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London Lif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혀니버니 Oct 01. 2023

3. 영국 왕실에서 주최하는 경마 Royal Ascot

영국에 오면 꼭 해보고 싶었던 버킷 리스트 중 하나는 영국의 왕실 경마 이벤트인 Royal Ascot에 참석해보는 것이였다. MBA 1년차에는 취업준비와 공부로 정신이 없어서 갈 생각을 전혀 못했었는데, MBA 졸업을 몇 주 남긴 올해 6월에 드디어 가볼 수 있었다.



1. What is Royal Ascot?

Royal Ascott은 1711년 Anne 여왕으로부터 시작되서 지금까지 매년 전통을 이어나가는 영국 왕실에서 직접 주최하는 경마 경기이다. 위치는 런던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Ascot Racecourse에서 열린다.

https://maps.app.goo.gl/EHYp9huAzNMNTvUq7

Royal Ascot 은 4개의 Enclosure로 나뉘어지는데, 왕족과 귀족들, 유명인사들이 Ascot Fashion을 뽐내는 Enclosure는 Royal Enclosure이고, Royal Enclosure > Queen Anne Enclosure > Village Enclosure > Windsor Enclosure 순서로 가격이 비싸다. 나는 가난한 학생이기 때문에 올해는 Village Enclosure 티켓을 구매했다.


내가 갔던 토요일 일정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고, 나는 왕족들이 마차를 타고 돌면서 인사하는 Royal Procession 시간에 맞춰 가려고 했으나, 영국 대중교통은 제시간에 오는 때가 드물다는 것을 간과했고, 이날도 역시나 기차는 늦었다 ^^...

내가 간 토요일 Ascot 일정

런던 날씨는 우중충하고 비가 많이 내리기로 유명하지만, 여름 만큼은 어떤 도시도 부럽지 않을만큼 아름답다. Ascot 역에서 내리니 파란 하늘이 기다리고 있었다. 역에서 예쁘게 차려입은 무리들을 따라 쭉 걸어가면 이렇게 내가 속한 Enclosure 입구가 나온다.

Village Enclosure 입구. 티켓에는 와인이 포함되어 있다.

기차가 늦는 바람에 Royal Procession을 바로 앞에서 놓쳤다... 큰 스크린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던 찰스...

Royal Procession이 끝나고 친구들과 마련된 다양한 포토부스에서 사진을 잔뜩 찍고 와인을 들고 경기를 구경하러 갔다.

화면으로밖에 볼 수 없었던 찰스...
말이 내 눈 앞을 지나가는건 1초도 안되는 것 같다

처음으로 뽑았던 말이 진 뒤에는 귀찮아서 경마 티켓을 따로 구매하진 않았고, 친구들과 맑은 하늘 아래에서 경기를 보고 와인을 마시며 여유로운 주말을 즐겼다.


2. 말도 안되는 드레스코드

Royal Ascot을 가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예쁜 옷과 모자를 쓰고, 사람들을 구경하고 싶었던 건데 막상 인턴하면서 공부하면서 드레스 코드에 맞추려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Royal Ascot 공식 웹사이트의 Village Enclosure 드레스코드

드레스의 소재, 디자인 등을 꼼꼼하게 공지한 것이 너무 신기했지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던 건 "A hat, headpiece or fascinator" 부분이였다. Fascinator은 모자같이 생긴 헤드피스인데 결혼식 같은 중요한 이벤트에 영국인들이 많이 한다. 보통 Fascinator 색깔은 드레스 색깔과 동일하게 맞추는게 관례라고 한다.


Village Enclosure의 드레스코드는 그래도 엄격하지 않은 편이라고 한다. Royal Enclosure의 경우에는 Fascinator 크기까지 규정되어 있다고 한다.


올해 Royal Ascot에 캐서린은 아래처럼 입고 왔다. Fascinator 색이 드레스 색과 딱맞고 디자인이 너무 우아하다.


캐서린의 역대 Royal Ascot 패션. 마지막 사진은 My Fair Lady에 오드리 햅번이 입었던 Ascot 드레스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나는 Royal Ascot 공식 파트너인 LK Bennett의 Ascot Edition 드레스를 입었다. 산지 1년이 넘은 옷이고 색깔이 너무 튀어서 쉽게 입을 수 없던 옷이였는데, 드디어 입을 기회가 생겼다. 주문한 Fascinator 색도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 친구들이랑 딱히 상의를 하고 온건 아닌데 셋이 비슷하지만 다른 디자인으로 입고와서 사진 찍는 맛이 있었다 :)


3. 더워요... 너무더워요...

Royal Ascot은 진짜 너무너무 재밌었지만 두 번 가기는 쉽지 않다고 느낀게,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너어어어어무 덥다.... 햇빛이 쨍쨍하고 파란 하늘과 초록초록 잔디 덕분에 사진은 정말 예뻤지만, 야외에서 4-5시간을 버티는게 쉽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 페어 레이디에 나오는 오드리 햅번 드레스는 현실성이 없지 않나.. 싶다 ^^;

이렇게 입으면 열사병 걸려요...

파라솔 아래 자리는 오전에 다 자리가 차서 좀 더 큰 천막 아래에 겨우 자리를 잡은 뒤, 와인과 물로 목을 축이며 경기를 봤다.

특히 남자 분들이 대단하면서도 안되보였다. 모두가 정장을 입었고, 그 중 좀 더 정석에 맞게 꾸민 분들은 조끼를 덧입거나 심지어 턱시도를 입고 오신 경우도 있었다. 위 아래가 트인 드레스를 입은 나도 더위에 너무 힘들었는데 정장을 입고 어떻게 이 하루를 버티셨을까 싶다.

그래도 햇빛 드는 날이 적은 영국에서 원없이 광합성 하기 좋은 날이였고, 오랜 전통을 이어나가는 영국인들을 엿볼 수 있는 신기한 날이였다. :)

매거진의 이전글 2. 일주일에 한번은 꼭! 한식 먹어야 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