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작별인사
'이거 절대 쓰레기 처리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까지 찾아왔는데 그냥 맞이할 순 없잖아. 손님 음료수 한 잔 대접하는 거라고 생각하며 주는 거야.'
Y에게서 금방 냉장고에서 꺼낸 듯한 사과주스 한 병을 건네받았다. 굳이 저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는데.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 다 아는 걸.
유학생활을 하다 보면 늘 맞이하게 되는 일이다. 4년여의 학업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떠나면서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넘긴다. 책상과 침대와 같은 필수품부터 시작해 식기류, 필기류 등 자잘한 것들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필수품이라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중고장터에 팔리지만, 몇 푼 남은 기프트 카드라던가 몇 장 안 쓴 노트들은 애매하다. 그런 녀석들은 팔자니 머쓱하고 버리자니 머뭇거려진다. 그래서 이런 것들은 대부분 주변 사람들 차지다. 내가 방금 사과주스를 받아온 것처럼.
이렇게 물건들을 정리할 때 떠나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은 안다. 받은 물건에 고맙기도 하고, 별 걸 다 준다 싶어 웃기기도 하고, 가끔은 예상치 못한 수확이다 싶어 신나기도 한다. 하지만 제일 큰 마음은 역시 '아쉬움'이다. 저 사람이 결국 떠나는구나, 실감 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Y가 떠난다는 것도, 마지막 편지를 쓸 때 까지만 해도 믿어지지 않았다가 사과주스를 받아 들고 집을 걸어오면서 조금 느껴졌다. 이제 가는구나. 내 일상에서는 사라지겠구나. 보고 싶겠구나. 매 순간은 아니더라도, 냉장고를 열어 사과주스를 볼 때마다 Y 생각이 날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그 그리움의 유통기한이 사과주스를 다 마실 때까지 인 것은 아닐 테다.
우리 집에는 Y가 남기고 간 후라이팬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