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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무제 Dec 02. 2018

동해 여행, 일상 속 평화를 찾아

그가 떠오르는 밤, 바다가 덮어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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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서 큰 상처를 받고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었다. 특히 바다가 너무 보고 싶었다. 시원하게 탁 트인 바다를 보고만 있으면 이 복잡한 마음이 모두 해결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혼자서라도 바다가 있는 곳으로 떠날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여수밤바다’로 유명한 여수로 갈까하다가 문뜩 한 친구가 떠올랐다. 고등학교 친구가 그 어려운 공무원 시험에 붙어서 동해시로 발령났다. 그래서 몇 달 전 동해로 떠났다. 그 친구와 놀러간다고 한 약속이 생각났다. 당장 그 친구에게 연락했다. 힘든 일이 있었다는 나의 말에 친구는 선뜻 오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2주 뒤 나는 동해로 떠났다.


 도착지는 동해. 강릉, 삼척도 아닌 그냥 동해다. 동해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끊었다. 금요일 회사 끝난 후에 갔다. 원래는 금요일에 회사 일이 일찍 끝나는 편이어서 일찍 예매를 했지만 긴급 회의가 있는 바람에 두세시간 정도 뒤로 미루고 말았다. 예민폭발 메인피디가 온갖 트집과 짜증을 냈다. 그래서 뽀시래기들끼리 회의하는 시간도 가졌다. 버스는 3시간 정도 걸렸다. 우등고속 버스를 탔다. 오후에 출발해 어두워진 저녁에 도착했다. 사람이 적어서 버스는 편하게 타고 왔다. 하지만 버스에서 숙면을 취하려고 한 나의 계획과는 다르게 갈 때 올 때 모두 버스에서 잠을 잘 자지 못했다. 그래서 덕분에 영화 ‘레미제라블’을 모두 다 봤다. 레미제라블에 ‘신비한 동물 사전’의 주인공 에디 레드메인이 출연했었다. 에디에게 빠지고 말았다.


동해 ‘천사곱창’

  이 날 저녁은 천사곱창을 먹었다. 친구의 집 근처에 있었는데 친구가 항상 사람이 많아서 궁금했다고 한다. 친구는 입맛이 없어서 나 혼자 다 먹었다. 다 먹기는 했지만 천사곱창은 참 나는 홍대에서 먹었을 때나 지금이나 그냥 그런듯. 이슬톡톡을 한 잔 걸치면서 나의 이별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친구는 안타까운 눈으로 나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알고보니 친구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그것이 결국 지나가는 한 순간의 바람일 뿐이라고 이야기해줬다. 나의 소중한 인생에 참 짧은 바람. 그 바람에 휩쓸리지 말자.


덕취원 다이닝라운지

 친구의 집 근처에 있는 중식 레스토랑 ‘덕취원 다이닝라운지’. 친구의 회사 사람들에게 추천받아서 오게 되었다. 이 곳도 친구의 집에서 매우 가까웠다. 천곡 천연동굴 바로 옆에 있다. 이 동굴 갈까하다가 친구가 볼 것 없다고 해서 가지 않았다. 만약 누군가가 동해를 간다고 하면 이 곳을 무조건 추천하고 싶다. 진짜 분위도 너무 좋고 주말인데도 그렇게까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메뉴도 고급스러웠다. 우리는 2인 세트였던 ‘크림 새우 + 짬뽕밥 + 유린기’를 시켜먹었다. 2인세트여서 조금씩 나올 줄 알았는데 진짜 양이 너무너무 많아서 배가 터지는 것 같았다. 크림새우도 진짜 맛있었고 유린기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짬뽕밥은 진짜 대박이었다. 보통 짬뽕은 그 특유의 텁텁한 맛이 있는데 이 곳 짬뽕 국물은 진짜 담백하고 깔끔했다. 그러면서 충분히 맛있었다. 원래 이 곳 말고 그냥 덕취원이 따로 있다. 그 곳은 수요미식회에 나왔고 해물짬뽕이 유명하다. 같은 집인지는 모르겠는데 이 덕취원 다이닝라운지의 짬뽕도 진짜 맛있었다. 그리고 한 쪽 벽으로 와인이 전시되어 있었다. 와인을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곳 같았다. 나는 점심에 가서 와인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나는 이번 동해 여행에서 그냥 한가롭게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가고 싶었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가고 싶었던 곳은 바다가 보이는 오션뷰 카페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우리는 묵호항으로 갔다. 내가 원하던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수산시장이 크게 있어 회를 먹을 수 있지만 우리는 점심을 먹고 와서 패스했다. 등대가 있는 언덕을 올라오면 시원한 오션뷰를 즐길 수 있었다. 배가 왔다갔다하는 곳이어서 모래사장은 없었다. 등대언덕을 올라와서 바다사진 몇 장 찍고 어르신들 단체사진 한 장 찍어드리고 카페에 왔다. 디저트로 커피빵도  같이 곁들여 먹었다. 카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등대언덕 최고로 올라오면 있는 카페니까. 무슨 고구마라떼였나 그것도 먹고 싶었는데 커피가 너무 땡겨서 그냥 아아 마셨다.

 카페에서 친구와 사는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눴다. 친구는 오랜 공부를 끝나고 성과를 얻었다. 처음으로 일을 하는 친구의 이야기와 내가 모르는 공무원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친구는 낯선 동해라는 동네에서 잘 적응하고 사는 것 같았다. 막상 내가 이 곳에 온다면 잘 살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도시인간인 나는 자신이 없다. 한 번 놀러오는 것이 좋지, 이렇게 한적한 이 동네에서 계속 살면 너무 답답할 것 같았다. 하지만 친구는 잘 적응해서 자신만의 삶을 꾸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를 응원했다. 그리고 진정한 여유로운 주말인 것 같다고 느겼다.


추암 촛대바위 / 이사부사자공원 / 추암해변

 그리고 저녁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겨우겨우 찾아서 간 추암 촛대바위 / 이사부사자공원 / 추암해변

 개인적으로 비추한다. 진짜 볼 것 없다... 묵호항이 훨씬 좋다. 동해를 간다면 굳이 안가봐도 될 곳


대우칼국수 ‘장칼국수’

 그리고 동네 현지 동네 맛집으로 알려진 ‘대우칼국수’. 고추장을 풀어서 만든 듯한 ‘장칼국수’다. 우리가 갔을 때는 동네 사람들이 많았다. 진짜 꼭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하 진짜 너무너무너무 맛있다. 국물도 시원하고 면도 좋고 그냥 다 완벽하다. 다른 메뉴도 전부 먹어보고 싶은 맛이었다. 그렇지만 인테리어는 진짜 동네 허름한 가게이고 2층인데 계단이 너무 좁고 가파르다. 하지만 인테리어같은 작은 단점을 뛰어넘을 수 있는 맛을 지녔다. 거기다가 가격도 무려 6000원밖에 안 한다.ㅠㅠ 감동스러운 가격. 서울에서는 이제 6000원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다. 이제는 제대로 된 칼국수 한 그릇 먹으려면 8000원 이상은 내야 한다. 너무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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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칼국수를 맛있게 먹고 버스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 할리스에서 블루베리요거트스무디를 마셨다. 그리고 집에 가는 버스길에 올랐다.

 친구가 차를 가지고 있는 덕분에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차가 없으면 이동이 아예 불가능할 것 같다. 몸이 안 좋은 와중에 내가 방문한다고 하니 너무 잘해줘서 너무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친구 집에서 자고 일어난 아침 그에 관한 꿈을 꿨다. 사람이 가득 모여있는 뷔페같은 곳에서 나와 그는 우연히 만났고 우리는 서로를 모른 척하고 서로를 지나쳤다. 그 꿈을 꾸고 일어나니 너무 기분이 안 좋았다. 아니, 기분이 더러웠다. 나는 이제 그를 많이 잊었다고 단언하고 있었는데 그가 나온 꿈을 꾸니까 나의 모든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아직 그가 내 마음 안에 있고 그로 인해 혼란스러워하는 내가 싫었다. 그가 나온 꿈은 나에게 독이 되었다. 하지만 그 후 바다를 보면서 꿈에 그가 나온들 어쩌리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미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고 나를 떠난 사람이었다. 이 바다만큼 나의 미래가 펼쳐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내내 빌었다. 다시는 그 놈이 내 꿈에 나오지 않기를, 내 소중한 일상을 파괴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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