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감독 Oct 16. 2021

<4차 산업혁명? 그래서 뭐?>


어느 날, 아이가 전단지를 학교 앞에서 받아왔다.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는 시대우리 아이 육아 어떻게 해야 할까요태블릿 PC를 포함해 XX출판사 전질 150권을 포함해 드립니다정보화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우리 아이로 키우는 방법.. 이러쿵저러쿵’ 


그러니까 4차 산업혁명이 오니까 ‘IT기기와 책을 함께 보면 아이가 4차 산업혁명 속에 낙오되지 않고 잘 큰다’는 요지의 광고였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느끼기도 전에 아이 앞에 수 백 권의 책을 한꺼번에 투하했을 때 아이가 질려 버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 광고의 포인트는 4차 산업혁명이 오기 전에 무언가 대처하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는 것이다. 

그럼 4차 산업혁명은 뭘까? 


지금 이 글을 읽는 나와 같은 부모님들 세대는 학창 시절에 사회과목에서 3차 산업혁명까지는 들어보았다. 

1차는 인간의 노동력이 기계의 힘을 제대로 빌린 것.

2차는 이 기계의 부피가 대폭 줄어들면서 더 많은 대량생산이 가능했다는 점.

3차는 여기에 우주/군사 관련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기술이 태동함과 동시에 폭발적으로 발전했다는 점. 

그리고 이제 4차는 인공지능(AI), 3D 인쇄, 로봇공학, 사물 인터넷, 무인 이동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초연결성, 초지능성 산업이 시작된다는 것. 

나도 전문가가 아니라 대충 이 정도만 ‘아 그렇구나’ 하고 있는 정도이다. 근데 우리가 아이를 키우면서 과연 이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해야 하는 것이 있을까? 산업의 발달을 한 개인이 뼛 속까지 느끼기가 쉽지 않다.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 듯 우리 생활 전반으로 부지불식간에 퍼진다. 이런 산업을 주도하는 과학자나 개발자들은 누가 이 새로운 혁명의 시대를 선점할까 긴장의 연속이겠지만 소비자들은 그냥 돈 주고 좋다는 걸 받아들이면 끝이기 때문이다.  


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육아를 대충 그려보자.

바운서 로봇이 아기를 재우고 있다. 로봇은 수시로 아이의 체온을 확인시켜 여러분의 개인 모바일로 전송해 줄 것이다. 그리고 일어날 시간에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와 적당한 진동을 주는 바운서로 기분 좋게 깨울지도 모르겠다. 로봇은 로봇일 뿐이라는 소비자들의 염려를 받아들여 인간의 피부와 같은 느낌의 신소재를 본체 겉에 덧씌우고 엄마의 체온과 같은 온도를 유지하며 엄마의 체취도 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마무리 단계에서는 인간의 뇌에 눈에 보이지 않는 칩을 넣어 인간들은 따로 외국어를 배울 필요도 없고 전화기를 들고 다닐 필요도 없이 인간의 망막 앞에 펼쳐진 디스플레이에 원하는 정보가 노출된다. 

단순 검색만으로도 여러 가지 것들이 검색된다. 그러면 전문가들이 상상하는 미래는 얼마나 황홀할까? 

과연, 황홀할 것인가. 이것이 정말 살기 좋은 세상일까? 지금 언급되는 4차를 지나 5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기 전에 인간이 전쟁으로 스스로 자멸하지 않고 힘을 모아 본격적으로 우주 개척의 시대를 열어 제2의 지구와 같은 행성을 찾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1,2,3차 산업혁명이 가져 다 준 것은 여러 경제 체재에서 비롯된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수많은 전쟁과 차별이다. 전쟁이 없는 시기에는 넘쳐나는 물질들로 인간은 끊임없이 비만 같은 각종 질병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제는 우리의 몸을 병들게 하는 것을 넘어 지구도 점점 죽어간다.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오면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지나친 편리함으로 생기는 무기력, 반면 늘어나는 수명에 반비례해서 줄어드는 일자리. 산업혁명의 진입 순간은 아주 잠시 일자리가 늘어난다. 과거에 컴퓨터 한 대가 큰 방을 가득 채우던 시절에는 관리인력들이 많이 필요했다. 이후, 기계가 발전하면서 소형화되고 관리 인원은 필요가 없게 되었다. 

미국은 이미 무인 마트, 무인 배송이 현실화되어 가고, 유럽의 몇몇 국가에서는 무인 버스가 시험 운행될 것이라고 한다. 이제 알파고를 이길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일기예보와 같이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결과를 내는 분야는 인공지능이 신문기사까지 작성하고 있다. 

산업이 혁명이라는 단어와 더해져서 급진적으로 발달하게 될 때, 우리들, 부모는 우리 아이들의 역할을 무엇으로 설정할 것인가. ‘무슨 직업이 살아남는가’의 표피적인 개념만 생각하며 살다가 아이들에게는 평생 시험공부만 해야 하는 ‘안정된’ 직장만 바라보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요즘 각 학교에서는 프로그래밍도 배운다고 한다. 프로그래밍도 결국 언어다. 우리가 하는 언어의 문법처럼 규칙이 있다. 프로그래밍 분야에서도 창의적인 프로그래머와 시키는 대로 컴퓨터 키보드만 두드리는 노동자로 나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IT기기를 좀 더 잘 다루고 프로그래밍 숙제를 꼬박꼬박 해내는 것이 아니다. 수 천년 동안 기술이 발달해도 살아남는 인간들이 있다. 그 인간들의 공통점은 사유하는 인간들이다. 생각하고 글을 쓰고 대화를 하는 인간들. 

인간의 모든 혁명은 생각을 글에서 말로 표현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총과 칼로 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혁명이 아니다. 이것이 아이들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고 더 나아가서 아이들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할 부모 존재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책의 역할은 생각거리를 주기도 하고 개인적인 생각에 갇히는 오류를 최소화해 주는 것이다.  우리를 키운 부모님들은 전쟁 이후 산업화에 휩쓸려 여기까지 왔지만 4번째 리부팅되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을 우뚝 서게 할 기회가 왔다. 변하는 것은 없다. 거창한 주장에 휘둘리지 말자. 읽고 쓰고 생각하고 대화를 해야 한다. 이것들이 우리를 변화의 물결 속에서 흔들림 없게 해 준다고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 <책, 책, 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