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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연 Jan 31. 2023

버즈라이트이어, 인피니트 앤 비욘드

버즈라이트이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다지 <토이 스토리>의 열렬한 팬은 아니었다. 토이 스토리를 볼때마다 눈물이 줄줄 나는 건 그냥 나도 감수성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이었을 뿐이고. 그렇지만 역시 새로 나온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개봉한다고 하면 안 볼 수가 없지 않은가?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이야기들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까?


버즈라이트이어는 북미에서 '라이트이어'라는 제목으로 개봉을 했지만 개봉한 당시에는 까맣게 잊고 있다가 디즈니 플러스에 시청이 가능하게 된 걸 발견하고서 후딱 봐버렸다. 개봉 당시에 '과도한 PC'로 영화를 망친다는 비난이 있기도 했는데 그런 건 당연히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리뷰를 쓰려고 평을 찾아보니 평점이 아주 높은 편이 아니기도 했다.


정말 과도한 PC가 영화를 망쳤을까?

버즈의 절친, 앨리샤 호손은 너무 확실한 레즈비언으로 등장한다. 첫 시험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버즈에게 약혼 반지를 보여주며 "나 약혼했어"라고 말하자, 버즈는 단번에 "What's her name?"하고 물어본다. 여기서 알듯이 버즈는 앨리샤의 성적지향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건 둘의 우정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처음 등장했을 땐 당연히 백인/이성애자 중심의 캐릭터들이 대부분이었다. 장난감 이야기인데 인종이 어디있냐고 하면 또 할 말 없겠지만, 카우보이 우디도 백인이고, 버즈나 보 핍 등 인간형으로 등장하는 인형들은 모두 백인이다. 2에 새로 등장한 제시도 백인 여성 캐릭터이니 얼마나 백인 중심의 캐릭터 구성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버즈라이트이어>에서는 인종 구성이 아주 살짝 다양해졌다. 버즈의 상관이면서 친구인 앨리샤 호손은 흑인이고 그의 파트너 역시 흑인, 그들의 아들도 흑인으로 스쳐지나가듯 나오고 버즈의 새로운 친구가 되는 앨리샤의 손녀, 이지 호손 역시 흑인이다. (혹은 히스패닉일지도 모른다. 나의 좁은 식견 탓에 외모만으로 문화배경을 알아맞힐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중심 인물들의 연령대도 좀 다양해졌다고 할 수 있는 것 같고.

그러나 역시 아쉬운 건 인종 다양성이 딱 그정도까지라는 것이다. 여전히 중심 인물들은 남자가 대부분이고, 아시안 캐릭터도 없고 장애가 있는 캐릭터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직 PC가 부족하다"고.



시간을 뛰어넘는 다는 것

극중 버즈는 시간을 뛰어 넘는다. 버즈에게는 4분 남짓이지만 돌아온 행성은 이미 4년이란 시간이 흐른 다음이다. 이는 우주여행의 쌍둥이 가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쌍둥이 중 한 명이 광속으로 우주 여행을 다녀오면, 지구에 남은 형제는 먼저 나이가 들어있고 여행에서 돌아온 형제는 그보다 덜 나이를 먹었을 것이라는 가설으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 파생된 가설로 알고 있다.

아직 광속/초광속으로 우주여행이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 상상만으로도 다양한 가능성의 세계를 보는 것 같아 설렜다.

악당으로 나오는 '저그'는 초광속으로 여행을 하는 바람에 나이를 아주 많이 먹은 '버즈'가 과거로 돌아온 것이라는 설정도 퍽 재미있었다. 버즈가 저그의 정체를 보며 "아빠?"라고 할 때 스타워즈의 그 유명한 장면 "I am your father"과 그를 오마주한 <토이 스토리 2>의 비슷한 장면을 떠올리게끔 만든 장치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역시 이게 가능한 이야기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영화를 영화로만 즐기고 시지만, 과연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로 돌아와 젊은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 가능한 이야기일까? 가능, 불가능을 떠나 그런 상황을 맞딱뜨렸을 때 정신이 온전할까? 나라면 미래의 나를, 나이 먹은 나를 마주했을 때 어떨까?

여기서 더 나아가, <토이 스토리> 세계관이 멀티버스로 확장될 수도 있을까? 하는 질문도 던지고 싶었다.

<버즈라이트이어>영화는 초반에 버즈라는 장난감 캐릭터가 이 영화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라고 서술하고 있고, 장난감들의 세계에 사는 버즈와 영화에 등장하는 버즈는 다른 캐릭터라는 것을 명시한다. 그리고 사실 꼭 마블과 같은 멀티버스 세계관이 아니어도 <토이 스토리>의 세계는 얼마든지 확장이 가능하겠지만, 장난감들의 세상이 아니라 장난감들의 모티프가 되는 캐릭터의 세계로의 확장은 또 새로운 것이 아닐까.



사실은 조금 진부한 스토리

이러니 저러니해도, 결국 스토리 자체는 조금 진부하다. 눈앞의 목표만 쫓던 버즈가, 스스로 가족을 꾸려 삶읆 개척한 앨리샤의 추억을 부정하는 듯 보이다가, 이지와 삭스, 모와 다비와 함께 팀웍을 다져나가며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목표만을 좇으며 주변을 둘러보지 않은 고집쟁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현재'를 지키기로 결정하고,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기회를 시원하게 날려버리며 팀을 구하는 선택을 한다.

소소한 반전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스토리는 어디선가 본듯한 이야기들의 집합같다. 그래서 어쩌면 평점이 그렇게 높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점점 더 많은 영화들이 나올수록, 스토리는 결국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했던 이야기들의 반복, 비슷한 이야기들의 향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캐릭터의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스토리여도 중심 인물의 배경이 달라지면 이야기도 신선해보이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디즈니+픽사의 여러 가지 노력을 높이 사고 싶다.



주말 동안 소소하게 가족끼리 보기 좋은 영화였다.

무한한 상상력의 나래, 그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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