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 바뜨요는 바다를 형상화한 가우디의 작품이다. 가우디가 좋아했던 옛 전설도 품고 있어 눈과 귀 모두를 사로잡는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담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럭셔리한 곳, 그라시아 거리라고 있어. 우리나라로 따지면 청담동 거리 쯤 되려나. 온갖 명품 브랜드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그 화려한 브랜드샵 사이에 더 화려한 건물이 있어. 네가 꼭 가봐야 할 곳이기도 해.
성진 설마... 가우디의 건물..?
이담 맞아. 카사 밀라랑 카사 바뜨요가 바로 그라시아 거리에 있어. 둘 모두 가우디의 것이지만 컨셉이 아예 달라. 카사 밀라는 산을 형상화했다면, 카사 바뜨요는 바다를 형상화했어.
성진 정말 자연을 좋아하는구나. 이제 아예 머리에 박혔어. 가우디=자연.
이담 카사 바뜨요를 보면 진짜 화려해. 원래 이 자리는 바뜨요 카사노바스라는 부자가 낡은 집에 살고 있었어. 근데 이 사람이 집에 돈을 좀 쓰기로 결심하지. 좀 으스대고 싶었나봐. 그래서 찾아간 게 가우디야.
성진 그래서 가우디는 카사 바뜨요를 어떻게 만들어 내?
이담 내가 이곳에 갔을 때, 우리나라 여자들이 특히 좋아했어. 색채감이 정말 예뻐. 가우디가 건물 외관을 꾸밀 때 즐겨 사용 하는 기법이 ‘트렌카디스 기법’이야. 타일과 유리 파편을 이용해서 겉을 마무리 하는 거지. 햇빛을 받으면 반짝반짝 빛나.
성진 카사 바뜨요도 트렌카디스 기법으로 마무리한 거로구나? 그래서 건물 전체가 보석처럼 빛나고 말이야.
이담 그렇지. 그냥 단순히 빛나서 예쁘기도 하지만 재미난 이야기도 숨겨져 있어. 카사 바뜨요 외관이 초록색, 황색, 청색 조합의 모자이크고, 발코니와 기둥은 동물의 뼈처럼 생겼어. 이렇게 만든 데에는 바르셀로나의 수호성인인 성 조지의 전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
성진 성 조지? 전설? 무슨 이야기인데.
이담 성 조지라고 유럽 각국에서 사랑하는 성인이 있어. 이 조지는 로마 제국의 군인이었는데, 기독교에 심취하게 돼. 어느 날 여행을 가다 한 나라를 지나게 돼. 여기엔 나쁜 용이 있었는데 나라의 공주를 하나씩 잡아먹었어.
성진 용감한 군인이자, 하느님의 보호를 받는 성 조지가 나쁜 용을 물리쳤다?
이담 그렇지. 멋지게 용을 없애곤, 그 나라 사람들 모두를 기독교로 개종시켜. 독실한 가톨릭 교도였던 가우디는 성 조지의 전설을 무척 좋아했나봐.
성진 초록색 모자이크는 용의 껍질이고, 동물 뼈 같은 기둥은 용의 뼈라는 거지?
이담 카사 바뜨요 전체가 진짜 한 마리의 용 같아. 하지만 그러면서도 지중해의 시원한 바다도 느껴지게 만들었어. 건물 실루엣이 물결 모양이어서 파도 같아. 그리고 내부 계단실엔 파란색 모자이크를 둘러서, 마치 바다 속에 들어온 기분이 들어.
성진 좋아. 가서 성 조지 이야기를 떠올리며 나쁜 용의 잔해를 느껴봐야겠다.
이담 너른 지중해를 감사하는 것도 잊지 마. 건물 구석구석 바다라는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고심한 가우디의 흔적을 꼭 찾아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