 대부분의 내비게이션과 탐색 활동의 니즈가 해결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하드웨어 발전에 힘입어, 몰입감있는 경험을 위해 UI도구 노출이 최소화되기 시작했다.

갤럭시S8 전후로 안드로이드 쪽에서는 소프트키를 쓰는 길을 택했고(보수적이지만 덜 낯선), iOS는 제스처를 들고 나온 것인데...

여기서부터 UI조작이 조금씩 덜 직관적이고 다소 자의적으로 진화하게 되는 것 같다. 현실의 동작을 모방한 게 아니고 이 안의 질서가 이렇게 생겼으니 배워. 처럼... 러닝 커브가 필요한 무엇으로 바뀌어가는 느낌.


사무용품으로서의 컴퓨터에서는 그런 사례가 많이 있었고 낯설어도 배워서 익숙해지면 되었다.

이를테면 맥 터치패드의 여러 손가락을 쓰는 다양한 제스처, 세손가락 드래그, 두손가락 탭으로 우클릭, 윈도우 터치패드에서 더블클릭후 드래그 등...

그런데 생필품으로서의 모바일에서도 점점 이렇게 어려워진다는 것이 괜찮은 방향인지 잘 모르겠다. 정보 취약 계층들이 점점 최신 디바이스를 쓰기 어려워지는 거 아닌가 걱정도 되고. (나의 미래일지도...)

도구의 역사가 길어지니까 난이도가 올라가도 자연스러운 건가, 요즘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이런걸 마우스 클릭하듯이 편하게 쓰는건가... 싶기도 하다.


요즘은 안드로이드에서도 제스처 UI를 선택할 수 있던데 이쪽의 경험은 어떤가도 한번 비교해 보고 싶다. (핸들이 3개던데...)

부디 서로 많이 베끼고 닮고 발전해서 소비자들이 좀더 쉽게 쓸 수 있게, 이거쓰다가 저거써도 위화감이 없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덧. 잠깐 반짝하다 없어진 제스처/조작법도 꽤 있다. iOS의 3D 터치(꾹!세게 누르는 거였던가)라든가.

조만간 더블클릭도 존재감이 희미해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클릭으로 선택, 더블클릭으로 실행의 메타포도 하이퍼링크의 등장 이후 옅어졌고 (선택이 곧 실행이 됨), 물리적으로 더블이라는 기준이 꽤 자의적이기도 하고. 터치에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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