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에 알 수는 없었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난달부터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몸이 하루종일 찌뿌둥하고, 앉았다가 일어날 때면 두 무릎의 관절 부분의 자극이 느껴진다. 아빠다리를 할 때도 다리 찢기 하듯 불편하고, 계단이라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슬로 모션으로 관절이 괜찮은가를 체크하며 조심스럽게 한 발씩 내딛는다. 상황이 이러니 에고고, 으으으, 에구야.. 등 다양한 추임새는 덤이고, 주변 사람들은 가볍게 웃곤 한다.
'에고고'소리를 내는 목각인형이 되었다.
그러고 나니 엄마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났다. 불안하게 쿵 떨어지듯 계단을 내려오는 엄마의 모습.
왜 저렇게 넘어질 것처럼 위험하게 걷는 거지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무릎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이제야 완전히 공감이 됐다. 예전에도 무릎이 안 좋은가.. 라며 어설프게 생각은 했지만, 나의 불친절하고 건방진 젊은은 엄마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운동 좀 열심히 하라는 핀잔으로 나타났다.
내 관절이 아프고 보니, 부모님 생각이 나고 길 가다 보이는 어르신들을 에게 시선이 간다. 산을 힘차게 오르는 분을 보면 "와, 대단하시다."라는 생각이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시는 분을 보면 "시간 내에 길을 건너가실 수 있을까"하는 조바심이 든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선이 가는 것은 출퇴근 시간, 전철을 타시는 어르신들이다. 우르르 나가고 들어가는 사람들 속에 천천히 움직이는 노인들은 잘못 밀려가지 않으려고 애쓰는 동시에, 전동차 문이 닫힐까 불안해하며 다급해진 눈빛이다. 그렇게 해서 힘들게 전철을 타고, 혹시 있을 좌석을 두리번거리지만 현실은 제대로 서있을 공간조차 없을 때가 많다.
언제부터인가 전철에서 자리를 비껴주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거 같다. 노인들은 전철을 타면 마땅히 그래야 하는 듯 노약자석으로 가서 앉는다. 노약자석이 다 차면 그 주변에 서있다가 자리가 나면 앉는다. 노약자석에서도 더 늙어 보이는 사람에게 먼저 자리를 양보하며 넓은 전동차에서 몇 개 없는 노약자석을 사이좋게 나눠 앉는다.
물론 노인에게 좌석을 양보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노인을 봤든 보지 못했든, 계속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이 확실히 많은 것 같다.
노약자석이 있는 것은, 아마도 전철의 모든 좌석중 노인만 앉을 수 있는 곳을 마련해서 최소한의 배려를 보장하기 위함이었으리라. 그런데 언제부턴가, 노약자석은 노인좌석, 일반석은 젊은이들의 좌석이 돼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노인을 신경 쓰지 않고 일반좌석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 인 거 같다.
노약자석은 노인들이 맘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유일한 좌석이 돼버린 것 같다.
나의 무지했던 젊음이 엄마의 걷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의 젊음 또한 불친절과 당당한 이기심으로 좌석을 노인들에게 양보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 무릎이 아파지는 지금이 돼서야 겨우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