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일상 - 2
1.
캘리포니아에서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때문에 주 전역에 이동제한 조치가 걸린 지 일주일쯤 지났다. 내가 있는 UC 버클리 캠퍼스도 당연히 문을 닫아 모든 연구진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사실 나는 이론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어서 재택을 하더라도 이론 연구를 하면 되기 때문에 아주 큰 타격은 아니지만, 주변의 실험가들은 시간적 손해도 손해지만 그로 인한 감정적 문제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나도 실험을 하지 못 하기 때문에 타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이고, 학교에 있는 이들의 사정은 자영업자와 같은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훨씬 나으므로 크게 불평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나 둘씩 할 뿐이다.
다만 내게 한 가지 답답한 것은 창 밖으로 보이는 캘리포니아의 맑은 봄 햇살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이는데, 나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물론 나갈 수는 있지만 모든 상점이 닫고 카페도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상황에서 갈 곳도 없고, 바이러스 때문에 말 그대로 "이불 밖은 위험해"인 상황이기 때문에 집에 머물고 있다. 내가 아무리 연구를 내 삶의 1순위에 놓고 있다고는 해도, 가끔은 맑은 볕도 좀 쬐고 한 달에 한두 번은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나가 도시 공기를 마셔야 하는데 그러질 못 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2.
그래도 집 안에만 있는 것이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집 안에서 머문 덕분에 그동안 하던 실험-이론 조인트 논문 작업 두 편을 마무리 지어 교수에게 검토를 위해 보냈고, 아마도 곧 논문을 제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에 이론 논문 한 편도 덕분에 급물살을 타고 있고. 버클리에서 2년을 보낸 뒤에야 이제 수확을 좀 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목이 마른 것은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다는 것. 나는 이어폰을 귀에 꼽고 있으면 이상하게 집중이 잘 되지 않아 평소에 일할 때에는 음악을 잘 듣지 않는다. 하지만 집에서는 좋은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놓을 수 있으니 여태 들어보지 않았던 좋은 노래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 내가 최근에 가장 잘 한 발견은 Joey Alexander, Junior Mance Trio, 그리고 죠지.
그리고 내가 3월 초에 새 집으로 옮겨서 그동안 집 정리로 할 일은 많았는데, 강제로 집에 있게 되면서 집안일을 금방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것도 플러스다. 덕분에 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놓을 수 있었는데, 현관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화분들과 꽃, 그리고 네스프레소 머신이 바로 그것들이다. 별 것 아니겠지만 화분과 꽃은 집의 분위기를 크게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3.
최근에 새로 시작한 취미는 칵테일. 작년에 하이볼은 많이 마셨지만, 셰이커와 술들을 사서 본격적으로 칵테일을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다. 사진은 이동제한 걸리기 전에 친구들에게 해준 코스모폴리탄과 모스코 뮬. 아직 집에 술 종류가 많지 않아 만들어 본 것은 많이 없지만, 사진 속 칵테일 두 종류 포함해서 베스퍼 마티니, 사이드카, 레미 진저까지 다섯 종류 칵테일은 성공적이었다. 밖에도 못 나가고, 사람도 못 만나고, 낮에는 일을 해야 하니 긴 밤 동안 술이나 마실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