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처음 한 고민은 글을 어디에 써야 할지였다. 무엇을 쓸까 보다 이 생각을 먼저 했다. 아마도 SNS를 하지 않았을 때라 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는데 글 쓸 공간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 블로그를 선택한 이유는 사이트 자체에 글을 쓰기 쉬운 ‘형식’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었다. 글을 쓰는데 별다른 장벽이 없었다. 블로그 내의 포맷을 그대로 이용하면 됐다. 그렇게 나는 변호사로서 블로그에 공개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대세보다는 나에게 맞는 채널을 선택하다
“변호사님은 유튜브 안 하세요?” 내가 의뢰인들로부터 종종 듣는 말이다. 요즘엔 유튜브로 검색을 많이 한다면서 의뢰인들이 내게 유튜브를 권하기도 한다. 솔직히 유튜브를 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채널을 활용해야 제대로 나를 알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유튜브를 잘하려면 많이 봐야 할 텐데, 나는 유튜브를 즐겨보지 않는다. 나조차도 즐기지 않는 채널을 내가 한다는 건 뭔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일단 내가 즐거워야 지속할 수 있을 텐데, 유튜브는 꾸준히 할 자신이 없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칠 때도 있었기 때문에, 유튜브까지 할 여력이 없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글쓰기에 주력하고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채널 위주로 확장해가고 있다. 블로그부터 시작해서 현재는 브런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으로 차츰차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내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글쓰기를 기반으로 한 채널이 나에게 맞기 때문이다. 내가 채널을 선택하는 기준은 ‘지속성’이다. 소위 말하는 대세 채널을 이용해야 나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제일 중요한 건 꾸준히 할 수 있는지가 아닐까 한다. 내가 즐거워야 꾸준히 할 수 있고, 끝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치지 않을 정도로만 SNS를 활용하고 있다.
블로그를 베이스캠프로 삼다
내가 글을 쓰는 기본이 되는 플랫폼은 블로그이다. 블로그는 검색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다. 사람들은 궁금한 게 있으면 초록창에 키워드를 넣고 검색부터 한다. 내 글이 읽히려면 검색 결과 페이지 상단에 내 블로그가 노출되는 게 유리하다. 그래서 블로그는 검색되는 글을 쓰는 게 중요하다. 정확히 말하면 ‘검색되는 제목’을 잘 써야 한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나는 블로그에 제목을 정할 때 ‘키워드마스터(https://whereispost.com/keyword/)’라는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물론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이렇게 하는 건 아니지만, 제목에 핵심 키워드를 넣으려고 노력한다. 블로그에 어느 정도 글이 쌓이고 이웃 수가 늘면 자연스레 글의 노출빈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검색 외에도 누군가의 공유를 통해서도 글이 퍼지기 때문이다. 나는 SNS를 이용해서 내가 쓴 글을 직접 공유하기도 한다.
나와 결이 맞는 이웃들과 댓글로 소통하는 건 블로그를 운영하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정보성 콘텐츠에는 질문 댓글도 달리고, 상담문의도 있다. 블로그는 비밀 댓글이 가능해서인지 방문자들이 댓글로 문의를 하는데 부담을 적게 느끼는 것 같다.
나만의 이야기를 하는 공간, 브런치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어느덧 에세이를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시작했다. 정보성 콘텐츠가 아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소송을 하면서 겪은 일이나 일에 대한 내 생각과 견해를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블로그에 써도 상관없긴 했지만, 블로그는 검색 기반이 강한 플랫폼이기 때문에 에세이는 사람들에게 가닿기가 힘들었다. 내가 쓴 글을 더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했고,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 역시 욕심났다.
브런치는 블로그와는 다르게 작가 신청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아무나 글을 쓸 수는 있지만(작가서랍이라는 곳에 보관), 작가 승인을 받지 못하면 글을 발행할 수 없다. 작가 신청을 한다고 해서 곧바로 브런치 작가가 되는 건 아니다. 브런치 팀에서 일정한 심사를 거쳐 작가 선정을 한다. 나는 세 번 만에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었다. 브런치 작가에 거듭 도전하면서 내가 깨달은 건 ‘브런치는 작가만의 이야기를 듣기 원한다.’는 것이다. 콘텐츠의 주제가 분명하고 희소가치가 있으면 더 좋다. 그 콘텐츠를 당신이 경험한,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로 들려달라는 것이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고픈 사람들은 이점을 신경 쓰면 좋을 것 같다.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에는 처음 작가 신청 시 언급한 주제와 벗어난 글을 써도 상관없다.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맘껏 쓸 수 있다. 나는 블로그의 정보성 콘텐츠를 브런치에 그대로 올리기도 한다. 블로그를 하지 않는 이들도 있고, 브런치는 구글에서 검색이 잘 되기 때문이다. 브런치를 시작했던 본래의 목적대로 나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는 블로그가 아닌 브런치에 쓰는 편이다. 브런치는 블로그처럼 사진이나 영상을 넣으면 좋다거나 제목에 키워드를 넣어야 한다는 등의 규칙 같은 게 필요 없다. 오로지 ‘글’만 써도 된다. 글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면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채널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인맥과 소통
전 맨유 감독인 퍼거슨은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말을 했다. 그러나 SNS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낭비가 아닌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알리기 위해 발로 뛰는 시대는 지나갔다. SNS를 잘 활용한다면 사람을 직접 만나 명함을 돌리지 않아도 충분히 나를 알릴 수 있다.
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주로 책, 육아 등 일상을 공유하고 단상을 적는다. 블로그나 브런치에 쓴 글을 공유하기도 한다. 퍼스널 브랜딩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SNS를 통해 최신 정보를 얻고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 사람들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런 이유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지만 사실 잘하지 못하는 편이긴 하다. 그래도 요즘처럼 코로나로 인해 대면하기 힘든 상황에서 지인의 소식을 접할 수 있고,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어서 틈나는 대로 들여다본다.
어디에든 꾸준히 쓰는 게 목표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 '이웃 수 100명 늘리기'와 같은 목표는 잡지 않았다.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고 이웃 수나 방문자 수에 일희일비하고 싶지 않았다. 상담 몇 회, 사건 수임 몇 건과 같은 목표 또한 세우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금방 지쳐버릴 거라 여겼다. 그저 꾸준히 글 한편 한편을 쌓아 나가는데 집중했다. 일주일에 한두 편의 글을 쓰자고 마음먹었을 뿐이다.
블로그를 만들고 첫 글을 발행하던 순간의 떨림은 아직도 기억난다. 지금 보면 부끄러운 글이지만, 주변 지인들의 응원에 물러서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다. 당시 나는 자기계발 모임인 바스락(바인더 쓰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멤버들 중에는 블로그나 브런치를 운영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꾸준히 자신의 일상이나 지식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내게 동기부여가 됐다. 또 내가 쓴 글을 읽고 댓글로 응원해주고 공감해주는 이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온라인에 글을 쓰고는 있지만 나는 아직도 SNS가 낯설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 중 하나는 익숙해질 때까지 해보는 거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을 참 좋아한다. 꾸준히 나만의 콘텐츠를 쌓다 보면 나만의 색깔을 찾아가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 이 글은 출간 예정인 《변호사의 글쓰기 습관》(가제)의 일부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