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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감독 Nov 05. 2021

<누구를 위한 희생인가?>

산업 혁명은 4차까지 왔다. 


그것에 반하게 역행하는 것이 있다. 환경이다. 환경. 좀 더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자연환경이다. 생태계. 지구를 이루는 것. 지구에는 우리 인간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자연은 다 지구에 필요한 생명들이다. 점점 그 생명들이 죽어간다. 그들은 왜 죽어가는지 모르고 있다. 


휘운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동물을 좋아했다. 동물이 나오는 영상을 아주 집중해서 보았다. 동물에 비해 오히려 공룡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떨어졌다. 공룡 장난감을 사 달라고는 했지만 단순한 소유욕이었지 오래 가진 못했다. 동물원에 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무더운 여름, 지역에 있는 동물원에 갔다. 그곳은 내가 학창 시절에 소풍으로도 몇 번 간 적이 있는 곳이었다. 거의 30년 만에 아이를 데리고 간다는 사실이 감회가 새로웠다.


동물원에 가보니 동물들은 무더운 날 지쳐서 누워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내가 간 동울 원의 마지막 기억도 동물들은 늘 누워 있었다. 가끔 어슬렁어슬렁 움직여 자리를 이동하는 정도였다. 휘운이는 동물을 제대로 볼 수 없어 답답했는지 이리저리 유리 벽에 붙어 동물을 찾아보았다. 동물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살아 움직이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런 모습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코끼리 우리를 지날 때였다. 큰 코끼리 한 마리가 혼자 나와 있었다. 그 코끼리는 앞으로 두 걸음, 뒤로 한걸음을 움직였다. 그 행동을 우리 가족이 동물원을 다 돌고 다시 그 자리로 오는 2시간이 지난 후에도 똑같이 하고 있었다. 불안해 보였고 안타까웠다. 


나는 그 코끼리의 모습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다른 동물의 상태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죽어가는 동물들을 구경하고 온 기분이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그렇게 수개월이 지나고 집에 현관문에 전단지가 붙어 있었다. 실내 동물원과 키즈 카페가 결합한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서 인지 수개월 전에 야외 동물원에서 느꼈던 그런 감정은 온데 간데없었다. 그저 하루를 아이와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나의 가장 중요한 고민거리이자 관심 사항이었다. 나는 휘운이와 둘이서 그 실내 동물원을 찾았다.


동물원은 정말 잘 꾸며져 있었다. 기존의 동물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작은 크기의 동물들이 유리 벽으로 된 우리에 있었다. 아주 작은 설치류 동물들은 아이들이 직접 만져볼 수 있게 배치되어 있었다. 앵무새들은 수 십 마리가 우리에 있었고 시간대 별로 몇 마리씩 밖으로 빼내서 만져보며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카페와 부모들이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그 옆으로는 놀이방에 있는 여러 가지 놀이기구가 있었다. 


휘운이는 너무 좋아했다. 쉬지 않고 뛰어다니면서 동물들을 만졌고 신기 해 했다. 당근이나 오이 따위를 길게 잘라 파는 먹이를 구입해서 유리 벽에 뚫린 작은 먹이 구멍으로 동물들에게 주었다. 휘운이가 뛰어다니는 뒤를 따라 걸으면서 여기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가 있었다. 동물들은 2평 정도 되는 공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코와 입을 먹이 구멍에 대고 먹이만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만지작 거리는 설치류의 작은 동물들은 분명히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그러면 새로운 동물로 채워질 것이다. 


지금이야 수많은 반대로 판매가 중지되었지만 얼마 전까지 대형마트에서도 동물들을 팔았다. 우리 집 옆에 있는 대형마트에서도 새와 토끼 같은 동물들을 팔았다. 나는 휘운이와 놀러 가서 관리하시는 분이 동물 우리를 청소한다고 통로에 잠시 꺼내 둔 토끼가 절뚝거리면서 제대로 뛰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봤었다. 


누구를 위한 희생인지 모르겠다. 야외 동물원에서 정신이상 증상을 보이는 동물들, 먹이만 달라고 코만 박고 있는 동물들, 내 아이의 짧은 동물 체험을 위해 생명을 내어주는 동물들. 그까짓 동물 이름 좀 모르는 어떤가. 그까짓 동물 체험 좀 안 하면 어떤가. 기분이 참 좋지 않았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감수성이 예민해진 것인지는 몰라도 동물 이름 좀 몰라도 되는 것 아닌가 싶다. 


앞에서 내가 나의 정신상태를 감정하고 싶어서 심리학 책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인생을 살면서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어린 시절에 우리가 동물원의 동물을 대하는 방식이 어른이 되어서도 그 경험으로 인해 ‘생명이 아닌 구경거리’로 당연시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동물을 서식지에서 잡아와 인간들이 사는 도시 한가운데 옮겨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 인간들은 그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부터 동물들에게 고통을 준다. 바로 환경문제로 이어진다. 


2018년 여름, 대한민국은 불바다였다. 7월부터 시작된 폭염은 대구의 평균기온이 40도를 넘기도 했고 오전 최저 기온이 28도를 넘기도 했다. 나의 기억에서는 제일 더운 해였다. 모두들 미쳤다고 했다. 그리고 2020년 여름, 대한민국 만이 아니라 지구 상의 모든 나라가 이상기온에 시달렸다. 우리나라는 유래 없는 강수량으로 대도시 한가운데에서도 익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연일 뉴스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이상기후가 생겨서 그렇다고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는 환경을 위해서 근본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환경단체에 소액에 후원을 하고 있고, 내가 사용한 PT병에 비닐 라벨을 제거, 텀블러 사용 등 그 정도가 전부다. 이상기후는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개개인이 무언가를 해서 이 큰 지구를 되돌리기엔 힘이 너무 부족해 보인다.


심지어 2019년 1월 내가 촬영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미국의 한 가정에서 머물렀다. 나는 식사를 조리해 먹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와 기타 다른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수거를 하려고 주인에게 물어봤다. 집주인은 쓰레기통을 내어주며 그냥 여기 다 버리면 된다고 했다. 잠시 머뭇 거리는 날 보자 그는 씨익 웃으면서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우리는 분리수거 안 해요’


미국도 어딘가에서는 분리배출과 수거를 하긴 하겠지만 내가 미국에 있는 몇 주 동안에는 본 적이 없다.


 

위의 그림은 태평양 연안에서 조류를 타고 모여든 쓰레기 섬이다. 쓰레기가 모여들어 섬을 만들었다. 지금도 계속 모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버려진 쓰레기도 있다고 한다. 저 쓰레기를 먹고 오염된 해양생물들을 우리 인간이 다시 섭취를 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쓰레기가 저 정도이지 미세 플라스틱(목욕용 세제 중에 각질 제거를 위해 들어간 씨 같은 것들)까지 생각한다면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아마 내가 사는 동안에는 버틸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살아갈 때는 글쎄. 장담을 못한다.


지구. 스케일이 너무 크다. 좁혀 보자.

지금 우리가 행하고 있는 상황은 비유하자면 이렇지 않을까?


누군가 우리 집에 자꾸 쓰레기를 버립니다저는 그 쓰레기를 우리 집 어딘가 쌓아 둔 채로

나의 쓰레기를 또 다른 집 앞에 버립니다근데 아무도 쓰레기를 버린다고 화를 내거나 따져 묻지 않습니다더러운 집에서 살다 보니 면역력이 약해진 아이가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을 다닙니다나쁜 균에 면역력이 생겨야 할 아이는 균에게 면역력을 줘서 점점 더 독한 항생제를 맞아야 합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먹고맞은 항생제는 인간 몸에서 배출되어 강물로 흘러갑니다강 속의 박테리아들은 항생제로 인해서 돌연변이가 되고 슈퍼 박테리아가 되어 어떠한 약도 듣지 않는 천하무적이 됩니다.


지구는 집이다. 그리고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다.


지구 자체가 이렇게 무너져 버리면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에서 살게 해 주겠다고 비싼 집 값 주고 이사 한 들 무슨 소용인가. 이곳이 그곳이고, 그곳이 이곳이다.


나는 우리 아이가 건강하고 활기찬 동물 본연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동물 이름, 생김새는 좀 몰라도 된다고 생각한다. 당장 삶의 패턴을 바꿔서 변화를 주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서로가 조금씩 지금의 상황을 알고 함께 공부하다 보면 이런 부모들의 행동이 아이들의 미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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