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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Sep 27. 2020

그림

무언가를 채워 간다는 것

만약 당신의 머릿속 상상을 현실로 나오게 하는 일이라면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간단히 말로써 하는 사람들과 글을 씀으로써 나타내는 사람들, 혹은 자신만의 작품세계로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말보다는 글 쓰는 게 더 좋았고, 글보다는 그림 그리는 것이 더 좋았던 아이였다.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릴 적 상장을 보면 어떻게 이걸 받았을까 의문점이 들게 하는 그림 관련 상장이 몇몇 보였다. 시기는 정확하진 않지만 아주아주 어렸을 때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렸고, 그걸 본 누군가로부터 칭찬을 받으며 격려받았던 희미한 기억이 있는 걸 보면, 내가 그림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그 이후로이지 않았을까 싶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반에서 그림 잘 그린다는 친구들을 보며 부러워했었고, 그들의 작품을 따라서 그려보기도 했었다. 재미 삼아 그림을 도화지에 그려 장당 50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그 당시 군것질 간식이 개당 50~100원 정도 할 때라서 한 6 작품 정도 판매가 되었는데 그 돈으로 간식을 사 먹었기도 했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만화책이라는 걸 접하게 되면서 작가들의 예쁜 그림을 내 공책에 그대로 따라 그려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그림 그린 걸 공유하며 작은 품평회도 열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나의 꿈은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정하게 되었다. 


학교 수업 중 미술시간은 내게 가장 큰 기쁨과 설렘을 주는 수업이었고, 시험 때마다 곧잘 상위 성적을 받아왔었다. 엄마도 그런 나의 재능을 보며 외할아버지도 엄마 어릴 적 창호문에 호랑이 그림을 그리셨는데 마치 살아있는 듯했다고- 그림을 잘 그리는 너의 그 재능은 할아버지한테서 물려받았나 보다-라며 칭찬을 해 주셨다. 교내 특별활동으로도 약화반을 들어가게 되어 사물의 특징을 간략하고 귀엽게 나타낼 수 있는 기법을 배웠었고, 작고 귀여운 캐릭터 분야에 흠뻑 빠졌을 때라 책이며 학용품, 생활용품 등 캐릭터 관련 상품이라면 무조건 용돈을 털어 수집가처럼 사 모으기 시작했다. 나의 캐릭터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일을 직업적으로 찾아볼 수 있을까 했던 물음은 한 서적에서 발견했던 "캐릭터 디자이너"라는 직업군을 알게 되었고, 나의 첫 장래희망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내 마음속에서 더 단단히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들어간 후, 담임 선생님과의 진학상담에서 내가 생각해 놓은 직업과 관련 대학을 가려면 실기 시험이 필요하다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실기 시험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던 나는 미술학원을 다녀야겠단 생각을 품게 되었고, 그 생각을 조심스레 가족들에게 전했다. 미술학원을 다니던 반 친구들이 여럿 있었기에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부모님의 생각은 나의 생각과는 조금 달랐던 듯 싶다. 우선 예체능이라고 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 주변 이야기에 부모님은 그 분야로의 공부를 반대하였다. 그 당시 그저 꿈만 생각했던 나는 처음으로 꿈꾸었던 미래의 모습이 좌절되는 상실감을 맛봐야 했다.(지금 생각해 보면 현실도 생각했었어야 했던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한다..) 


지금도 그림에 대한 갈망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림을 배우지 못한 아쉬움과 실력에 대한 부족함에 쉽사리 붓을 들지 못한다. 그렇지만 연필로 작은 스케치 정도는 가끔 하는 편이다. 언젠가 다시 이 작은 바람이 이루어지는 날이 오겠지- 하며 늘 가슴속에 품고 사는 나의 첫 꿈, 오늘도 나는 이 꿈 덕분에 가슴 뛰는 걸 느끼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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