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샌드위치 시키신 분-"
우리 카페는 한국처럼 번호표나 진동벨을 쓰지도 않고, 다른 카페처럼 손님을 부르지도 않는다. 웬만하면 누가 주문을 했는지 기억하려고 노력한 다음 음료든 식사든 손님이 앉은 자리로 가져다 준다. 그런데 간혹 가다 사람들이 물밀듯 들어와 가게가 바빠지면 주문을 받는 사람과 주문을 가져다주는 사람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 평소 보다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손님을 불러 찾아야 한다.
오늘도 그랬다. 다른 직원이 주문을 받을 동안 나는 부엌에 들어가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빵을 토스트하고, 마요네즈를 바르고, 속 안을 층층이 쌓고, 다시 덮고. 그렇게 완성된 샌드위치를 가지고 나가서 큰 소리로 '터키 샌드위치 시키신 분-' 하고 손님을 불렀다. 하지만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 혹시 화장실에 갔나 싶어 화장실 쪽을 힐끔 돌아봤지만, 화장실 문은 환하게 열려있었다.
또 한 번 손님을 부르기 전에 주문을 받았던 다른 직원에게 물어보았지만, 너무 바빴던 탓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가게에 있는 다른 손님들에겐 미안했지만 나는 다시 한 번 '터키 샌드위치 시키신 분-' 하고 손님을 불렀다. 이번에는 가게에 있던 다른 손님들까지 두리번 거리며 주인공을 찾았다. 어떤 손님은 본인이 직원인 것처럼 가게를 전체적으로 주욱 훑어보았고, 어떤 손님은 눈썹을 내리며 말 없는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결국 터키 샌드위치의 주인공은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있던 여자분의 것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실수로 이어지게 될까봐 순간 걱정으로 가득했을텐데 도움을 자처하는 귀여운 손님들 덕에 샌드위치를 전해주고 오는 길에 피식 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어떻게 보면 미국인에게 내재된 성격의 한 부분 같기도 하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힘껏 돕는다'는 모토로 사는 사람들처럼.
우리 카페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덕분에 어제도 오늘도 즐겁게 일한다. 내일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