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에야는 쌀로 만드는 스페인 음식이다. 아랍과 스페인의 문화가 만나 만들어낸 음식으로, 바르셀로나에선 해산물을 활용한 파에야 데 마리스코가 유명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쌀이 파에야 속에서 어떻게 낯설게 변했는지 꼭 체험해 볼만하다.
이담 바르셀로나에선 쌀밥, 그것도 해물볶음밥을 먹을 수 있어. 거리 곳곳에 널려 있지.
성진 쌀? 유럽은 주식이 고기랑 빵이잖아.
이담 근데, 스페인엔 ‘파에야’라고 밥 요리가 유명해.
성진 파에야? 프랑스나 영국, 독일에는 이런 밥 요리가 없지 않아? 왜 유독 스페인에만 있는 거야?
이담 그렇지, 중동 쪽으로 넘어와야 쌀을 주식으로 먹지. 근데 왜 스페인에 쌀 요리가 있느냐면 바로 아랍이 스페인을 오랫동안 지배했던 역사가 있어서야. 그것도 무려 800년이나.
성진 아! 그 800년 동안에 쌀 요리가 들어온 거구나?
이담 파에야의 기원에 관련해선 재미난 얘기가 많아. 이곳을 지배하던 아랍 이슬람의 한 왕이 연회를 엄청 좋아했데. 매일매일 산해진미를 가득 차려놓고 파티를 한 거야. 근데, 그 요리를 매번 다 못 먹고 많이 남겨. 신하들이 남는 음식들이 아까워서 이걸 쌀이랑 같이 볶아 먹었다고 해.
성진 무슨 군대도 아니고, 잔반 처리를 한 거네. 그럼 파에야가 잔반이라는 뜻인가??
이담 파에야는 넓은 후라이팬이란 뜻이야. 팬이 라틴어로 파텔라, 스페인 옛날 말로 빠디야거든. 너 우리나라에서 밥집 중에 뚝배기 파는 곳 있지? “파에야 주세요.”하면 “후라이팬 하나 주세요.”라는 말이 되는 거지. 우리가 뚝배기 하나 주세요하는 것처럼.
성진 근데, 파에야랑 바르셀로나랑은 무슨 관계야.
이담 파에야가 스페인 곳곳에서 먹긴 해. 그래도 그 고향을 찾자면 발렌시아 지방이야. 근데, 이 파에야가 바르셀로나가 있는 카탈루냐 지방에 와서 확 업그레이드돼. 이곳이 지중해를 면해서 해산물이 많잖아. 그래서 카탈루나 사람들은 파에야를 만들 때 홍합, 새우, 오징어를 마구 때려 넣어. 이곳 파에야를 ‘파에야 데 마리스코’라고 불러.
성진 아, 이곳이 해물 파에야가 유명한 거구나? 원조 격인 발렌시아를 능가할 정도로?
이담 그렇지. 발렌시아는 쌀이 특산물이어서 파에야를 만들 때 유리하긴 하지만, 다른 재료를 거의 넣지 않아서 소박하다고 해.
성진 그렇구나. 그건 그렇고 파에야가 맛이 있긴 해? 쌀이라 입맛에 잘 맞을 것 같긴 한데, 우리나라에서 먹는 볶음밥보다 훨씬 특별한 맛이 있긴 한가?
이담 나는 바르셀로나에서 해산물 파에야, 그러니까 파에야 데 마리스코를 먹어봤어. 회 먹고 나서 매운탕 먹지? 매운탕 남은 국물에 밥 볶아 먹는 맛이랑 비슷해. 근데, 밥이 많이 고슬고슬해. 식감이 우리네 쌀보단 탱글거리고, 더 씹어야 해.
성진 밥알이 딱딱한 거야?
이담 조리방식이 우리랑 달라서 그래. 먼저 들어가는 해산물이랑 야채 같은 걸 올리브기름으로 볶아. 그 다음에 물을 넣고, 마지막으로 쌀을 넣어. 이때 생쌀을 넣기 때문에 오래오래 졸여야 하지. 근데 아무리 졸여도, 우리가 짓는 밥처럼 쌀알이 부드러워지진 않아.
성진 그럼 맛이 없다는 거야? 굳이 먹을 필요 없다는 뜻?
이담 아니야. 우리랑 요리방식도 다른데다가, 샤프란이나 강황 같은 향신료도 가미하기 때문에 이색적인 맛이야. 그리고, 아랍과 스페인의 문화가 만나 만들어낸 음식이니 만큼 꼭 한 번은 먹어봐야 돼. 파에야 맛에 반해 찾는 사람이 많아져서 이태원에 파에야 음식점이 한두 군데가 아닐 지경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