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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혜정 변호사 Feb 08. 2023

드라마 <더 글로리>로 바라본 학교폭력

요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더 글로리>가 인기인데요. 드라마는 고등학교 시절 학교폭력을 당한 문동은(송혜교)이 가해자들을 상대로 치밀하게 복수를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문동은은 학교폭력으로 신고도 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합니다. 결국 피해자가 할 수 있는 게 사적 복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어요. 드라마를 보는 내내 피해자인 문동은을 보면서 애잔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복수조차 과거의 피해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피해자의 몸부림처럼 느껴졌거든요.


<더 글로리>의 주인공은 학교나 주변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했지만, 현실에서는 학교폭력을 어떻게 규율하고,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어떤 절차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학교폭력이란

학교폭력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에서 규율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에서는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학교폭력이라고 정의합니다(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


<더 글로리>는 누가 봐도 학교폭력으로 볼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실제로는 애매한 경우도 있어요. 판례는 아래와 같이 해석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형법상 범죄가 되지 않더라도 학교폭력에 해당할 수 있죠.


학교폭력법의 목적 및 위 정의 규정의 문언을 살펴볼 때, 학교폭력은 위에서 나열한 폭행, 명예훼손·모욕, 따돌림 등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이와 유사하거나 동질의 행위로서 학생의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고 할 것이고, 위에서 말하는 명예훼손·모욕 역시 형법상 명예훼손죄, 모욕죄와 동일하게 보아 그 성립요건 구비 여부에 따라 판단할 것이 아니라 학생의 보호 및 교육 측면에서 달리 해석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서울행정법원 2014. 6. 20. 선고 2014구합250 판결).


학교폭력 처리 절차  

교육부,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10~11쪽, 2022


학교폭력은 교육지원청에 있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데요. 피해학생과 보호자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개최를 원하지 아니하는 경미한 학교폭력의 경우에는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의2). 이 경우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하여 가해학생에 대하여 아래의 조치(동시에 여러 개의 조치도 가능)를 할 것을 교육장에게 요청하여야 합니다(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피해학생 및 신고ㆍ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

사회봉사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처분에 해당하는 조치


교육장의 조치결정에 이의가 있는 피해학생이나 그 보호자, 가해학생이나 그 보호자는 행정심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으로 받은 손해(위자료 등)를 배상받으려면 별도로 민사소송을 청구해야 하고, 형법상 범죄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면 형사처벌도 가능합니다. 물론 가해학생의 연령이 만 14세 이상이어야 형사처벌이 가능하죠. 그런데 대부분의 학교폭력 사안은 가정법원에서 소년보호재판을 받습니다.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을 고데기로 가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실제 청주에서 일어난 사건이 모티브라고 하는데요. 이 사건 역시 소년법상 처분을 받는 데 그쳤죠(관련 기사).



<더 글로리>에서 가해자들 중 한 명인 최혜정(차주영)이 불리한 상황이 되자 문동은(송혜교)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는 실수였다면서요. 그러자 문동은은 ‘실수일까, 잘못일까?’라고 하면서 그건 실수가 아니라 잘못이라고 알려줍니다.


"실수였다"

"장난이었다"


법정에서 가해학생들이 하는 말입니다. 실수이고 장난이었지만 반성한다면서요. 재판부를 향해서는 눈물을 흘리면서 정작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반성은 없어서 씁쓸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에서 김은숙 작가는 “폭력의 순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잃게 되잖아요. 인간의 존엄이나 명예나, 영광 같은 것들. 그 사과를 받아내야 비로소 원점이고 거기서부터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목을 '더 글로리'라고 지었고요”라면서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극중 가해자들이 결국에는 문동은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게 될까요? 그럼 참 아름다운 결말이겠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네요. 항상 예상을 빗나가는 김은숙 작가님이기에 시즌 2가 무척 기대되고 궁금합니다. 드라마를 아직 못 보신 분들은 추천드립니다. 재미도 있지만 생각할 지점이 분명 있거든요.



이 글은 로하우(LAWHOW) 뉴스레터에서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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