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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명 Feb 03. 2020

조언과 비난 사이를 대처하는 자세

상처입은 마음부터 정직하게 직면하기

'윙, 윙~' 짧은 간격의  진동 두 번 울린다. 갈비뼈 사이에 패인 곳을 겨누는 콘크리트 파쇄용 전동 해머의 두껍고 뾰족한 날 끝이 느껴진다. 미끄러지지 않게 수직으로 온몸의 무게를 실어 작동하면 두 번의 진동만으로 나의 심장에는 구멍이 뚫린다. 브런치 어플이 보내는 독특한 알람 진동은 상을 통한 공포감과 함께 나를 새벽잠에서 깨워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짧은 진동은  삶에 소소한 복을 주는 신호였다. 브런치에서 보내는 '라이킷' 알람은 나의 글쓰기 노고를 격려해주는 치어리더였고, '조회수 1,000명 돌파' 알람은 기대하지 않은 과목의 A+ 성적표 같았다. 하지만 그 행복한 조건 반사 반응은 얼마 가지 못해 깨졌고, 2주 전에 그 일이 있고  후 소리두려움의 신호가 되었다. 특히 잠자리에 있을 때 울리는 진동은 그 사건의 기억을 선명하게 재생시킨다. 찌뿌둥한 몸을 뒤집 머리를 베개에 박고는 눈꺼풀을 조금 들어 핸드폰을 확인해 본다. 상태 알림 창을 통해 보니 다행히 '댓글' 알람이 아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지난겨울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세 번의 시도 끝에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었고, 다이어트할 때나 사용하던 불굴의 의지를 불러내어 일주일에 한 편씩 글있었다. 휴직하기 전에 있었던 회사생활 이야기, 동네 서점 독서모임 이야기, 어린아이들과 육아 이야기 등 여러 소재들을 이용했는, 신기하게도 육아 이야기가 조회수가 높았다.  6살 아들이 구와 난치다가 코피를 나게 해서 어린이집 생님께 야단맞은 경험을 소제아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내용을 적은 글이 운이 좋게 DAUM 메인에 노출었다. 1천 명, 2천 명, 5천 명, 1만 명 조회될 때마다 브런치 어플에서 알림이 울렸다. 대폰 동이 올 때마다 내 마음도 흔들리고 설레었다. 생각해보면 회수가 올라간다고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만 많이 했을  독자들의 반응이 긍정적인지는 모른다며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하지만 내가 쓴 글을 많은 사람들이 본다는 특별한 경험이 것이 무척이나 뿌듯하고 행복했다. 그때만 해도 성취감으로 차오른 행복한 기분이 반전을 배가시킬 공포의 전조가 될 줄은 랐다. 


다음날 새벽, 잠자리에 누워 있는데 여러 번 브런치 진동이 울렸다. 내일 아침에 확인할까 했지만 불길함 감지할 줄 모르는 나의 호기심은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휴대폰을 확인하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여러 사람들이 작성한 거친 댓글달려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느껴졌던 행복감은 갑작스레 느끼고 있는 충격과 공포를 위한 기저효과에 불과했다. '그 딴 식으로 자식 교육하면 곧 일진 부모가 되겠네. 빵이나 사 먹여라. 니 아들은 진정 잘못을 깨달은 게 아니다. 글을 읽고 분노가 치민다." 정제된 나의 기억 속 내용보다 실제 댓글은 훨씬 더 공격적이고 충격적이었다. 어떤 댓글러는 내가 적은 다른 글들을  찾아 읽으며, 거슬리는 문장 하나하나에 댓글을 달았다. 새벽 1시부터 4시까지 이어지는 공포의 진동에 나는 을 이룰 수 없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이었기에 더욱 사납고 포악게 느껴졌다. 댓댓글로 변명을 하기에는 상대방을 더욱 자극할 것 같았고, 수많은 사람들 중  6명의 의견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내가 느끼는 심리적 영향력은  새벽의 어둠만큼 무겁고 권위적이었다.      


때로는 맞춤법도 틀리고, 전문성도 없는 소소한 주재들로 글을 쓰고 있지만, 난 글쓰기에 원칙이 있다. '나를 위해서 쓰지 않을 것, 읽는 사람이 도움이 되는 글을 쓸 것, 그리고 아무도 상처 받지 않는 글을 쓸 것.' 댓글을 읽고 스스로 그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엄습했다. '아들의 주먹과 친구의 코피'라는 자극적인 글의 제목은 학교폭력 피해의 경험자이거나 피해에 대한 두려움 있는 부모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음을 미처 알지 못했다. '어디 가해자 부모 마음은 어떤지 한 번 보자'생각하고 내 글을 클릭한 사람들은 어린이집 다니는 6살 아이의 장난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우선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억울한 마음도 올라왔다. 상황 파악을 위해 어린이집에서 반나절이나 채근받고 놀라고 당황한 6살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 아빠로서 당연한 행동 아닌가? 아이에게 훈계를 할지, 위로를 할지 판단하는 것은 육아서적에 나와있는 것처럼 단순하고 평면적이지 않다. 아이의 성향과 경험과 상황에 맞추어 부모가 선택할 일이다. 그냥 나의 삶을 살았고 그것을 글로 적었을 뿐인데. 사람들이 나의 삶을 비난하는 것 같았다.

  

종종 갑작스러운 비난에 마주친 황과 비슷한 반응을 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성숙을 기대하는 '건전한 자책감' vs 자신을 보호하려는 '억울한 감정' 이 두 녀석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비난에 마주친 내가 항상 비슷한 반응을 보이듯 세상의 비난도 그들의 특성과 패턴이 있다. 대부분의 비난과 조언은 늘 자책감과 억울함 사이의 애매한 틈새를 비집어 공격한다. 나를 존중하고 나의 걱정해주는 조언은 건전한 자책을 통해 성장으로 받아들이면 되고, 터무니없는 내용의 공격적인 비난은 건강한 정서를 위해 무시하고 흘려버리면 되지만 조언과 비난은 항상 순수하지 못하게 서로 뒤섞여 있다. 공격적이고 근거 없이 남의 아들을 일진으로 몰아붙이는 이번 '댓들'을 내가 '악플'이라고 명명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늦은 밤에 누군지도 모를 아마추어 브런치 작가가 쓴 글을 읽은 느낌을 직설적으로 적었을 뿐인, 지금은 자신이 그 댓글을 적었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할 그 짧은 글에도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이다.


"너는 싫은 소리 하면 너무 얼굴에 티가 나. 그래서 어떻게 내가 조언을 하겠어"


신입사원 때부터 많은 직장 상사들로부터 들은 말이다. 나를 통제하기 위한 교묘한 조언, 받아들일지 말지 선택할 수 없는 조언, 그리고 조언을 가장한 능숙한 비난 속에서 는 표정 조차 선택할 수 없었다. 꾸역꾸역 눌러서 숨겨 놓은 억울한 감정들, 회복되지 못한 상처들을 두고서 아무렇지 않 성숙한 어른인 듯 살아왔지만, 어그러진 마음으로 어그러진 세상을 보면서 살지는 않았을까? 비난과 조언이 섞여있는 세상을 마주하는 성숙한 자세는 편한 음을 숨기고 아무렇지 않다는 미소 짓는 것이 아니라, 상처 입은 자신의 마음에 정직하게 직면하는 것이. 상한 마음이 주도하는 강력한 보호 본능에서 자유로운 수 있을 때, 공격적 비난과 건전한 조언 온전히 분리해 낼 수 다. 비난으로 인해 억울하고, 속상하고, 상처 입은 마음에 스스로 관심 가져야만, 상한 마음이 잡고 있는 비난을 흘려버리고 순도 높은 조언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댓글 사건이 있고 2주가 지난 오늘 런치 알람여전히 두려워하는 나, 늘 그렇듯 아무렇지 않의 불편한 마음을 돌보지 않고 지냈나 보다. 조언과 비난 사이, 그리고 댓글과 악플 사이에서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불순물을 걸러내듯 비난을 제거하며, 순도 높은 조언을 찾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작업은 나에겐 늘 벅차고 힘겹기만 하다. 특히 쓰라림, 두려움 같은 감정들 직면해야 하고 내가 흡수할 건전한 생각들을 걸러내는 작업, 지금과 같은 글쓰기 작업은 무척 고통스럽다. 몇 번이나 일어섰다 앉, 노트북을 덮었다가 다시 었다. 하지만 글을 쓰며 내 마음을 돌아보는 것은 치유의 효과적인 방법이란 것을 알고, 비난이란 장해물과 상관없이 내가 가던 길을 계속 가는 것이, 즉 계속 글을 쓰는 것이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이라는 것을 안다.


조언과 비난이 섞여있는 말들 건전한 조언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사람마다의 선택이지만, 가치 없는 비난 때문에 자신 길을 가지 못하고 멈추는 것은 자기 파괴적이고 가장 피해야 할 선택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다짐한다. 여전히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쓰기로, 내 글에 상처 받는 사람이 없도록 배려하기로, 리고 10여 년의 회사생활 속에서 수많은 비난 속에서 상처 받는 마음들을 돌아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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