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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 Jun 19. 2018

비경제적 연애와 그 후의 시간

‘장거리 연애’에 대하여

남자친구와 나는 대전-서울간 장거리 연애중이다. 지구 반바퀴 돌아 밤낮이 바뀌는 장거리 연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장거리라는 딱지가 괜히 붙는게 아니다. 우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주말에만 볼 수 있는데 그마저도 남자친구가 토요일에 대학원을 다니면서 반으로 줄었고, 우리의 시간은 일요일이 유일했다.


그러다보니 나의 모든 시간은 ‘일요일’에 맞춰 있었다. 가급적 일요일에는 일정을 잡지 않고, 비워놓는다. 대전으로 내려가는 주에는 토요일에도 되도록 체력을 아끼기 위해 쉬는 편이다. 1시간이지만 서울 안에서 이동하는 것과 도시를 이동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다르다. 주로 남자친구가 서울에 오지만, 우리 둘이 한달에 사용하는 교통비만 따져도 꽤 될 것 같다. 이쯤되면 시간적으로 보나, 비용적으로 보나 매우 비경제적인 연애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맞다, 우리의 연애는 비경제적이다. '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 대전-서울을 왕복하는데 드는 교통비, 만나서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데 쓰는 비용. 이 모든게 돈이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다르다. 우리는 어느 커플보다 생산적이다. 일요일만 생각하면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은 남차친구를 만날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전이라면 의미없이 흘려보냈을 시간이 새로운 색깔과 의미로 다가온다. 매순간 앨범에 기록해놓고 싶은 순간들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장거리 연애를 시작한 후 나의 지갑은 얇아졌다. 하지만 핸드폰 사진첩은 클라우드 용량이 꽉 찰 정도로 두둑해졌다. 함께 먹었던  맛있는 한끼 식사, 손을 잡고 웃으며 산책하던 길, 나를 보고 활짝 웃던 남자친구의 미소가 클라우드 속에 가득 차있다. 사진으로라도 붙잡고 싶은 시간들이다. 앞으로도 시간을 사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돈을 지출하겠다. 그 시간속에서 나는 앞으로도 많이 웃고 많이 행복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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