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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노래, 그리고 아쉬움

CD를 사러 가던 설렘,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

by 쏭저르

한때는 노래를 듣기 위해 CD를 직접 사야 했다. 한 달에 한 번, 용돈을 모아 좋아하는 가수의 새 앨범을 사러 레코드점에 가는 일이 설레는 즐거움이었다. 길을 걷다 레코드점 앞을 지나칠 때면, 어떤 가수의 신곡 포스터가 붙어 있는지 유심히 살피곤 했다.


그 시절 내가 가장 좋아했던 가수는 휘성이었다. 당시 휘성은 YG 소속으로, 힙합 색이 강한 가수들이 많았지만, 그는 감미로운 R&B 스타일로 사랑받았다. 특히 그의 2집 앨범을 가장 좋아했다. 애절한 발라드부터 힙합 느낌의 곡까지, 16곡이 꽉 찬 앨범이었는데, 모든 곡이 타이틀곡처럼 느껴질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특히 <사랑하지 않을 거라면>과 <말을 해줘>를 참 좋아했다. 이 앨범을 들을 때면, 마치 하나의 영화나 시나리오처럼 모든 곡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한동안 지겹도록 반복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휘성의 2집은 내게 ‘나만의 명반’ 같은 음반이었다.


얼마 전, 좋아했던 휘성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문득, 아티스트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고단할지 생각하게 되었다. 대중의 사랑을 받지만, 그만큼 쉽게 상처받고, 때로는 사람들에게 무자비하게 깎여나가는 존재. 순식간에 몰려드는 인기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들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가 더 이상 동시대를 함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쉽다. 하지만 문득 그들의 노래를 다시 들을 때, 혹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시 마주칠 때, 그때의 기억과 감정이 떠오른다. 한 시절을 함께 보냈던 음악, 그 순간의 향수. 그래서 더 애틋하고, 가슴 한편이 아득해진다.


그의 단독 콘서트 한 번 가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그래서 앞으로는 좋아하는 가수를 직접 보고, 라이브로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시간이든 비용이든 아끼지 않고 가야겠다고 다짐한다.


비록 아쉬운 마음이 남지만, 그의 노래는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그렇게 한 시절이, 노래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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