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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곤 Aug 19. 2023

눈물이 난다.

한달음에 달려가고 싶습니다. 

책이 아직 서점에 깔리지도 않았는데 많은 분들이 이미 주문을 하고 리뷰도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미 이전의 3권의 책을 썼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감이 생겼는데 이번 책은 여태껏 썼던 책들 중에서 제일 잘 될 거 같습니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곧잘 했던 저는 방장이 되거나 학교에서 상장을 받으면 한 달음에 집으로 뛰어가 어머니에게 임명장이나 상장을 보여 드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집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사람 좋으신 아버지가 돈을 잘 못 버셨기 때문에 어머니가 밖에서 사업과 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학교 가기 8살 전에는 저는 집에서 항상 혼자 있었습니다. 누나들과 형들이 학교에 가고 아버지도 일 나가시고 어머니도 일을 하셨기 때문에 형이나 누나들이 집에 올 때까지 혼자 집에 있어야만 했습니다. 집에서 혼자 놀고 변변한 책도 없었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안 가고 지루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혼자 상상 놀이를 했는데 그래서 제가 상상력이 풍부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볼 수 있었던 만화책 한 권이 있었는데 초등학교 가기 전 어깨너머로 배운 한글을 알았던 저는 할 게 없었기 때문에 똑같은 만화책을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하도 많이 반복해서 읽다 보니 만화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외워서 부모님과 형 누나들이 깜짝 놀란 적도 있었습니다. 정말 할 게 없어서 하루 종일 읽어서 다 외울 수 있었는데, 천재라고 가족들이 놀라니 저도 어이가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는 조용하고 여성스러워셨지만 가족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밖에서 거친 남자들과 교류하며 시행 사업을 하셨습니다. 덕분에 저를 포함한 4남매가 잘 자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직접 돈을 벌어보니 어머니가 여자로서 참 힘들게 돈을 버셨겠구나 생각이 됩니다. 


어머니는 유머 감각이 있으셔서 말씀을 재밌게 하시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얘기하면 사람들이 모여들며 재밌게 얘기를 듣던 기억이 납니다. 기발한 구석도 많으셔서 남들이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얘기하거나 실행하셔서 어린 마음이지만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기발한 구석은 4남매 중 제가 어머니를 가장 많이 닮은 거 같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재 작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렇게 말씀을 잘하셨지만 알츠하이머로 말년에는 말씀을 거의 못 하셨습니다. 특유의 위트와 유머 있는 말도 못 듣게 된 거죠. 제가 가면 눈물이 담긴 눈빛으로만 마음을 전달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쁘게 살다 보니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슬픈 감정은 잠시 잊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제 책이 나오고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으니 누구보다 어머니에게 먼저 달려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한 달음에 달려갈 수가 없습니다. 어렸을 때는 어머니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면 상장과 임명장을 보여 드릴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어머니에게 한달음에 달려가 제 책을 보여 드리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슬픕니다. 제 책이 나올 때마다 밝게 웃으시면서 고생했다고 자랑스럽다고 말씀하셨던 얘기도 더 이상 듣지 못합니다. 


오늘따라 사랑하는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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