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렁양 에세이
멋적은 상황. 갑작스런 상황에 대처를 못하는 나는, 그의 인사에 얼어버렸다. 그가 내게 인사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나중에 이 장면을 기억한다면, 스스로를 비난했으리라. 자연스럽게 인사했어야지. 병신아. 왜 그렇게 얼어붙어. 그럼 지잖아. 그럼 니가 찐따같잖아. 그렇다. 지금의 나는 버벅거리는 찐따와 다름이 없다. 그는 나의 반응이 어색했는지, 먼저 말을 걸었다. ‘너무 오랫만이지? 나 누군지 기억해?’ 설마, 기억못할리가. 잊을리가. 못생긴 내 첫사랑인데. 사랑이 뭔지 알려준 사람인데. ‘기억해. 그대로네.’ 그가 웃는다. ‘뭐가 그대로야. 살도 찌고. 아저씨지. 아저씨.’ 나는 살짝 웃었다. ’나도 아줌만데 뭐.‘ 나의 대답에 그가 물었다. ’아, 결혼했어?‘ 난 멈칫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아니. 결혼 안했어.‘ ’아 그렇구나.. 나는.. 했어.‘ ’그렇구나. 아내한테 잘해주지?‘ 이런 질문은 왜 한걸까. 정말.. 등신이네. ’뭐.. ㅎㅎ 모르겠네. 그런지.. 근데 정말 여기서 만날 줄이야.‘ 나는 대답했다. ’그렇게. 여행 온거야?‘ ’응.‘ ’나도 여행왔어.‘ 잠깐 바다를 보다가 말했다. ’한 번쯤은 보고 싶긴 했어. 이렇게 만났네.‘ ’나도 궁금했어.‘ ’그래. 잘 지내는 것 보니 좋네.‘ 서로 잠시, 아주 잠시 쳐다보았다. ’잘 살아‘ ’그래 너도’ 나는 먼저 그에게 등을 돌리고 바다 쪽으로 걸었다. 주책맞게 눈물이 흘렀다. 그 잠깐 사이에 많은 감정과 생각이 오갔다. 가서 그동안 어찌 지냈는지, 다 듣고 싶었다. 그리고 네가 정말 잊지 못할 내 첫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 짓은, 하면 안되지. 할 수 없지. 바다를 보았다. 그리고 또 생각했다. 그와도 바다를 온 적이 있었다. 추웠던 겨울 바다. 어린 날. 너무 뭘 모르던, 나도 나를 몰랐던 그 시절. 그저 사랑받는 것이 고맙고, 감격이었던 그 시절. 그래서 불안하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헤어짐이, 세상 끝나는 것처럼 슬펐던 그 시절. 그 시절의 그 바다에 그가 있다. 고맙다. 사랑을 알려줘서. 내가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그가 처음, 알려줬었다. 바다를 걷다,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에게 하고픈 이 모든 생각을 바다에 한다. 그리고 파도속에 보내버린다. 생각도 눈물도 보내버린다.
..이렇게라도, 너를 우연히라도 만나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