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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두 Oct 19. 2021

미성년자는 반드시 부모와 함께해야 한다.

놓쳐버린 나의 유년을 떠올리며.

‘헬리콥터 맘’이라는 표현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아이를 관찰하면서 간섭하고 관리하고 감시하는 그런 엄마를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흔히 학원가에 아이를 떠밀듯 공부시키는 부모들을 빗대어 많이 비유한다.


지금의 주제는 결코 미성년자를 부모가 데리고 있으면서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이 따로 있는데 부모가 매니저처럼 졸졸 따라다니면서 채찍과 당근을 줘가매 온실 속 난초처럼 키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어릴 적에 경험했던 부족한 경험을 다음 세대에도 물려주지 말자는 것이다.


내 왼쪽 발목에는 아주 큰 상처가 하나 있다. 울퉁불퉁한 아스팔트 길에 쪼그려 앉아 구슬놀이를 하다가 뒤에 주차해 있는 스타렉스가 내 뒤통수를 치고 그대로 나를 깔았었다. 발등이 아스팔트에 눌린 채 발바닥을 타이어로 고스란히 밟아 처참하게 으깨졌는데. 그때 장면을 딱 한 장면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있는 힘껏 외치는 내 비명에 맞은편 오락실에서 내 또래 아이들이 전부 뛰쳐나왔고, 아래에 있는 나를 쳐다봤다. 그 수많은 눈동자들.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고, 아찔했고, 무언가 괴팍했다.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 것 같았고 발등은 잘 익은 감자처럼 으깨지고 있었다.


그 이후부터 기억이 없다. 내가 어떻게 병원에 갔는지, 누구랑 갔는지, 어떻게 치료가 되었는지, 병문안은 누가 왔는지, 누가 나를 간호했는지, 계절이 어땠는지, 어느 도시였는지, 그때가 몇 학년이었는지, 내 기억은 얽히고설켜서 이모네와 고모네를 전전했다. 친한 친구가 없고 재미있는 놀이가 없고 맛있는 음식은 삼겹살뿐이었다.


부모가 된 이 시점에서 나는 간혹 그런 시절을 떠올려본다. 내가 그 시절에 무엇을 배웠지? 상처 난 것과 즐거웠던 기억이 간혹 있는데, 어디서 언제 했는지가 머릿속에서 싹 없어지고 없다.


그래서 나는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들이 다 이렇게 자라왔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려고 한다. 엄마 아빠는 맞벌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고, 자녀들은 그나마 부모가 집에 있는 곳을 전전하며 얹어 살아야 했다고. 8090 우리네 엄마 아빠들은 매일 집에 없어서, 같이 자줄 사람을 따라갔노라고.


부모가 된 우리들에게 내가 물어본다. 지금 당신은 맞벌이를 하고 있어요? 그럼… 집에는 잘 들어오나요? 아이와 함께 자고 있나요? 반드시. 저녁밥은 아이와 함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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