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담파르크 Nov 09. 2017

장건, 실크로드를 개척하다(하)

<13년간의 대장정, ‘월지 어드벤처’>

 이제, 용기와 의욕으로 무장한 장건의 ‘월지 어드벤처’가 시작됩니다.     


  기원전 139년, 장건은 백여 명의 용사와 월지를 찾아 서역으로 떠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장건 일당은 흉노의 땅에 들어서자마자 포로가 되고 맙니다. 흉노의 선우(왕)에게 끌려갑니다. 선우는 이들의 목적을 알고는, 강제로 억류시킵니다. 바로 처형했을 법도 한데, 왜 살려뒀던 걸까요? 한나라와 흉노가 아직은 화친관계였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는 흉노를 무너뜨리려 했는데 화친관계라니, 조금 의외이지요? 그만큼, 무제가 표면적으로는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 속으로는 칼을 갈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장건! 그의 ‘월지 어드벤처’는 이 단계에서 ‘The End’ 되어버렸을까요? 아니면 ‘To be continued’ 되었을까요?    

 

  장건은 흉노에서 10년이나 살았습니다. 흉노족 여자를 아내로 맞이해 가족을 꾸리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그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을 감행합니다. 왜 탈출했을까요? 고향인 한나라로 돌아가기 위해? 아닙니다. 그는 월지를 찾아 떠났습니다. 그동안 한시도 자신의 임무를 잊지 않았던 것이지요. 10년 만에 비로소, 장건의 ‘월지 어드벤처’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흉노를 지나, 대원국에 도착합니다. 대원국은 장건을 환대해주었습니다. 멀리서나마 한나라의 부강함을 알았던 모양이에요. 심지어 장건을 월지까지 안내해줍니다. 당시 월지는 흉노와의 전쟁에서 크게 패한 후,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북부로 옮겨가 대월지국이라는 나라를 세운 상태였어요. 때문에 장건은, 자신이 제안이 쉽게 받아들여지리라 생각해요. 한나라와 대월지국이 동맹하여 흉노를 공격하는 것 말이지요. 그런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요? 대월지국은 흉노와의 전쟁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대월지국은 기후가 좋고 물자가 풍부한 곳에 정착해 안정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전쟁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흉노랑은 더 이상 적대적인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아했습니다. 그래도 장건은 1년 동안 끈질기게 설득했는데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안타깝게도, 동맹을 맺지 못하고 귀국길에 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빈손으로 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나라로 돌아가는 길에, 서역의 여러 국가들의 문화와 풍속, 산물들에 대한 정보를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먼 나라의 정보를 얻는 게 어려웠던 시대인 만큼, 무척 귀한 고급정보였습니다.     


  장건의 귀국길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흉노를 피해 남쪽으로 고원을 넘어가다가, 또 흉노에게 붙잡히고 만 것이지요. 이게 무슨 악연인지! 그는 무려 1년간 붙잡혀 있다가 풀려납니다. 그 후 기원전 126년, 드디어 한나라의 수도, 장안으로 돌아오게 되지요. 자, 장건이 처음 한나라에서 출발했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기원전 139년이었습니다. 고로 장건의 ‘월지 어드벤처’는 13년이나 걸린 대장정이었던 셈이네요. 긴 시간동안 목표를 잊지 않고, 임무를 완수하려 최선을 다했던 장건! 그의 의지와 책임감이 놀랍기만 합니다.           




         

<장건의 끝나지 않은 여정>     

  장건이 돌아오자 수도로 돌아오자, 무제는 크게 기뻐했습니다. 무제는 ‘태중대부’라는 높은 관직을 주며 장건의 공을 치하합니다. 무제는 장건이 풀어내는 서역에 관한 고급 정보에 굉장한 흥미를 느낍니다. 결국은, 서역의 국가들과 공식적으로 관계를 맺고자 하죠. 그러려면, 흉노를 거치지 않으면서 서역으로 가는 길목을 찾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마침 마땅한 지역이 있었는데요. 바로 ‘하서’였습니다. 무제의 지시 아래, 20살의 젊은 장국 곽거병이 하서를 점령하고 고조선처럼 4군을 세웁니다. 이제는 장건처럼 흉노에 붙잡히지 않고도, 서역으로 갈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무제는 국제 감각이 참 뛰어난 인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제는 곧 장건을 소환했습니다. 부하들과 함께 서역으로 다시 출발하라고 지시했지요. 장건 역시, 들뜬 마음으로 ‘어드벤처 시즌2’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쯤 되면, 장건도 뼛속까지 모험가이자 여행가가 아니었나 싶어요. 이때가 기원전 119년이었습니다. 장건이 수도로 돌아 온지 7년만의 새 모험이었지요.     


  장건과 부하들은 각기 흩어져 서역의 여러 나라로 떠났습니다. 추후, 이들 모두 해당 나라의 사절을 데리고 귀국하게 되는데요. 나라 수를 세보니, 모두 36개국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36개국의 외교관을 한 곳에 모으기 힘든데, 대단한 성과이지요. 모든 36개국과 한나라는 공식적으로 외교관계를 맺었습니다.     


  사절이 오가니, 자연스레 상인들도 교류하기 시작합니다. 서역의 포도, 호두, 음악, 곡예 등이 중국으로 들어왔고, 중국의 견직물(비단)이 수출됐습니다. 이는 서역을 지나 저 멀리 로마제국까지 팔려나갔는데요. 이것이 바로, ‘실크로드(비단길)’의 어원이 됩니다.




  자, ‘장건이 왜, 어쩌다가, 실크로드를 개척했을까?’에 대한 답을 정리할 수 있겠나요? 요약하자면, 장건이 월지로 떠난 지 13년 만에, 서역의 고급정보들을 잔뜩 갖고 돌아왔고, 그 정보를 들은 무제가 서역과의 공식적인 외교를 추진한 것입니다. 이에 장건은, 서역의 사절들을 직접 데리고 와 외교관계를 맺었고, 한나라의 비단을 로마제국으로 수출하며 ‘실크로드’를 개척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실크로드는, 한나라 입장에선 서역의 호두, 곡예 등을 들여온 길이었으니, 유럽 중심적으로 명명된 이름이라 할 수 있고요.     


  이제까지, 장건이라는 한 인간의 목표에 대한 무서운 집념과 그 결과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는 동서양의 교류에 물꼬를 트게 한 장본인입니다. 그가 처음부터 이를 목표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가 고군분투했던 여정들이 인류사에 큰 획을 그은 것만은 확실합니다.





팟캐스트 방송으로도 <역사를 걷는 밤>을 즐겨보세요:)

  http://www.podbbang.com/ch/14711


매거진의 이전글 장건, 실크로드를 개척하다(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