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Copy Copy, Great Copy Steal
이 다섯 글자를 보고 이 표현이 왜 좋은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사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따로], [또 같이]라는 두 가지 정 반대의 표현이 만나 역설적인 재미를 준다고 말할 수 있다면 카피 맛 좀 보신 분입니다. 하지만 [따로], [또 같] 두 표현에서 [ㅏ ㅗ] [ㅗ ㅏ] 모음 운율이 서로 대칭되어 있기 때문에 레토릭적으로 구조감과 리듬감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이 표현과 유사한 문장으로 [깨끗함의 끝은, 끝이 없는 케어]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거의 없을 것입니다. 만약 혹시라도 계신다면, 정말로 이 책을 사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카피를 훔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을 오랫동안 고민해 왔습니다. 거장의 어깨를 짚고 그 너머를 보려는 노력 말입니다. 선인들의 성취를 훔쳐 제 것으로 만들고 저만의 길을 새로 내겠다는 꿈을 꾸면서 카피라이팅의 종류를 분류하기 시작했습니다. 카피를 분류해야 카피가 왜 좋은지 이유를 알 수 있고, 카피가 왜 좋은지 이유를 알아야 카피를 카피하지 않고 훔칠 수 있고, 카피를 완벽하게 훔치고 나서야 저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오래 고민하고 책을 엮었지만 아쉬운 부분도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발상법은 아닙니다. 카피라이팅의 분류를 최대한 세부적으로 나누려 했고 그 분류마다 라이팅이 어떤 효용가치를 갖는지 설명하는 글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처음에 어떤 발상으로 방향을 잡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카피라이팅뿐 아니라 비주얼을 포함한 아이디어 전반에 대한 발상법을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제 목표는 제임스 웹영의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보다 유명한 책을 내는 것입니다.
제 정리가 정답이 아닙니다. 정답을 만들겠다며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만 최선을 다했습니다. 본업이 있어서도 아니고 연차가 부족해서도 아닙니다. 저라는 사람의 그릇의 문제입니다. 그것을 절실히 깨달은 저는 이후의 작업을 저 혼자가 아닌, 저와 같은 뜻을 가진 동료분들을 모아 함께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프로들도 재미있어할 내용이 있습니다. 카피라이팅의 학문적 배경에는 아리스토텔레스로 거슬러 올라가는 [수사학]이라는 유구한 역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저만의 해석이 들어있고 그 지점에서는 반드시 재미를 드리겠습니다.
카피라이터가 아닌 분 들도 재미있어할 내용이 있습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글이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타블로는 왜 가사를 잘 쓰는 래퍼일까요? 올티의 전공은 힙합이라던데 가사를 얼마나 다르게 쓰고 있을까요? 나는 카피를 보면 어느 정도 좋은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당신,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나의 한국어/카피라이팅 점수는?]이라는 부제는, 셀 수 없이 많은 이 책의 죽은 타이틀 후보 중 하나입니다.
저의 배움에는 저와 함께한 수많은 업계 선후배 및 동료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의 문장도 함께 소개드릴 예정입니다. ㅇㅇㅇ ㅇㅇㅇ 시디님, ㅇㅇㅇ ㅇㅇㅇ ㅇㅇㅇ ㅇㅇㅇ 카피님, ㅇㅇㅇ ㅇㅇㅇ ㅇㅇㅇ ㅇㅇㅇ ㅇㅇㅇ 아트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