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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리학자 J Mar 25. 2019

지나가는 시절

문 닫은 버클리의 카드 가게 Avant Card

훗날 내가 버클리를 떠날 때 그리워할 만한 가게들이 몇 군데 있다. 캠퍼스 바로 앞에 있는 아방 카드(Avant Card) 또한 그런 가게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 가게를 그리워하게 될 순간은 내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그 가게가 자리 잡은 건물이 아파트 신축으로 인해 헐렸기 때문이다. 비록 내가 버클리에서 지낸지는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가게는 내게는 의미 있는 가게다.


이제는 볼 수 없는 Avant-Card 가게의 모습

아방가르드(Avant-garde)가 아닌 아방 카드라니. 가게 이름부터 센스 있는 그곳은 카드와 편지지를 파는 가게였다. 내가 이곳에서 카드를 사서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때면 받는 이도 늘 카드가 예쁘다며 기뻐했었던 가게였다. 카드를 사지 않더라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그런 가게.


그리고 내게 이곳이 의미 있던 가장 큰 이유는, 이곳 버클리와 지구 반대편의 서울을 이어주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1년 전 이맘때, 하늘도 언어도 거리도 다른 이곳으로 와서 적응에 힘들어하던 그때, 나는 이곳에서 몇 장의 엽서를 사서 서울로 보냈다. 엽서를 쓰고 우체국에서 국제 우표를 사서 우체통에 집어넣을 때면, 나는 그 엽서의 수신인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기분을 느꼈다. 이곳에서 외롭게 지내고 있지만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그런 느낌.


그렇게 아방 카드의 엽서들은 나의 지독한 외로움을 조금은 덜어주었다. 엽서나 카드를 보낼 일이 없더라도 나는 일이 힘들 때면 아방 카드를 찾아 예쁘고 독특한 엽서들을 구경했다. 그럴 때면 이곳에서 산 엽서를 우체통에 넣는 그 순간을 나는 다시 느낄 수 있었고, 어느 정도의 힘을 다시 찾아 내 오피스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아쉽게도.


Avant Card Closed. [1]

아방 카드가 오래된 가게였다는 것은 알았지만 33년이나 된 가게였다는 것은 몰랐다. "Thanks for an amazing 33 years." 나는 내가 훗날 다른 곳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버클리를 다시 찾아서 아방 카드 같은 가게들을 방문하며 내가 이곳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던 나의 포닥 시절을 추억할 수 있길 바랐다. 그러나 그런 바람도 이제는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미래의 나는 버클리로 돌아와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카페 스트라다(Strada)나 카페 1951과 같은 곳이 내게 그런 장소가 될 수는 있겠지만 아방 카드만큼은 아니었다. 이제 친구에게 선물할 때 카드를 어디에서 사야 하나라는 고민과 함께, 나는 버클리의 한 시절의 지나감을 아쉬워한다.



[1] 사진 출처: imgur

[2] 아방 카드가 닫혔다는 소식에 아쉬워하는 red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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