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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석 Apr 06. 2021

갤럭시Z폴드2 To Go 3일 사용기

최근 갤럭시Z폴드2와 Z플립이 출고가를 인하하면서 3일간 기기를 무상 대여해주는 To Go 서비스를 다시 열었다. (뉴스)

출시 때 기회를 놓쳤던 터라 이번에는 꼭 써보리란 생각에 지난 주말간 빌려 사용해 보았다.

유심을 넣어서 사용해도 된다고 해서, 원래 쓰는 회선으로 여러 앱들을 체험해볼 수 있었다.

4월 30일까지 행사를 진행하니 궁금한 분들은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평소 궁금했던 폴더블 UX 중심으로 몇가지 소감을 적어본다. 3일 동안 쓰기도 바빠 스크린샷이 없다. (흑흑)



1. 앱 연속성


커버(접은) 화면과 메인(펼친) 화면 간 연속성을 설정할 수 있다.

커버화면에서 보던 뷰를 펼쳤을 때 이어서 보고, 펼쳐서 보던 뷰를 접었을 때도 볼 수 있다. (참고)

전자는 디폴트로 되는데, 후자는 앱별로 일일이 설정해 줘야 한다. 나는 체험을 해보고자 모두 켜두었다.

그런데 이게 사용감이 조금 묘하다. 이를테면 폰을 펴서 크롬으로 페이스북을 읽고 있다고 한다면, 폴더를 접는 행동이 

1) 작은 화면으로 이어서 보고 싶은 것인지 

2) 접어서 주머니에 넣고 다른 일을 하려 하는지 

구분이 안된다는 것. 같은 앱이라도 사용자의 실생활 맥락에 따라 사용패턴이 다를 수 있는데, 이걸 구분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결과적으로 나는 켜진 화면을 의식 못한 채 주머니에 넣는 실수를 반복했고, 의도치 않은 자잘한 오류를 만들어냈다. (엉뚱한 글에 좋아요를 누른다든가) 

보통의 폰에서는 잠금버튼을 누르고 주머니에 넣는 패턴인데, 연속성 켜진 폴드2는 닫고 잠그고 주머니 3단계가 되는 것이다.

만약 실사용을 한다면, 펼친->접은 연속성은 끄고 사용할 것 같다.



2. 접는다는 행위


1번의 앱 연속성에서 어려움을 느꼈던 이유 중 하나는, 접는다는 행위를 꽤 진지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피처폰 때의 플립/폴더폰은 손가락을 틈새에 넣고 가벼운 스냅으로 열 수 있었다. 닫을 때도 마찬가지로 손가락 하나로 탁 닫든가, 혹은 관성을 이용해서 손목 스냅으로도 닫을 수 있었고 말이다.

반면 폴드2는 접힌 책을 조심스레 펴듯 열어야 한다. 프리스탑 힌지(여러 각도로 거치 가능한 힌지)를 구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전작인 폴드는 좀더 스냅스럽게 닫혔다고 함) 비싼! 내부 메인화면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그리하여 걷는 중이나 대중교통 이용중과 같은 맥락에서는 접고 펴기를 꺼리게 된다. 나아가 폰을 펴고 움직이는 것도 피하게 된다. 파지한 상태에서 움직이는 자세가 잘 안 나와 떨어뜨릴 것 같기 때문이다. 

1) 두 손으로 양 모서리를 책처럼 잡거나(안정적이긴 하지만 책을 펼쳐들고 걷는 모습을 생각해 보라) 

2) 엄지로 한쪽 모서리 또는 화면 안쪽 일부를 잡고 네 손가락으로 받치거나(손이 크고 손목관절이 튼튼한 사람이면 가능할 듯)

하는 다소 애매한 자세가 연출된다. 이로 인해 휴대성에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렵다.

아, 또한 전화를 걸고 받을 때는 꼭 접어야 한다. 수화구 위치 때문이기도 하고 넙적한 폰을 얼굴에 대고 받기도 거북하고... 전화를 자주 쓰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울 것 같다. 지도앱 같은 데서 전화번호 하이퍼링크를 눌러 전화를 걸 때도 접는 단계가 추가되어 번거롭다. (통화 앱에서 매우 작은 잔소리문구로 뚜껑을 닫든지 이어폰을 쓰라고 안내해주긴 하는데 처음 몇 번은 인지하지 못했다)



3. 큰 화면을 잘 써먹느냐 / 서드파티 대응


태블릿 모드를 설정하면 일부 앱에서 태블릿과 유사한 뷰를 제공해 준다. (메시지, 연락처, 전화, 내파일, 인터넷, 캘린더, 리마인더, 유튜브, Gmail, Microsoft Office, Outlook)

다만 삼성인터넷/크롬으로 브라우징해본 대부분의 웹페이지는 데스크탑 뷰 대신 모바일 뷰를 보여 주어 아쉬웠다. 사업자들이 아직은 대응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 같고, 그냥 width가 애매해서 패드용 뷰 기준에 안 걸린 것도 같다. 강제로 데스크탑 뷰를 켜 보니 조금 어정쩡하게 좁아 보여서, 그냥 모바일 뷰로 시원하게 큰 글씨로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증권가 아저씨들이 그렇게 좋아한다고...)

그 외에 캘린더에서는 월간 뷰가 시원시원하게 보여서 좋았고, 지도는 뷰 변경은 없었지만 지도 자체를 넓게 보여주니 시인성이 좋아 만족했다.



4. (번외) 제스처


폴드2 한정은 아니고 One UI 최근버전이 적용된 갤럭시에서는 공통이지만, 설정에서 기존 내비게이션 바 대신에 제스처를 선택할 수 있다.

하단 홈바(?)가 3개짜리도 있고, 1개짜리도 있는데 후자는 iOS/iPadOS와 거의 동일하다.

back 제스처는 화면 왼쪽/오른쪽 가장자리에서 flick이다. 몇 가지 앱을 써 보았는데 앱내/웹페이지내 입력과 충돌하는 경우를 발견하지 못했다. 꽤 안정적으로 동작해서 인상깊었다. 

다만, iOS/iPadOS 사파리에서는 오른쪽 가장자리에서 flick하면 앞으로(forward)가 되었는데, One UI는 똑같이 back인 점은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시스템 전체적으로 잘 작동하니 큰 불만은 아니다. 서로 많이 베끼고 닮고 발전해서 가 잘 되고 있어서 좋았다.



5. 총평


폴더블로서는 진짜 잘 만든 기기이다. 물리적 만듦새도 좋고, UX에서도 여러 케이스를 열심히 고려한 것이 느껴진다.

폴더블이 필요한가, 혹은 내게 필요한 폴더블의 컨셉이 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릴 것 같다.

내가 경험한 폴드2는, "전화가 되고 접을 수 있는 아이패드 미니"였다. 아이패드를 안 샀다면 폴드2 구매를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폴더블은 휴대성을 충분히 갖추고, 원할 때 넓은 화면을 활용할 수 있는 기기였던 것 같다. 폴드2는 훌륭한 기기이지만 이 컨셉을 만족시키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그리고 생각보다 내가 넓은 화면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도 새삼스레 느끼게 되었다.

올해 나올 폴드 신제품 라인업은 어떤 컨셉으로 나올지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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