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담 내가 유럽 가서 깜짝 놀란 게 있어. 어느 할머니를 봤는데, 발목이 띵띵 부어 있는 거야. 다른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그런가 싶어 봤더니, 모두들 부어있었어.
성진 잉? 발목이 부어있다니? 모두가?
이담 응. 거의 대부분이. 나중에 알아보니, 석회질이 발목에 쌓인 거래. 유럽은 물에 석회질 성분이 많아서, 자주 마시다 보면 그게 체내에 쌓인다고 하더라고.
성진 아니, 그럼 유럽에 가면 물 마시면 안 되겠네?
이담 한두 달 먹는다고 발목에 가득 차진 않아. 아무튼 그래서 유럽에 음료들이 발달해. 이곳 스페인을 상징하는 음료가 있지.
성진 상그리아 말하려고 하는 구나!
이담 맞아. 상그리아. 스페인을 대표하는 전통 음료지. 와인에 레몬, 오렌지, 사과 등 과일이랑 설탕, 탄산수를 넣고 하루 정도 숙성해 마시는 거야. 진짜 맛있어.
성진 나도 가끔 데이트할 때 먹어봤어. 근데 상그리아는 무슨 뜻이야?
이담 상그리아가 피처럼 붉잖아? 상그리아는 스페인어로 피를 뜻하는 단어래.
성진 “상그리아 한 잔 할래?”라고 하면, 같이 피 마시자는 뜻이네. 피는 좀 무섭고 부정적인 단어인데, 굳이 피라고 부를까.
이담 문화권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다르지. 스페인에선 피를 활력, 생명, 정력 등 긍정적으로 생각해. 상그리아 한 잔 하자고 하면, 같이 에너지 마시자, 활력 마시자라고 하는 꼴이랄까.
성진 상그리아는 언제부터 마시기 시작한 거야?
이담 원래 와인에 이것저것 섞어 먹은 건 로마시대 때로 거슬러 올라가.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 알지? 이 사람이 와인에 향신료를 섞어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성진 상그리아의 원형은 로마에 있구나. 그럼 언제부터 스페인에서 시작된 거야?
이담 로마가 여기 스페인을 점령했던 거 알지? 로마인이 스페인에 오고 나서 깜짝 놀라. 기후가 좋아서, 온갖 과일들이 많은 거야. 이 사람들이 와인 먹을 때 과일을 넣어서 먹기 시작해. 지금 우리가 먹는 상그리아처럼 말이야.
성진 역사가 참 깊은 음료구나. 2천 년은 되니까 말이야.
이담 스페인의 무더운 여름에 꼭 필수적인 음료가 된 거지. 레스토랑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슈퍼마켓만 가도 상그리아를 팩에 담아 팔고 있어. 스페인의 물이 무서울 때, 상그리를 찾아서 꼭 마셔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