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성실 Jul 10. 2024

그렇게 소음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다

내 마음의 CPR

마음에도 CPR이 필요하다.


결정적 순간에 적절한 응급조치를 해줘야 마음의 근육이 파열되지 않는다. 경직된 단계를 오래 방치하면 어느 순간 별 것도 아닌 일에 툭하고 끊어져버리니까.


CPR이 필요한 순간,

나는 제발로 소음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다.


삶의 에너지가 흐르는 시장 목을 적 없이 지나치거나,

낯선 이들의 찰나 찰나가 교차하는 동네 길목 바라보고 서 있는다.

그렇게 생의 소음에 귀 기울인다.

그러다보면 차오르는 에너지.

가끔은 계절마다 찾아오 익숙한 꽃향기를 찾아 선다. 라일락 나무마저 망울을 피우려고 시끄럽고 분주하다. 어제 오늘처럼 매미 울음소리가 시끄러울 때면 위로가 된다. 나 뿐 아니라 저들도 부던히 살아가고 있구나.


그중에도 단연 가장 시끄러운 곳은

아이들이 모인 곳이다. 각자 제자리에 앉아 있는 순간조차도, 아이들 눈망울에선 시끄럽게 굴러가는 각자의 세계가 보인다. 육아가 가르쳐 준 진리.


어제는 일부러 아이들 학교 앞 커피숍 볕 잘 드는 창가에 자리 잡고 앉아 공부를 했다. (사실상 무명의 대안학교라서, 값비싼 진주처럼 숨겨진 공간.) 거기 앉아 공부 하다보면, 쉬는 시간을 맞아 쫄랑쫄란 부산하게 놀이터로 달려가는 아이들이 보인다. 그 뒷모습이 좋아서 한참 바라보고 앉아 있다. 그렇게 또 충전.

그리고 동네 각설이마냥 점심 시간에 학교를 찾았다. 후딱 밥을 헤치우고 설거지 하러 간 둘째의 책걸상에 앉아서, 둘째의 선생님(그리고 나의 친구인)과 둘째의 친구들(이들도 나의 친구인. 친구라고 생각해주길 ㅋㅋ)과 전학생 상황극을 하며 밥을 먹었다. 사방에 흩뿌려진 어린이들의 부산함이 좋아서, 그 뒤를 받치고 선 교사들의 노고가 고마워서. 그렇게 한참을 눈에 담다.

4인4색 어린이시

그렇게 시끄러움에도 가치가 있다. 그 생각들을 어젯밤 글감 서랍에 넣어두고 잤는데 오늘 아침 나보다 먼저 깬 큰 아이가 한다는 말이

"엄마. 오늘 아침 방에서 어제 못 한 영어까지 두셋트를 공부했는데. 오디오 사이 사이 창 밖에서 매미 소리가 들리는거야. 그게 나는 기분 좋더라."


남편은 불과 이삼년 전까지 매해 첫 매미 소리를 듣는 날이면 전화를 했다. 올해도 매미가 찾아왔다고.


그런 사람과 결혼을 하고 서로의 시끄러움을 애정해주는 가족을 이룬게 내 생애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다. 거기에 운을 다 썼으니 남은 삶은 노력으로 착실히 일궈가야지.


오늘의 CPR은 이렇게 마무리.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의 계절이 저물어 갈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