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욕망과 인문학 소양
오늘 고객과 점심을 마치고 들어서는 순간, 앞에 앉은 김과장이 한숨을 크게 쉬며 핸드폰을 보고 있었습니다. 뭘 보느냐고 물어보니, 카드결제대금 메일을 보고 있는데, 이 달 결제대금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일전에 우연히 본인 발급 카드가 8장이라며 카드의 장단점을 자세히 설명하던 모습이 머리에 그려졌습니다.
생각해 보니, 김과장은 매년 한두 번 이상 가족 또는 친구들과 괌이니 스페인이니 해외여행을 다녀왔었고, 그것을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 Social Network Service)에 올리며 지인들이 관심을 표시(좋아요!)하는 것에 흐뭇해 하였습니다. 요새 흔히 말하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며 해외여행을 쉽게 다녀오고, 유명 브랜드의 시계를 구입하여 자기만의 행복을 찾는 듯 했습니다.
우리는 현대사회에서 끈임없이 #소비욕망을 자극하는 미디어나 광고, 인터넷네트워크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소비하지 않으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소비’를 통해 살아있음을 확인하는지 모릅니다. 사람들의 갖가지 욕망을 채워 줄 여러 상품들이 티비나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저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핸드폰을 통해 이리저리 창을 열다 보면, 나중에 어떻게 알았는지 비슷한 상품을 제가 자주 볼 수 있도록 하는 배려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년에 서너번씩 리조트에 가서 여유있는 사진을 올리는 지인의 SNS 사진을 보고 ‘따라 하기‘ 소비 욕망이 꿈틀거리기도 합니다. 이것이 진정 본인이 원하는 욕망일까요? 정작 본인이 진짜 원하는 욕망을 결제할 순간이 다가왔을 때, 중요한 소비를 못하게 되는 경우가 일어날 수 있으며, 이럴 때는 자괴감에 들기도 하지요.
생각없는 '따라하기' 소비로 인해 카드결제 금액은 늘고, 매달 소득의 대부분이 카드결제 하는데 쓰이게 됩니다. 직장인들의 월급은 본인의 통장에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자조적으로 얘기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논어(논어) 제 4편 ‘이인(里仁)’ 에서 "사람은 오로지 절약과 적당한 긴장감으로써 스스로를 단속해야만 내실을 기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사람에게는 실수가 드물 뿐만 아니라 행운이 따르게 되는 것이다.(김석환 역주, 논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의 소비생활에 상당히 적합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문학으로 소비의 중심을 세우지 않으면, 자칫 신용의 악순환의 늪에 빠져들지요. 카드결제금액이 늘어나면, 카드사가 부여한 한도 부근까지 가게 되고 , 이것이 #신용점수의 하락요인이 됩니다. 월 결제금액을 갖고 있지 못하는 경우에는 높은 이자율의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장기카드대출 (카드론), 리볼빙서비스(결제금액의 일정비율을 유예해주는 대신에 높은 이자율을 부과)를 이용하게 됩니다. 인문학적 소양이 슬기로운 소비로 이어지고 , 궁극적으로 신용등급의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말이 지나친 비약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유환호 (hwanhoy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