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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ian Jul 29. 2015

그 노래

Time/Alan Parsons Project

그는 유곽 근처에 살았다. 집으로 이르는 언덕을 꼬불 꼬불 걷다 보면, 끝이 예리한 유리 파편을 던져 놓은 듯 날 선  햇빛이 반사되는 도시의 전경을 발 밑에 둔 그곳. 언덕을 따라 여자들이 살고 있었다. 허름한 주택들 사이 사이, 낮이면 빛나는 햇살이 검붉은 암막 커튼 위로 하염없이 쏟아지고,  밤이면 어두운 골목에서 사루비아 꽃잎처럼 선홍의 불빛이 피어나던 곳. 그는 그 길을 따라 아침을 나섰고 그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 왔다.


동네  습기가 가득했고, 시내를 연결하 길고  터널에서 스며나 곰팡네가 떠돌았다. 밤이면 여자를 찾아 유곽으로 들어 오는 미군들과 취객들로 인해 어둠을 깨우는 한바탕 소란은 다반사 였으며, 게 중에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경찰차가 달려오는 일도 흔하게 있었다. 낮의 적막과 달리 밤의 그곳은 인간의 말초적이며 그릇 된 욕망이 춤추는 소돔과 고모라였다. 그곳은 도시에 존재하지만 알카트로스의 감옥처럼 졌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호시탐탐 간수의 눈길을 피해 땅굴을 파내며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처럼,  빠져나갈 회만 리는  듯했다.


그는 세 살 터울의 누이와 함께 그곳에 남겨졌다. 믿어지지 않았지만, 어느 날 가족들은 뿔뿔이 각자의  찾아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인의 도움으로 이곳에 거처를 마련하게 되었다. 낮이나 밤이나 한줌의 햇볕조차 허락되지 않는 어둡고 음습한 동네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의 삶은 비루했다. 시도 때도 없이 부모의 행방을 묻는 낯선 사람들이 찾아 왔고 그럴 때마다 그는 렬히 저항했고 막아섰다.   없는  시도 때도 없이 찾아들었다. 어느 날 갑자기 겪게 되는 가난은 겨울 추위만큼 맹렬했고, 우리는 서로를 돌아 보거나 위로를 위해 등을 토닥이는 일조차도 할 수없었다.


그곳에서 그 섬이었다. 섬을 넘나드는 바람은 적막한 소리로 울었고 그런 날엔 눈물이 날 것 같이 외로웠다. 그 섬에선 소소하게 마음을 나누는 일, 사람의 온기를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고 사람 가운데 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일 따위는 없었다. 밤마다 메마른 섹스의 분비물이 동네의 땀구멍을 통해서 밤하늘을 뒤덮었고, 교성과 괴성, 절박한 생존을 위한 악다구니만 남아있는 곳에서 그는, 꽃잎처럼 야위어 갔다.


도시를 뒤덮고 있는 농밀한 안개와 잦은 비, 기관지의 염증과 뜻 모를 분노가 노도처럼 몰아치던 날 그는 그리 멀지 않은 공원으로 향했다. 잔바람에 날리는 라일락 꽃잎이 오월의 밤하늘을 보랏빛으로 물 들이고 있었고, 그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담배를 피웠다. 뜨거운 눈물이 솟았다.  눈물이 떨어져 가문 흙 위로 작은 먼지를 일으켰다. 손가락 사이에서 죽어가던 불빛이 바람에 잠시 반짝이다 사라져갔다. 두런 두런 어둠이 깊어지고 사람들은 잰 걸음으로 그의 곁을 스쳐갔다. 멀리서 그가 돌아가야 유곽의 붉은 불빛이 하나, 둘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바닷길을 잃어 난파를 목전에 둔 선박을 인도하는 광탑의 그것처럼.


https://youtu.be/1jITX8kOf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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