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금 Nov 16. 2017

내가 슈퍼우먼이라고 느껴질 때

내가 슈퍼우먼이라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번개 같은 손놀림으로 30분 만에 네 식구가 먹을 밥상을 차려낼 때. 그 순간 나는 칼과 도마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슈퍼우먼이다. 메인 요리와 밥, 국은 물론 아이들을 위한 이유식까지 부족함 없이 차려진 밥상을 보면 뿌듯함으로 에너지가 충전된다. 가족들이 나의 요리를 국물까지 싹싹 말끔히 비워낼 때는 기쁨으로 에너지가 넘친다.  


출처 freepik

아이를 키우면서 일도 완벽하게 해낼 때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일은 체력도 고갈시키지만 정신을 집중하는 힘마저 앗아간다. 그 와중에 틈틈이 시간을 쪼개어 업무를 하고 약속한 일정을 실행해 낼 때 어디서 이런 끈기와 힘이 발휘되는지. "역시 엄마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를 기특하게, 그리고 자랑스럽게 여기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힘이 세다고 느낄 때는 바로 아래와 같은 순간이다.


셋째를 임신하면 6개월 차에 이미 8개월 마냥 배가 크게 부른다. 골반부터 시작해서 팔, 다리, 허리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그저 침대에 편히 누워 쉬고만 싶은 순간, "엄마~~"하고 달려드는 자식들에게 환하게 웃음 지으며 동시에 아이들을 양팔로 번쩍 안아들 때. 세상 본 적 없는 울트라 초특급 파워가 발휘된다. 나는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헐크보다도 힘이 세고 목소리도 우렁차다. 세 아이를 품에 안은 그 순간만큼은 나도 모르는 초월적인 힘이 발휘되어 세상에 발휘된다.


그러나 동시에 내가 너무나 나약한 마음을 지닌 인간임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품에 안은 아이들과 뱃속의 아이까지- 이 천사들이 나에게 쏟아내는 애정이 얼마나 순수하고 위대한지! 엄마인 내가 발휘하는 능력은 아이들의 티 없이 맑고 깊은 사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평범하다 못해 쓸모도 없이 비실 거리는기만 하는 저질 체력을 가진 내가 울트라 슈퍼파워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 내 품의 천사들이 무제한으로 쏟아내는 사랑 덕분이다.


힘들고 지치는 순간에도 미소 지을 수 있는 힘을 주는 우리 아이들에게 오늘도 감사하다. 아이들이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내적으로 강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죽을 때까지 모르고 살았을게 틀림없다. 부모가 자식을 키운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식 덕분에 부모가 자란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 여행 중!


매거진의 이전글 빛나는 나의 별, 나의 아이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