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졸업한 지 10년, 유학을 결심하다
대학원에 가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 가졌던 막연한 해외 생활에 대한 동경이 현실과 만나 사그라들고 나서는, 한동안 유학이란 내 삶에 없다고 생각했다.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으며 점점 더 대학원과 내 삶은 멀어지는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하게 내 커리어는 ‘육아 멘토’로 흘러가게 되고, 채널이 성장하고 사업을 구상하며 직장을 그만두고 나니 상황이 바뀌었다. 감사하게도 내 학부만 가지고, 혹은 내가 개인적으로 공부한 내용들과 근거들을 바탕으로 한 나의 말에 신뢰를 가져 주는 분들이 있었지만, 부족헸다. 나를 처음 맞닥뜨린 사람들도 ‘오~’ 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그렇다고 10시간 수업 들으면 나오는 민간 자격증을 따고 싶진 않았다. 또 2년 3년 5년 석박사를 하기엔, 난 육아도 해야 하고 사업도 해야 하고 둘째 계획도 있고 영 부담스러웠다.
남편과 이런 고민을 나누다가, ‘영국 석사는 1년이라더라’하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1년이라고? 좋은데?
나는 솔직히 말하면 내가 여느 석사생보다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논문 읽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 온라인 강의를 뒤져가며 연구방법론도 공부했고 이론적 베이스도 왠만한 박사생보다 더 많이 공부한다는 이야기도 들었기에 충분하다고 봤다. 하지만 그건 냉정하게, 나와 내 남편 정도만 믿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사회가 인정하는 타이틀이 솔직히 필요했다. 그리고 석사에 1년 이상 투자하려면, 내가 혼자 공부하는 것 훨씬 이상의 리얼 베네핏이 있어야 했다.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앞서나가는 이들이 있고, 진짜 토론과 1:1 소통을 통해 내 지적 능력을 넓힐 수 있는 곳.
그래서 나는 영국의 옥스브릿지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박사는 솔직히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을 것 같고, 석사는 왠만하면 쳐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는 학계로 갈 것은 아니니, 대중적으로 선망의 대상인 옥스포드나 캠브릿지에서 석사를 했다면? 거기에 서울대 학사(사실 이건 별 건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까지 합쳐지면 그래도 나름 대중향으로는 의미 있는 타이틀일 거였다. 전공생은 뭔가 다를 거라는 인식도 있고. 육아 멘토로서, 의사 교수까진 물론 아니겠지만 커트라인은 넘는 수준이라고 여겼고, 인생사는 또 모르는 거니 향후 공부를 계속해 어디 사이버대 교수라도 하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2022년 10월 정도부터 나는 영국 석사 준비를 시작했다. 영국은 학부에서 심리학을 하지 않았다면 심리학 석사가 불가능하다.(공부해 보니 왜 그런지 알겠기는 하다.) 그래서 나는 아동 발달을 공부할 수 있는 학문 영역 중, 교육학을 선택했다. 다행히 옥스포드와 캠브릿지 모두 교육학이 유망했다.(내 눈엔 옥스포드가 좀더 영향력있어 보이긴 했다.) 미국이 꽉 잡고 있는 심리학보다 오히려 영국의 교육대학원은, 특히 아동 발달 쪽으로는 더욱 경쟁력이 있어 보였다. 거기에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떨어지나 학계에서는 크게 뒤쳐지지 않는 UCL까지, 총 세 곳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세 군데 모두 Child Development 세부 전공이 있었다.
내 소중한 1년(나이가 들면, 특히 아이를 낳으면 시간이 정말로 금이 된다)을 투자하는 결정이기에, 그리고 나는 유학 자체보다는 내 커리어에 도움될 사회적 인지도가 솔직히 1번 목표이기에 UCL 밑으로는 더 찾아보지 않았다. King’s college, LSE까지는 홈페이지에 들어가보긴 했다.
서류를 준비하면서, 걱정이 많긴 했다. 학교를 떠난 뒤 너무 오래되었고, 유튜버와 스타트업 공동창업 등 내 이력은 심사자들에게 익숙한 CV의 모습은 아닐 거였다. 내가 겉으로 드러나는 학계 생활을 안 했더라도, 학업적으로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고(논문을 많이 읽었고) 학술적 역량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하지? 이게 나의 가장 큰 숙제였다. 다행히 옥스포드에는 내가 제출해야 할 자유주제 에세이가 두 개나 있었고(다른 두 군데는 에세이 제출은 없었음) 거기에서 반드시 석사생 수준의 에세이를 써야 한다! 는 마음으로 임했다. 최종적으로는 옥스포드에 붙었으니 판단이 그 옳았던 것 같다.
구체적인 지원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부터 풀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