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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필드 Oct 05. 2024

내 차로 제주 가기-Day5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 뜻밖의 만남

내 차로 제주 가기 5일 차 


제주 여행의 마지막 날, 바람은 조금 쌀쌀했지만 여전히 맑고 청명했다. 돌아갈 시간이 오니 설렘 가득했던 일정이 짧게 느껴졌다. 풍경 좋은 카페에 종일 앉아 즐기고도 싶고, 서핑이나 등산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미련 때문에 다시 제주를 찾게 되지 않을까? 


자동차 여행은 꽤나 재미있다. 캠핑을 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이제 목포에서 서울까지 밤운전을 해야 하지만 천천히 가면 자정 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뜻밖의 만남, 그들의 이야기, 낯선 곳에서 느꼈던 설렘, 그리고 드디어 다녀왔다는 성취감이다.



5일 차 여정 (제주 마지막날, 집으로의 여정)


2023.04.02 (일) 09:00 숙소 출발

이호 해수욕장 : 조랑말 등대, 랜드마크

점심 식사 : 자매식당의 고기 국수

커피 타임 : Mongle 카페, 커피 한잔과 찰보리과자, 그리고 여행일지 정리 

승선 준비 : 제주항 4 부두에서 자동차 선착, 퀸 제누비아 승선 준비

제주 출발 : 오후 1시 출항, 한국학자 외국인을 만나다.

목포 도착 : 저녁 6시 도착, 배에서 내린 건 저녁 7시

잠시 휴식 : 서산 휴게소에서 만쥬 

집에 도착 : 정리하고 나니 새벽 1시



1. 이호테우해수욕장


조랑말 등대로 제주도의 포토존으로 유명한 랜드마크 중 하나다. 붉은 조랑말과 흰색 조랑말이 대조적이라 멀리서도 눈에 띄고 이색적이다. 주말이어서인지 플리마켓이 열리는지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소나무 숲 사이에서는 해변가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봉사 단체를 볼 수 있었다. 해변이 상당히 넓게 펼쳐져 있어 여름에도 많은 관광객이 몰릴 것 같은 곳이다.  


해수욕장 이름을 이호로 알고 왔는데 이호테우라고 한다. 특이해 찾아보니, 테우는 여러 개의 통나무를 엮어서 만든 뗏목배라는 의미로 '떼배', '테' 등으로 불리는 테우는 육지와 가까운 바다에서 이용하던 연안용 어선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제주테우문화는 제주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전통을 기리기 위해 이름을 붙인 게 아닌가 싶다. (출처 디지털제주문화대전)


이호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등대



2. 점심 식사, 자매식당에서 고기국수를 먹다.


고기국수가 유명하다는 말에 들렀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까 걱정했지만, 식당이 넓어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노란 면에 수육처럼 얹어진 고기가 인상적이었다. 일반 잔치국수와 달리 기름진 육수가 특징이었는데, 먹다 보니 나는 조금 느끼해져 깍두기와 함께 마무리했다. 


느끼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라, 호볼호가 갈리기보다는 제주만의 특색색이 담긴 한 그릇으로 생각하고 먹어볼 만하다. 든든한 한 끼로는 제격이다.  

자매 식당, 고기국수



3. 커피 타임, Mongle 카페 (몽그레 카페)


멀리 갈 수는 없어 근처 카페를 찾던 중 찰보리과자가 맛있다는 '몽그레 카페'를 들렀다. 카페 근처는 쿠키 굽는 냄새로 가득했고, 나도 모르게 구름모양의 쿠키 세트를 구입했다.


창가에 앉아 여정을 정리하는데, 옆자리 대화가 흥미로웠다. 보이스피싱 얘기인가 싶었는데, 스토리는 아내가 가지고 있던 비자금을 동생에게 빌려주려다 보이스피싱에 걸린 사건으로, 남편은 감춘 비자금에 실망한 상태였다. 신뢰가 깨졌다면서 말하는 슬픈 목소리의 남편과 대조적으로 아내는 지나간 일이라 그 사건을 빨리 넘기려 했다.


제주 여행을 하는 것을 보면 새로운 출발을 위해 떠났을 텐데, 아직 감정의 매듭이 풀리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한편으로는 그들의 대화가 현실로 나를 돌아오게 한 듯도 했다. 남은 시간만큼은 제주의 청명한 공기와 풍경을 온전히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몽그레 카



4. 승선 준비, 제주항 4 부두에서 제주연안여객터미널로 

4 부두 자동차 선적 > 셔틀버스 타고 여객터미널로 > 셔틀버스 > 여객선 승선


목포로 가는 것도 처음이라 문자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차량이 있는 사람은 연안터미널로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제주항 4 부두로 가서 차량을 먼저 선적하고 셔틀버스로 연안여객터미널로 이동한다.

12시 10분: 자동차를 배안에 선적

12시 40분: 여객선 승선시작

사전 지참: 모바일 승선권 필수


모바일 승선권과 안내문


제주 연안여객터미널로 이동

4부두에서 자동차 선적 후, 셔틀버스 타고 여객터미널로 이동


티켓 확인, 승선 시작

여객터미널에서 승선 시작



출항하는 순간, 제주 앞바다

배에서 바라본 제주 방파제와 등대가 멋있게 보인다. 출항할 때 밧줄을 풀어주는 작은 배가 보이는데 어떻게 그 줄이 배를 항구에 머물게 하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얼핏 보면 밧줄을 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제주 앞바다
출항 할 배에 묶인 줄을 풀어주는 작업을 하는 중


퀸제누비아, 차량 위치도

차를 선적할 때 차량 위치 안내도를 준다. 사실 이 지도 없으면 찾지 못했을 것 같다.. 


퀸제누비아의 편의시설들, 그리고 선상에서 주문한 자장면

새벽에 출발하는 제주행 여객선과 달리 낮에 출발하는 목포행 여객선은 조금 시끌시끌하다. 가족단위로 여행을 온 어르신들도 많아 여기저기에 앉아 여행 얘기를 하거나 점심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자장면에 꽂힌 메추리알이 참 인상적이고 귀엽기까지 하다. 맛은 모두가 아는 그 맛 정도!



배에서 만난 한국학자 독일인, 베르너 사세


승선하자마자 먼저 배터리 충전이 가능한 장소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 공간이 넓지만 창가는 아무래도 인기 구역이니 빨리 선점하는 것이 좋다. 노트북으로 여행노트에 적은 일지를 옮기는데 뒷자리에 앉은 외국 할아버지가 콘센트를 쓸 수 있는지 묻는다. 한국말이 꽤 잘하시는 분이셨는데, 제주 여행객이 아닌 제주도민이었다. 


화가이면서 한국학자로 서귀포에 거주하는 이 분은 목포에서 봉사활동을 계기로 한국살이 25년, 한국분과 결혼하여 제주도에 살고 있다고 한다. 오늘은 서울 인사동에 전시회 중이라 육지로 가는 중이라면서 팜플릿을 주셨다.  

(후일담) 4월, 친구와 함께 인사동 아트 플라자 갤러리에 갔다. 상주 중이신 베르너 작가님이 작품 하나하나를 설명해 주시는데, 덕분에 이해하며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림 그리기를 취미로 하는 친구도 즐거워하는 모습에 뿌듯했다. 전시 관람 후 인사동 수제비에서 수제비, 골뱅이, 막걸리를 시켰다. 좋은 사람과 좋은 장소, 맛난 음식! 그보다 좋을 수 없는 하루였다. 
여객선 창가
인사동 수제비와 베르너 사세 4월 전시회



6. 목포 연안 여객선 터미널 도착


낮에 출발하여 목포에 도착할 즈음, 바다에 노을이 지고 있었다. 바다 위의 노을 풍경은 육지에서의 노을 느낌과 또 다르다. 배가 지나간 물결 흔적이 아름다웠다. 영상으로 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저녁 6시경 드디어 도착했다. 하지만, 배에서 내리는 것 1시간이 걸려 7시였다. 자동차를 이용할 시의 단점이다. 바로 내릴 수가 없으니 말이다. 일찍 선적하면 나중에 내리게 된다는 것도 그때야 알게 되었다. 안쪽에 선적했으니 늦게 나오는 게 당연했다. 이제 다시 먼 거리 운전이라 서울로 출발했다.


선상에서의 노을
목포에 가까워지는 풍경
본인의 차량으로 이동, 탑승하여 하선 준비



7. 밤 11시 20분, 서울에 도착.


목포에서 4시간이 걸쳐 서울로 운전하여 11시 20분에 도착했다. 중간에 서산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이어서 계속 운전했다. 아무래도 밤에 하는 운전은 늘 조심을 하게 된다. 그렇게 집에 도착해 정리하고 나니 새벽 1시. 오랜 운전으로 피곤하긴 했으나 뿌듯한 마지막 날이었다.






"여행은 한 권의 책과 같고,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단지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는 것이다.  (파울로 코옐로)

오랫동안 마음먹었던 것을 하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날씨도 좋고, 우연히 만난 사람들도 따뜻했으며, 하고 싶은 것을 실현한 여행이었다. 계획되지 않은 숙박도 만족스러웠고, 다음에는 좀 더 한 곳에 오래 머물며 제주를 깊이 체험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서핑, 등산, 캠핑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제주 곳곳을 즐기는 여행을 그려본다. Next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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