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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리 Dec 28. 2022

매일 글쓰기 약속 3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춥고 추운 한파가 찾아왔다. 눈이 가슴 시리게 내린다. 


옷장 속 걸어놓은 롱패딩을 꺼내 입고 치우지 못해 얼어버린 눈 얼음 빙판길을 총총총 걸어가는 계절이 되었다. 들숨 날숨을 쉴 때마다 패딩 속 옷장 냄새와 추운 겨울의 냄새가 미묘하게 섞여 진한 겨울 냄새가 되었다. 그리고 지난겨울 우리의 곁을 영영 떠나버린 친구 A가 가슴 시리게 떠올랐다. 


갓 8개월 된 아이의 건조해서 자꾸 터버린 볼을 걱정하고 부대끼며 아이와 씨름하고 있던 지난 1월 겨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불안한 정적 사이에 친구가 전한 말은 A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이었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바쁜 줄로만 알았던 친구가 스스로 세상과 작별했다고 했다. 


함께 있을 때 내가 도움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그 진한 후회로 친구의 장례식과 발인을 끝까지 지켰다. 내 마음이 편하고자 할 수 있는 내 모든 것을 마지막에 다 하고자 했는데 그래도 후회 투성이다. 여름날 언제 서울 오냐고 안부 연락 왔던 친구의 카톡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으며, 왜 그때 좀 더 성의껏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을까 아쉬움만 남는다. 그나마 내가 가장 가까이 있던 친구였는데 왜 나는 내 앞가림에 급급했을까 후회가 된다. 이렇게 가슴 시리게 슬퍼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친구는 세상에 혼자라고 생각했겠지. 그녀의 마지막은 너무 외로웠을 것 같아 감히 헤아리지 못하는 그 마음이 미안하고 죄스럽다. 


나는 지독한 경험주의자라 경험하지 못한 것을 전혀 느끼거나 판단을 잘 못하는 성향이다. 내 삶에서 죽음이 딱 바로 그것이었다. 내가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었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나에게 고통스러운 일이 되었다. 


친구를 보내고 한 달이 지났을까 길에서 구조했던 강아지가 있었다. 그 아이를 내가 더 이상 케어할 능력과 여건이 되지 않아 보호소로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그 후의 그 아이의 운명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에 펑펑 울며 구청에 신고했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그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너무 아파서 멈추지 않는 눈물을 흘리며 속상해했었다. 그 아이의 운명이 안타까워 속상한 마음과 더불어 내 마음속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뒤섞여 강아지를 핑계로 그렇게 울었던 것 같다. 


친구의 발인 날 새벽부터 쏟아지던 눈과 추위 그리고 그날 입고 있던 롱패딩의 냄새가 이렇게 가슴 시린 겨울을 만들 줄 몰랐다. 그저 그녀를 애도하며 지금은 편안히 잘 쉬고 있길 또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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